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끄고릴라 Feb 16. 2023

'저항'이 있다는 것은
세상을 바꾼다는 증거야.

거센 비바람 앞에서 포기하지 않을 이유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다문화가정과 이주민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온 나는

언제나 '저항' 속에서 버텨내야만 했다.


순수혈통,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이 아닌 이주민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돕고 그들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워 저항하는 일은

여간 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쯤 일반 복지관에 쭉 다녔더라면

17호봉에 직급수당까지 합하면

그래도 꽤 만족스러운(?) 밥벌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는 잘 다니던 복지관과 복지재단을

내려놓고 아주 작은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든다.


순수한 후원금으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첫 2년 동안은 무급으로 활동했다.

그만큼 사업비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최저시급, 사회복지사 1호봉 정도는 받는다. 




17호봉을 포기하고

왜 1호봉을 선택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회복지사 부끄고릴라'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내 별칭을 아주 좋아한다.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우리 사회 속 차별과 편견에 맞서 

적응해 나가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는 과정들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잘 그려낸 드라마가

기억에 남는다.




사단법인 프래밀리라는 작은 NGO를 운영하며

수많은 저항에 부딪히며

때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가면성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사회불안장애 등

정서적 결핍들이 나를 주저앉게 만들 때도 있다.


처음 기관을 세울 때 

한국에서는 미등록 아동을 도울 수 있는 

복지 지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

부모님이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는 

법적인 보호가 불가능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국가의 세금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미등록 아동과 이혼과 사별로 한부모가 된

다문화-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을 세우는 일을

하려고 결심한다.




누구도 가려하지 않는 그 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분야,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헌신하려 하지 않는 외로운 길을

나는 왜 걸어가고 있을까?

그것도 국가지원 하나 없이

순수한 후원금으로만

이끌어가려고 할까?




지금도 프래밀리가 하는 일에 대한

기사가 뜨면 그 아래 달린 댓글 중 대부분은


'어려운 한국 아이들도 많은데

왜 다문화, 외국인 아이들을 돕는 거죠?'


'당신 돈으로 외국인들을 도우면 되겠네요.'


'당신 집에 그들을 데려가 돌보세요.'


'나는 내가 낸 세금으로 외국인을 

돕기 싫습니다.'




브런치에 이 글을 쓰면서도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에게 불편감을

드리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이긴 한다.


그만큼 이주민을 돕는 일 자체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오기'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뜯어말렸다.

부모님 뿐만 아니라

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 담당 교수님까지도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길은 아니라고 하고

돈도 되지 않는 일을

굳이 네가 왜 하냐고 핀잔을 들을수록


'그렇다면 내가 한번 해보지 뭐.'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나라도 해야지.'


속에서 알 수 없는 오기가 올라왔다.




두 번째는 '마음이 시키는 일' 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될 때

나는 항상 '마음이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다문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놈에 심장이 쿵쾅거려서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면

나의 아픔과 상처가 오버랩되어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먼저 느꼈고 알기 때문에...




세 번째는 '후회 없는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나는 항상 죽음을 준비하며 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말이다.

밤에 자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지금, 여기

살아있는 동안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어마어마한 일을 하기보다

거센 비바람 속에 

신나게 파도를 타고 즐기며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사랑' 하며 살고 싶다.




그것이 진짜 '행복'이 아닐까?








오늘도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대형 NGO 기관 같으면

온라인으로 쉽게 홍보할 테지만

아쉽지만 가난한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다.


15년 동안 한결같이

대대적인 홍보 한번 안 해봤다.

아니... 못해봤다.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프래밀리에 누구입니다.'

라고 인사하면 대번 돌아오는 대답은

'프....? 뭐라고요?'


처음 들어보는 기관 이름이라

입구컷 당하기 십상이다.



그저 우리와 마음이 맞고

결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이 좁은 길을 걸어갈 뿐이다.

이 홍보 포스터도

망고보드에 의지하여 만들었다.

글도 자꾸 써보면 늘듯이

디자인은 1도 모르는 내가

자꾸 하다 보니 

그나마 봐줄 만한 포스터가 나온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17년 차 사회복지사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