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고릴라 따끈따끈한 일상 이야기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이라
아주 따끈따끈하다.
나는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주말에 만나는 아이들이 많다.
일요일 오후, 7명의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게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잠깐 사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아이들이 아랫집 아줌마가
아까 올라왔었다고 한다.
'아... 아이들이 좀 시끄럽게 뛰었나 보구나.'
라고 생각하고 뛰지 말자고 주의를 주었다.
아이들이 집 앞 놀이터에 나가서 놀다가
들어왔다.
다 같이 닌텐도 게임을 하려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쿵쾅쿵쾅 복도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며
우리 집 현관문을 사정없이
주먹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직감하고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 후
문을 열었다.
갑자기 아랫집 아줌마가
식식대더니 삿대질을 하면서
우리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줌마를 힘으로 밀쳐내고
급하게 현관문을 닫았다.
그때부터 시작된 아줌마의
불평불만 섞인 랩 수준의 고성방가 소리는
1층부터 20층까지 쩌렁쩌렁 울렸댔다.
정말 10분 동안 쉬지 않고
시끄럽다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그동안 많이 참았고
우리가 이사 오는 날부터
시끄러웠는데 참았고
당신들이 좋은 일 하는 거 아는데
아랫집에 시끄럽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속사포로 랩을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이해한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 집에 있으니
그냥 걷기만 해도 쿵쿵 울릴 수 있고
예민한 성격의 사람에게는
더 크게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다른 곳으로 가려고
옷을 입고 나가려는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드렸다.
그런데 내가 죄송하다고 말하면 할수록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집 안에서 아이들이 불안해할 것 같아서
최대한 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정말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만 말하고 끝내고 들어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 했건만
그 아줌마는 자기의 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정말 분노조절이 안 되는 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웃 간에
그것도 밤늦은 시간도 아니고
대낮에 아이들이 거실을 돌아다니고
떠들었다고
그 정도로 화를 낼 상황인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나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덤벼드는 아주머니 앞에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밖에 서있던 나는
팔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큰 소리를 무척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를 지나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낀다.
머리가 하얗게 되는 블랙아웃 증상이 온다.
더 듣고 있다가는
내가 쓰러질지 몰라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이 마침 집에 돌아오던 터였기에
헐레벌떡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나의 남편은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매우 큰 사람 중 하나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더 크게 화를 내고
기선제압을 하려고 했을 테지만
성품이 많이 좋아진 남편은
신기할 정도로 화를 내지 않고
그 아줌마와 맞짱 뜨지 않고
조용히 내려보냈다.
약자 앞에서 강하고
강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랫집 아줌마가 너무 미웠다.
나는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먼저 내보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 20분 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겁이 났지만 아이들을 지켜야 하기에
참아야 했고 억울하지만 맞대응하는 모습은
성숙한 어른답지 않은 것 같아서
참고 또 참는 쪽을 택했다.
사실은
거의 매일 밤 11시에서 12시쯤이면
아랫집에서 늘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아이들은 10시면 잠들기 때문에
아랫집에서 시끄러워도
그러려니 하고 참았다.
남편과 싸우는 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 뒤에는
늘 아줌마의 폭발적인 소리 지름과
짜증 섞인 말들이 들렸다.
조용한 시간이라
아랫집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한 번은 바닥에 귀를 대고 들었는데
정말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겠더라.
정말 며칠 전에
아동학대로 신고하려고
몇 번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는지 모른다.
엄마는 소리 지르고
아이는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보통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그 공포에 질려
숨넘어갈듯한 울음소리였다.
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기 때문에
아이들 소리에 더욱 민감하다.
이 부분은 아랫집 아줌마가 미워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라도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성숙한 어른이니까.
아니 아직 성숙해 가는 중이고
성품을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오늘 아침 아줌마와 엘베에서 마주쳤는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나간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안쓰러워 보이는지
불쌍해 보이는지 외로워 보이는지...
그렇게 당당하게 보지도 못할걸
왜 그리도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고
상대방의 마음에 난도질을 하는지...
아줌마가 나에게 이야기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집이 시끄러우면 바로 내려와서
이야기해요!"
난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못 내려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용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야단치는 일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한테 화를 낼 때에도
윗집인 우리에게 한 말이 있으니
신경 쓰여서라도 다투지 않으려 한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닐까?
오늘의 이야기는
부끄 고릴라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다.
무언가 특별한 경험만이
글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글 또한 나 자신과 딱 한 사람
바로 당신이 단 몇 분 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기보다
그저 평범한 친구 같은 편안한 느낌의
이웃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