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갔다.
간다 간다 하던 엄마가 정말로 멀리, 지방으로 이사를 가버린지 4일 차. 그리고 멀쩡하던 청소기의 전원이 나간 지도 4일 차가 되었고 그럼으로써 내 마음이 울적해진지도 4일 차가 되었다.
멀쩡하던 청소기까지 갑자기 왜 엄마가 이사 간 날부터 작동되지 않는지 도움 요청할 엄마도 없으니 서러움이 밀려오는 게 그냥 모든 것이 다 서럽다. 엄마와 떨어졌음을 이렇게 제일 먼저 느낄 줄이야....
당일까지도 아니, 전날 폐기물 신청을 직접 해주면서도 실감 나지 않았다. 엄마가 이사 간다는 것을...
신청을 하고 받은 번호를 캡처해서 엄마에게 보내주면서 이사 잘하고 정리되면 연락하라고 쿨한 문자로 그날 저녁을 마무리한 뒤론 다음날 이사를 시작했는지 그곳으로 도착했는지 어쩐지 아무런 연락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일하는 내내 마음속엔
계속해서 이사라는 두 글자가 맴맴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리 기다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내심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안도감과 함께 얼른 받아 들었다. 이사를 마쳤다는 엄마의 목소리 너머 웅성거림 속 깔깔 거리는 신난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리자 더 이상 통화하기 싫은 마음이 확 들어 얼른 마무리 짓고 끊어버렸다.
그래,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 아무런 상관없는 일인 듯했지만 상당히 서운한 상태였고 굉장히 서글픈 상태인 것이었다.
그럴 것이 엄마랑 한 번도 이렇게 멀리 떨어져 살게 된 건 처음이다. 같이 안 살더라도 항상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걸어서 10분 안쪽인 한 동네에서만 살았었는데.....
이젠... 큰 마음을 먹고 만나고자 하지 않으면 일 년에 한 번? 조차 볼 수없을 거라는 현실이 뻔하기에 더욱 서운할 뿐이고 누굴 위한 이사인지 불분명하기에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전화기 너머 웃음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고 그걸로 인해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아무 잘못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사 후, 아이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애들에게 엄마도 보여달라고 엄마도 보고 싶다는 할머니 말에 애들은 나도 비춰주지만 무뚝뚝한 나는 투덜대며 온순히 얼굴을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낮에 엄마에게 전화 한번 걸 수 있지만 아직 마음의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마디라도 내뱉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간지럽고 상냥한 말들이 나갈 것이 아니라는 것도뻔하기에 망설여진다. 아직 나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굴 위한 이사든지 어차피 갔으니 이젠 엄마가 그곳에서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란다. 부디-
나 또한 엄마가 없는 이곳에서 온전한 나만의 구역으로 만들어가며 버겁지만 조금 더 꾸역꾸역 채워가려 노력하고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유 없는 고통은 없는 법이라 하셨다.
이런 상황, 이런 감정과 시간들을 겪고 인내하는 이유에 대해 반드시 내게 행복과 그에 대한 값이 배가 되어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마 이사 가기 전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즐겨 먹던 치킨집에 갔고 늘 먹던 메뉴를 시켜 같은 모습으로 먹었다. 다를 거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한 가지 특별했다면 사진을 한 장 남겨두었다찍으면서 약간의 멋쩍음은 있었지만 엄마와 순간을 느끼고 싶을 때 꺼내보니 생생함이 차오르는 게, 참 잘한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