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너 이기에
지난달 2월, 많은 일정들을 끝낸 터라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만 같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무겁게, 그리고 강하게 자리 잡은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무언가는 3월 4일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었고 마침내 입학식이 끝나고 나니 무거운 무언가는 다 사라지며 숙제를? 끝낸 개운한 느낌마저 들었다.
입학실 당일, 딸아이는 새벽녘부터 깨어나 안방으로 와 내 곁에 누워 애써 다시 잠들려고 노력하며 뒤척뒤척하는 모습이지만 끝내 다시 잠들지 못했고 나 또한 그 뒤척임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잠이 안 오냐는 나의 말에 너무 떨리고 얼른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하던 너. 그 속엔 설렘이 가득 찼다.
같이 누워 서로에게 장난을 한바탕 친 뒤 꼼지락꼼지락 일어나 새 학기 등교 시작시간이 달라 먼저 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 간단하지만 영양가 있는 주먹밥을 부지런히 뭉치기 시작했고 밥을 먹고 준비를 마친 아들은 학교 시간에 맞춰 먼저 집에서 나갔다.
아들을 보내고 입학식까지 시간이 좀 남은 터라 나는 밥도 짓고 이불빨래를 하면서 나갈 시간 계산해 딱-딱- 끝내놓는 나의 모습에 시간을 잘 활용한 거 같아 스스로에게 기특하다며 칭찬 한가득 해주며 기분을 끌어올렸다.
집도 정리 됐고, 딸아이와 드디어 학교로 출-발, 하기 전
학교 준비물인 실내화를 사러 문방구에 먼저 들렀다.
사면서도 왜 나는 항상 미리 준비하지 않는 걸까?!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 말고도 꽃을 든 엄마와 아들이 실내화를 사러 온 것을 보고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조금의 위안이 들기도 했다.
진짜 우리의 목적지인 학교로 향했고 포토존에서 사진 몇 차례 찍고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 체육관?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반별로 의자가 쫙 깔려 있었고 맨 뒤쪽으로는 학부모들 앉을 수 있게 여분으로 의자들이 더 펼쳐져 있었다.
딸아이의 반을 찾고, 자리를 찾아 앉히고 보니 자리 순서가 출석번호 순이라 맨 뒤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엔 여분의 의자가 있어서 운이 좋게도? 나는 딸아이 뒤에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니 크게 걱정되던 마음이 조금씩 작아지는 거 같기도 했다.
입학식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교장 선생님께서 축하 인사말을 하러 나오셨는데 세상 가장 흔하고 따분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고 뜻밖이지만 너무나도 신선하게 직접 기타를 메시고 반주에 맞춰 축하 노래를 불러주시는 것이다. 정말 생각도 상상도 못 한 공연?이었는데 이젠 이렇게 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입학식의 마무리는 해당 반으로 가서 본인의 자리를 찾아 앉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짧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고 그땐 부모님들은 복도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 길지 않고 짧은 순간이고 심지어 처음도 아닌 두 번째임에도 그 안에서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나마 집에 와서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딸아이가 학교에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며 교실에서 선생님께 들은 내용을 주절주절 이야기할 때였다. 그리고 기관에서 같이 다닌 여자친구 한 명이 같은 반이 되었으니 처음 낯을 많이 가리는 우리 딸에겐 참 다행이다.
그렇게 교실을 나와 신발 정리를 하고 집에 가려는데 학교 안에서 교실까지 길을 잘 모르겠다는 딸이 다시 가보자는? 적극적인 모습에 딸의 말대로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갔는 연습을 해보았다.
그럼에도 딸이 혼자 스스로 찾아서 잘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들긴 하지만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거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다 마무리하고 3학년 새 학기, 아직 끝나지 않은 오빠를 운동장에서 기다리며 딸아이는 운동장 한편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처음엔 혼자 놀았고 조금뒤 한 명 조금뒤 두 명 아이들이 몰리면사 끝엔 신나게 같이 놀았다.
나는 상당히 내성적이고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고 주변 엄마들과도 친밀하게 교류하는 편도 아니라
딸아이가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오늘처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의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쑥스러워서? 아는 친구지만 딱히 놀자고 먼저 부르지 않고 그 친구가 오면 쭈뼛쭈뼛 같이 놀다가 점점 편안함을 보이는 행동이 딱 내 모습인 거 같아 씁쓸하면서도 미안함이 들었다.
나 때문인 거 같아서-
그렇게 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굴을 알고 인사를
하고 지내는 엄마들은 있지만 그 엄마들은 나 말고 또 다른 엄마들과 많이 친해 보였고 나는 그렇게 지내는 엄마들이 없다는 것에 갑자기 황남매에게도 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나는 이런 감정에 이런 상황에 전과 달리 많이 무뎌졌고 개의치 않다는 감정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느꼈다.
그리고 사실 나와는 다르게 우리 아들은 학교든, 학원이든 사교성이 좋다는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들었고 듣고 있기에 그 사실이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조금 뒤에 아들이 끝나서 운동장으로 나왔고 다시 우리는 셋이 다시 모였다. 이상하게 쿵쾅거리던 가슴은 진정이 되었고 점심을 먹으러 단골집인 칼국수집으로 갔다.
붐비는 시간이라 조금 기다렸지만 맛있게 잘 먹고 아들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동네 서점도 갔고 카페도 갔으며 학원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내가 쉴 때의 보내는 일상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황남매는 씻었고 저녁 먹기 전, 모두 각자 새로운 공책에 이름을 쓰고 준비물을 챙기며 새 학기 느낌을 물씬 느낀 후 황남매가 좋아하는 뚝배기 불고기를 해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먹으며 나름 학교 선배인 아들이 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여러 방법을 알려주었다.
밥을 다 먹고 숙제를 다하고도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보드게임도 오래 하고 책도 읽고, 읽어주며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황남매가 잠들면서 내 할 일도 끝이 났다며 그제야 한숨 돌리며 마무리를 준비하며 몸은 상당히 피곤하고 녹초가 됐음 느껴지지만 마음만은 뭔가 가볍고 홀가분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이제 정말 딸아이는 학교라는 곳으로 큰 사회생활의 출발선인 첫발을 내디뎠고 앞으로는 스스로 해나가야 할 일들만 가득하다. 뭘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는지 아들 때는 이렇게 걱정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뭘 알아서 그런지? 아니면 여전히 너무 아기 같은 느낌의 딸이라 그런 건지-
암튼 오만가지가 걱정되긴 하지만 앞서서 말했듯 결국은 스스로가 경험하고 느끼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걱정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아이의 마음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주는 현명한 부모의 길로 나 또한 출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