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편 아닌 내 편
소위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말 있잖아요
저에게도 남보다 못했던 남편이 있었던 그런 시절이 한때 있었어요. 서로의 자존심만 내세워가며 혈기만 가득했던 결혼 초반이었죠- 특히 절 제일 지치고 힘들다고 느끼게 했던 건
남편의 정 떨어지는 말투 속 언어표현들이었어요.
싸울 때면 다신 같이 살지 않을 것처럼 정말 욕설 하나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어찌나 기분을 잡치게 하던지요-
황남편이 하는 말들은 제 가슴을 쑤시다 못해 후벼 파는 팠고 언제나 이 가정의 미련하나 없다는 듯 비추는 행동들이 앞으로의 모습에 발전과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끝이 멀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살게 만들었죠
그냥 같이 살 때나 남편이고 보이기로만 남편이지 원래
쌩판 남이구나 -
어느 순간에도 바로 남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가슴에 새기며 살아오면서 두고 보자 이를 갈며 보낸 시절이 신혼 초였어요
뭘 그렇게 두고 보고 싶었을까요?
누구든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을 겪는 거처럼 남편과 저도 결혼이라는 과정에서 한 부분을 지나고 있던 거였는데 말이죠. 물론, 그때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러한 과정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순간들을 보내며 함께 우여곡절을 같이 견디고 버텼기에 우린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제일 친한 단짝이자 전우 그리고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며칠 전
어린 시절 일들을 회상하며 글을 쓰던 중 순간적으로 말도 못 할 서글픔이 가득 차올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엉엉 거리며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난 뒤 알아차렸어요. 이젠 어느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던 상처가 아직도 저의 마음을 후벼 파는 고통을 느끼게 하며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요
어처구니없는 건 한바탕 울어버린 그 순간에 황남편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거예요, 남편은 모르지만요-
그 순간엔 황남편이 당장 바로 지금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생각 그뿐이었어요.
그러나 하필 그날따라 운동한다고 저녁 늦게 왔고 보통날의 저라면 이미 자고 있었을 텐데 서글픈 감정은 놓아지지 않았고 애써 잊으려고 노력해도 애써 잠들어 보려고 눈을 감고 노력해 봐도 혼자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불안함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 잔뜩 서글픔에 빠져 잠들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그렇게 기다리던 남편이 왔고 여전히 감정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저는 혼자 꿍해있었죠
그렇지만 눈치 백 단 황남편은 단번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 달래듯 저를 달래주며 무슨 일 있냐고 물었어요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는 저에게 더 이상 묻는 것을 포기했는지 아무 말 없이 제 손을 꼭 잡아줬어요.
짜증 날 법도 한데 말이죠 -
세상에나 그 손이 어찌나 부드럽고 따뜻하던지 태어나 그렇게 부드러운 손의 감촉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절대 잊을 수없을 거예요 저를 위로해 주던 그 부드러운 손길을요
열심히 일하고 온 남편에게 무슨 꼬장을 부린 건가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건 손길뿐만 아니라 제가 남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남편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나에게 어떤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를 진심으로 알게 된 그 전기처럼 짜릿하고도 생생한 그 느낌을 말이죠
우리는 신혼 초, 싸우면서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그렇게 상처받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를 받았기에 온전히 서로의 마음을 감당하며 보듬어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아직 함께 살 날이 많고 지지고 볶으며 아이들과 감사함이
넘치는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하지만 아무런 희망조차 느끼지 못했던 전과 달리 앞으로의 나날이 너무 기대되고 매일이 소소한 행복 속에 살고 있어요
모든 한 번에 이뤄지는 건 없을뿐더러 한걸음 한 걸음의 스텝을 밟으며 그 감당의 값을 정당하게 치러야만 뒤돌아 봤을 때 아프지 않고 제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하며 지금의 남편이 남의 편 같다면 변화할 것을 믿고 기대해 보세요.
믿음을 가지면 믿게 되고 믿게 되면 기대할 수 있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