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월요병, 반복의 일상

by 은조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언제나 힘들지만 특히 월요일의 아침은 날씨가 좋아도 힘든데 더군다나 오늘처럼 날씨까지 흐릿하고 꾸물거리면 더욱 일어나기가 싫어지고 몸이 죽죽 처진다.


이 월요병이 어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조금 더 늦게 자도 주말엔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들 눈을 번쩍번쩍 뜨고 일어나는 황남매도 유독 월요일은 못 일어나고 힘들어한다. 정말 월요병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래도 이번주는 화요일에 쉬게 되어 오늘 아침엔 조금 마음이 편안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다음날 바로 쉬니까-

오늘만 다녀오면 내일 쉬니까,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정리되지 않은 몸을 끌고 출근길에 나선다.


여기서 내가 아침에 잘 일어나고 싶을 때 쓰는 특별하고도 기가 막힌 비법을 하나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나름 다이어터? 로써 항상 배고픈 상태로 아침에 바로 먹을 수 있게 전날 저녁, 내가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논다. 예를 들면 김치찌개라던가.. 김치볶음밥이라던가..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곤 침대에서 나오기 싫을 때 미리 해놓은 음식들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몸이 벌떡 일으켜진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생각 하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을 아니까


오늘 아침에도 전날 일요일, 낙지찜을 시켜서 먹고 남은 양념에다 밥을 맛있게 볶아서 유리 용기에다 따로 소분해서 담아놨고 그걸 생각하면서 일어나 반 덜어 따뜻하게 데워 먹었다.

나머지 반은 퇴근하기 전부터 먹을 생각에 신이 났고 오자마자 꺼내서 데워 먹는데.. 밥이 줄어드는 게 너무 아쉽고 아까웠다. 이렇게 먹을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니-


그리고 바로 내일 쉬는 날이지만 일상은 똑같이 흘러간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마음속 이상한 여유가 생겨 미루던 두부조림을 해봤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봤지만 집에는 없는 재료가 많아 그냥 내 맘대로 양념 넣고 조리고 조렸다.

중간쯤 조렸을 때 뭔가 싱거워 추가 양념을 더 넣고는 그냥 냅다 졸였고 맛은 보지 않았다. 맛은 있겠지 뭐.. 하면서...-


평일엔 절대 핸드폰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들이, 2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핸드폰 게임을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 또한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하고 싶은 마음이 그 순간이 얼마나 간절함을 담아 원하는지 알기에 1시간만 하라고 하니 방에선 잔뜩 신이 난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로 내 기분도 슬쩍 신이 난다.


게임을 하기로 한 1시간의 약속 시간이 끝나고 황남매는 잠자리에 들었고 그때부터 시작되는 나의 시간, 매일 하는 나의 패턴, 일기부터 시작해 내가 해야 하는 글쓰기 연습을 해본다. 요즘 저녁에 집에서 읽고 있는 책을 한 장씩 읽으며 찔렸다가 감동받았다가 또 내 감정 선의 널뛰기는 높이 튀어 올랐다 내려간다.


집중하며 글을 쓰는데 또 알레르기가 올라왔나 보다.

몸의 이곳저곳이 간지러 미리 받아 두었던 알레르기 약을 먹었다. 약을 먹은 뒤 읽고 있던 책을 계속 읽어본다.

지금 내가 관심 가지고 읽고 있는 분야의 책은 글쓰기 책이다. 본인이 결핍되어 있는 것에 손이 뻗어 나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능인 거겠지-


마저 읽고 있는데 내일 비가 오렸는지 이곳저곳 온몸이 쑤셔 온다. 쑤시다 못해 조금은 아픈 몸을 끌고 침대에 올라와 앉는다. 따뜻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는다.

처음엔 차가워 놀랐던 감촉이 금세 연탄 불 쬐어 논 마냥 따뜻하게 바뀌어 온다.


그 따뜻함 속에 냉장고를 떠올린다. 그리고 쿠팡에 들어간다.

월요일이 되면 주말새 텅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장바구니에 이것도, 저것도 담아 넣어야 한다.

거의 같은 음식들로 채우긴 하지만 언제나 더 좋은 거 있을까 더 맛있는 획기적인 것이 있을까 찾고 또 찾아본다.


주문까지 마치고 나면 마음 편히 화장실을 다녀온 뒤 한참 즐겨보는 먹방 유튜브를 본다. 대부분 영상을 끝까지 보진 않고 중간중간 넘게 보는데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영상엔 공통점이 있다. 일단 그 메뉴가 라면이라는 것이고 그 옆에 새빨간 김치가 함께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다 보면 너무 먹고 싶어 진다. 그 마음이 고통으로 바뀔 때면 영상을 끄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몸을 천장을 향해 일자로 누워 눈을 살며시 감아본다.

거기서 그냥 잠이 들면 기분 좋은 다행이고 자꾸 이 생각 저 생각나면 늦게 오는 황남편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알레르기 약이 좀 졸릴 수 있다고 하더니만 정말 약간씩 눈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졸린 걸까? 이 졸음은 내가 이겨낼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지고 잠들어야 하는 걸까-

아 이렇게 무사히 월요병을 극복하고 눈을 감아 본다


양쪽 귀에서 들리는 삐리리 삐리리 소리

나도 모르게 눈만 감았다 떴을 뿐인데 화요일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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