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여기지 않아서
추운 날씨가 계속된 한파 속 몸과 마음이 잔뜩 움추러지던
유난히 지친 한 주를 보낸 금요일 저녁 퇴근길이었다.
직장인에게 금요일 저녁은 꿀 같은 날 아니겠는가?
물론, 토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나에겐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남편이 쉬는 날이고 나도 오전근무만 하고 끝나니 평일보단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치우고, 남편이 오기 전까지 집안일을 싹 끝내놓고 남편만을 기다렸다. 왜냐? 오늘은 금요일이니깐! 남편과 맥주타임을 가져야 하니까!
퇴근이 비교적 늦은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부부관계 평화를 위해선 이 과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금요일만큼은 참아낸다.
졸린 눈을 부여잡고 자고 싶은 충동을 눌러 남편을 기다린다.
이런 상황을 아는 남편도 최대한 빨리 오고자 노력하기에
그나마 다른 날보단 빠르게 퇴근을 하는 남편. 띠띠띠띠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보이는 모습- 남편이 왔다! 그렇게 우리의 맥주타임은 시작된다-
우리는 평일동안 하지 못했던 밀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패턴이 달라 주말부부는 아니지만 주말부부처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렇기에 이 시간이 더욱 달콤하고 조금 더 생생하게 누리고 싶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생각보다 오래 즐기진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 마냥 시간을 보낼 순 없는 것- 아쉬움은 내일로 남기고 짧고 굵게 마시고 자야 한다.
이날도 그랬다. 즐겁게 마시고 마무리하고 딱! 자려는데 남편이 피곤하니까 영양제를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피곤하진 않으니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이상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나에게
‘무식하게’라고 하는 것이다. 무,. 식, 하, 게?
아니, 갑자기 무식하게 가 왜 나오지?
기분이 묘해지며 점점 좋지 않았지만..... 일단 맥주도 마셨겠다 피곤하니 크게 저항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속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 마음으로 출근한 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 위에서 아주 푹 쉬고 있던 남편.
좋은 마음으로 대하지 못했다. 솔직히 많이 툴툴거렸다.
일 하면서부터 지끈지끈 아프던 머리와 호르몬 이슈도 있고
이래저래 컨디션이 별로인 것도 있었지만 남편이 했던 말이 제일 거슬려 나 또한 좋은 말투로 나가지 않고 툴툴거린 것이다.
나의 계속된 툴툴 거림에도 남편은 처음엔 잘 대해주려고 노력했다.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서운함을 말하고 풀려고 노력했고 풀어가고 있는데… 일이 발생했다.
집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그 불판에다 베이글까지 구워 먹던 중
베이글 안에 들어있던 치즈가 남편 입꼬리에 붙어 덴 것이다. 상당히 뜨거워서 아파하던 남편. 아팠겠지
조금 뒤, 맛있다며 나에게 먹여준다 하는 것이다. 좋다고 입을 쫙 벌렸는데 그 불판에 있던 베이글 빵을 일부러 내 입꼬리에 댄 다음에 입에 넣어주는 것이다. 순간 정말 싸이코인줄 알았다. 그래서 사이코라고 말했다.
본인은 장난이라고 했지만 나는 다시 감정이 상했다.
물론 빵만 있던 거였고 남편이 데었던 것만큼 그렇게 뜨겁진 않았지만 그런 장난을 쳤다는 것에 감정이 상했다.
아이들한테도 그런 장난을 쳤을까? 전혀!
그러지 않았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깐. 남편에게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부터 시작해서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에 그 부분에서 나는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난 것이다.
머리가 다시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지끈거림.
시간마다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저녁 8시가 되었을 때 침대에 드러누웠다.
얼마나 기다려온 주말인데 더 즐기지 못하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침대에 누운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서운해했다.
그리고 일요일.
교회를 다녀오며 미안함이 커졌다.
토요일 내가 투덜대고 너무 틱틱거렸고 말도 너무 사납게 하고 잘해주려고 한 사람한테 너무 성질낸 거 같아 마음을 다시 다듬고 잘해보자 결심하고 왔는데 남편이 이젠 침대에 누워 뾰로통한 어제의 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표정과 말투, 행동이.
우린 그렇게 어긋나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엔 치킨 먹고 싶다는 아이들 의견에 따라 치킨을 주문했는데 그것 또한 타이밍이 어긋나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한 공간에서 먹으며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고 각자 말을 하는데 서로 대답을 안 하니 결국 혼잣말 메들리를 하는 격이 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다 보면 서로 이야기를 하겠지, 풀리겠지...
했지만 나도 남편도 똑같이 누구 하나 먼저 넘어갈 생각이 없던 모양이다. 계속 그런 반복되는 상황이 부대껴 더 이상 말을 멈추었다. 티브이나 보자-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하나가 삐끗하니 그 뒤부터는 줄줄이 어긋나고 있는 우리.
자존심이고 뭐고 부부사이에 중요한 건 없다지만 아직도
한 번에 서로를 이해하며 다가가진 못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입장 차이와 다른 감정 속 느낀 서운함과 화.
한발 떨어져 있으니 객관적으로 상대방을 마음을 생각해 보는 신선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으나 마음이 찝찝한 건 사실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우리 부부는 칼을 몇 번이나 휘두르고 휘둘러 봐야 이것들이 소용없다는 걸 깨닫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