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행복

받아들이다.

by 은조

울퉁불퉁 고난의 연속, 펴질 가능성이 희박한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평탄치 못한 고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낸 그녀의 삶이 이젠 그저 무탈한 행복만이 따르기를 바랄 뿐이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자다 무심결에 깨어난 새벽 4시,

남편과 딱 1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자고 이야기를 한 뒤 다시 잠이 들었고 그렇게 우리가 다시 일어난 시간은 새벽 6시 30분-


출근할 때 일어나는 시간과 다를 바 없었다.

출근하듯 일어나 출근 준비하듯 씻었다. 같은 듯 다른 아침준비. 이날은 그동안 마주하기 싫었던, 엄마의 이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날, 바로 이사한 곳을 가는 날이었다.


세종으로 이사 간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토요일, 미리 연차를 냈었기에 빼도 박도 못한 채 무조건 가야만 했던 날.


주말이라 차가 막힐 것을 예상해 새벽 출발을 계획했지만 생각보단 늦게 출발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자고 일어난 덕에 피곤함을 물리치고 더 나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던 하루였으리라..


연차의 이유는 엄마네 집을 가기 위함이었지만 그 안에 더 큰 계획은 사실 가족여행이었다.


토요일에 쉬기 힘든 편이라 엄마와는 오전 중에 만남을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세종 가볼 만한 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고 어쨌든 토요일에 일터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으로 첫 시작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러나 점점 세종으로 차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요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엄마를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아니, 어떤 표정이 지어질까? 고민이 아닌 것들이 고민이 되는 이상한 마음이 계속해서 들었으니 말이다.


아직 엄마의 이사를 진심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되어서 그랬던 걸까? 그러니 과연 내 표정이 그런 척 꾸밈으로 변화되어 나올 수 있을까?


옆에 새아빠도 함께 있을 텐데 내가 가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감정으로 표현해야 맞는 것일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계속되었다. 그사이 도착한 엄마네 집 앞. 주차가 끝이 나고 엄마가 문을 열고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차에서 생각했던 것들은 아무 소용없었다. 마주하니 꾸며서 행동 따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인걸


집 안으로 들어서자 한 눈으로 담기로 어려울 정도로 넓고 넓은 집안이 보였지만 부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집주인들이 구경하는 것을 원하는 거 같아 한 바퀴 쓱 둘러보고 소파에 앉았고 큰 영양가는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주고 가다 밥을 먹고 카페에도 가고 나서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두세 시간, 함께 있으면서 느낀 감정은 두 개.


역시 이러 구성의 만남은 언제나 끝의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러나 엄마가 평온해 보이고 행복해 보여 다행이다.

그러니 그걸로 됐다.


그래서 이번 세종을 다녀오며 엄마의 이사를 진정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곳에 있고 그곳에 있으므로

행복해 보여서.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없으니... 일반 치는 않으나, 이렇게 인정하고 나면 엄마를 내 마음속에서 비워주고 그곳으로 보내줘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이렇게 받아들이고 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이다. 말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깐-


엄마의 행복을 눈으로 보고 감정으로 느끼니 더 이상 붙들어 매달려 있을 수 없었고 당연히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옆에 있는 게 맞는 것이라는 현실도 보였다.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둘이 처음에 만나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랬지만 이젠 서로 같이 너무 잘 지낸다고- 20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 그렇게 살아가면 이젠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당신이 생각하는 먹고살만하다는 것의 기준은 모든 것을 돈으로 기준을 매기니 모든 하나하나 금액을 낱낱이 보여주면 누가 누가 펑펑 잘 쓰나로 정산해서 등수를 선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자랑짓거리 하는 것에 재능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그런 거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 옆에서나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


그러니, 만날 때마다 도와준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한다. 그런 말을 그만해 주면 좋겠을 뿐.


좋은 집, 좋은 차.

그런 것만 행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가엾은 사람.

그런 것에 잠시나마 흔들리는 역겨운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주어 정신 차리게 해 주고 정확한 위치를 짚어줘 현실을 깨닫게 해 줘 초심을 돌이키게 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해주어야 할 거 같네요. 다시는 역겨워지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역시 너와 나, 우리는 우. 리가 될 수 없는 인연인 것이라고

그래도 엄마의 울퉁불퉁 찌그러진 원이 그곳에서 조금씩 펴져가고 있음을 이젠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