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밤

같은 마음

by 은조

이 밤도 언젠가 경험했던 그날밤과 같았다.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한 채 머릿속 둥둥 떠오르던 여러 생각들 중 한 가지 생각이 기어코 생각에 생각을 만들어내던 그날밤과 같은 밤이었다.


그러다 나의 생각을 뺏어간 건 멈출 생각 없이 울어대는 밑에 집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하루이틀 들리는 소리도 아니지만

이날의 울음소리는 유독 길고 서러웠기에 자연스레 우리 딸아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정확히 모르지만 12개월, 돌은 지난 밑에 집 여자 아기.

우리 딸도 그 무렵 울음이 길고 상당히 자주 우는 편이었다.

그땐 나도 힘들어 마냥 생떼 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라는 것을 커가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첫째는 아들인데, 유난히 순둥 순둥한 기질을 타고난 편인 데다 먼저 키우다 보니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딸아이가 유난히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낮에도 밤에도 시도 때도 없이 안아 달라고 그렇게 안아만 달라고 하는 아이를 볼 때면 사랑이 넘쳐서라긴 보단 그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 안아주었고 저녁이면 우는 소리를 못 견디는 남편 때문에 서로 예민해지고 작은 말다툼에서 결국 끝장나는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 그 상황이 싫어 의무적으로 딸아이를 안아야 했다.


밑에 집 아가의 울음소리가 깊고 커질수록 그런 상황들이 쭉 떠오르며 딸아이에게 그때 가졌던 감정에 대한 미안함으로

한쪽 가슴이 깊게 아릿해지는 것이 느껴져 왔다.


그땐 나도 너무 어렸고 그땐 나도 너무 지칠 대로 지쳤었다고 많이 힘들었다고 핑계대보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엄마인데.... 그러지 말걸..... 후회가 가득 몰려오던 새벽녘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 울음소리에 지금은 힘들겠지만 안아주면 좋겠다는 오지랖이 피어오른다. 지금은 죽을 듯 힘들지만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분명히 나처럼 저릿한 후회가 남는 날이 올 테니-


사실, 밑에 집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남자. 즉 아기아빠와 우리 부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나하고만 걸쩍지근하지만


6년 전? 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 오고 며칠 안된 밤 사이, 아침에 현관문을 열었는데.... 글쎄.... 문 앞에 떡하니 A4용지가 붙어 있는 것-


내용인즉, 층간소음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인 저주 가까운

치욕적인 내용들이었다.


살면서 그런 말과 그런 일을 겪고 들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기에 놀라기도, 수치스럽기도 했지만 제일 먼저 그날집들이를 했던 상황이라 시끄러웠다는 걸 인정하는 바.


죄송한 마음에 바로 진심 어린 사과 편지와 마음을 담은 빵들을 사서 가져갔으나 부재중이라 문고리에 걸어두고 외출한 뒤 집으로 왔는데.. 그 길지 않은 외출 사이 다시 빵 쇼핑백을 우리 집 현관 바닥에 놓고 간 것이다. 그럼 집에 있었다는 것?!

어쨌거나 그때부터 전쟁은 시작되었다.


낮이건 밤이건 조금의 발걸음에도 말소리에도 즉각 집으로 쫓아 올라와 문부터 두드려 컴플레인을 표출하는 건 기본.


우리 집이 긴가민가 할 때면 문 앞에 귀를 대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 아이들한테 늘

뛰지 마, 조용히 해! 를 입에 달고 살며 살아가야 했다.


집이 편안한 곳이 아닌 상황이 되어버리니 정말 한동안은 진지하게 부동산마다 1층집을 알아보고 다니기도 했으나 뜻이 아닌지 이어지진 못했다...

(우리가 들어오기 전, 잠시 빈집이었다고 한다)


조금 더 억울했던 건 저녁 8시면 무조건 취침에 들어가는 아이들. 7시 40분부터 잘 준비를 시작한다.


유치원을 다닐 땐 아침에 나갔다 집에 오후 5시 정도에 들어오는데 그 2-3시간을 이해 못 해주는지, 시끄러우면 얼마나 시끄럽다고, 잘 참다가도 부화가 치밀어 오르고 점점 나의 분노도 익어가던 즈음 애들이 자는 고요한 저녁 시끄럽게 벨소리가 울리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밑에 집 남자-

쿵쿵 울리는 소리, 소음 소리에 올라왔다는 남자-

너무 화가 나서 들어와 보라고 지금 누가 쿵쿵거리냐고

다 자고 있는데!!!! 막 소리치며 싸웠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믿지 않던 그 남자.

그런 사람과 더 이상 할 말도 말할 수도 없었다.


끝판은- 토요일, 일하는 있던 나에게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밑에 집 남자와 그의 엄마까지 같이 올라왔다며- 왜?????


그때 시각 낮 1시...... 그건 뭐 윗집에 살지 말라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예민하시면 단독주택으로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감정이 쌓일 대로 쌓여갔다.


윗집 사는 죄인 모드는 버려버렸다. 최선을 다했는데 호의를 권리인 양 누리길래 미안함은 사라진 지 오래-

그다음부턴 올라와도 무조건 맞불!


그러던 어느 날, 절대 잊지 못하게 그날은 크리스마스였다!

한동안 잠잠하게 올라오지 않던 그 남자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가지고 우리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정말 예상치 못한 뜬금없는 방문이었으나 다행히 싸우자는 건 아니었으니... 거기서 가장 놀란 건 먼저 미안했다며 잘 지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약간의 작은 의심은 있었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도 과일 바구니를 건네며 마음은 풀되 더욱 조심하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남편만-


그런 남자집에 가족변동이 생긴 것이다. 어느 순간 그의 엄마가 안 보이더니 부인과 아기가 보이기 시작한 것.

엘리베이터에서 세 가족을 만난 남편이 그랬다고 한다.

“아기 키우기 힘들죠?!” 멋쩍은 듯

“네, 그렇네요 “라고 대답했다는 밑에 집 남자.


다 역지사지! 본인이 겪어보고 느껴봐야 진정으로 아는 법.

이제 돌 지났다고 했다며 아기 옷 사주자고 하던 남편.

(나는 그래도 그 정도 마음은 아닌걸?)


퇴근한 남편과 둘이 앉아 하루의 마무리 행복! 맥주 한잔 마시고 있노라면 아기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밑에서 올라온다. 그러곤 둘이 함께 힘듦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경험자의 경험치를 쏟아내곤 결론은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이야기로 웃으며 끝이 난다. 지나고 나니 나올 수 있는 웃음이라는 걸 우리 부부는 말하지 않지만 너무 잘 알고 있으리라.


가끔은 잠드려는 딸아이와 아들이 밑에 집 아기가 너무 운다고 시끄럽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다 너희들도 저런 시절을 지나쳐 온 것이라고 그때를 떠올리며 생생하게 전달해 주면 진짜 본인들도 그런 때가 있었냐며 신기해하는 아이들.

있고말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다 보면 아, 그때 더 잘해줄걸.

더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들과 상황들이 많이 떠올라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곤 하는데 다시 돌아갈 순 없으니 앞으로 후회하지 않게

그 감정에서 멈추지 말고 지금부터 더 나아가며 채워가는

사람, 부모가 되도록 계속해서 배우고 노력하며 아이들에겐

후회 없을 넘치는 사랑을 쏟아부어줄 것이다.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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