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비밀

약점

by 은조

배가 고팠고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저녁이었다.


원래 계획은 여느 때처럼 아이들이 다 잠들고 나면 혼자 조용히 먹고 빠르게 자려고 했지만 원래 늦게 잠드는 딸아이가 유난히 이 날따라 더욱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또 유난히 배가 많이 고팠던 나는 견디지 못한 채 아들이 잠든 것만 확인 후 거실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예상했듯 아니나 다를까 그 소리에 옳다구나! 웃으며 나오는 딸아이.


에라 모르겠다, 하나하나 먹을 것을 챙겼다. 먹다 남은 김치찌개와 맥주, 컵까지 주섬주섬 꺼내는 나를 보던 딸아이가 진지하게 배고프냐고 묻는데 순간 민망했지만... 지체할 새 없이 그렇다고 말하곤 빠르게 방으로 챙겨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딸아이는 비장한 표정으로 아들, 오빠에겐 비밀로 해주겠다며 오빠가 알면 엄마는 자기 전에 왜 먹냐고 하고 오빠도 먹고 싶을걸?! 그러는 것-


풋,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알겠다고 비밀 지켜달라고 말하며 최대한 고마운 티를 담아냈다.


그렇게 우리만의 비밀이자 나의 약점이 생겨났다.


다음날 아침.

쉬는 날이라 여유롭게 딸아이와 함께 아침으로 먹을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맛있게 먹었냐고 묻는 딸아이.


응????? 뭘??????!? 하다 앙큼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생각난 어제저녁 김치찌개와 맥주. 아니, 비밀로 해준다면서 아들이 옆에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묻는다고?????


나의 약점이라는 것이 확실해진 순간.


딸아이의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더 과한 반응으로 대꾸했다.

아들이 없는 순간, 비밀 지켜준다면서 오빠옆에서 왜 말하냐고

흥분하듯 물었더니 글쎄, 3학년 센 언니는 조금의 미안함도 당황함도 없이 오빠 눈치 못 채잖아~ 로 끝내버렸다.


겨울방학이 끝난 3학년 언니 하교를 맞이하러 갔고,

오랜만에 간 학교였으니 이런저런 것들 묻던 중 빠질 수 없는 급식 이야기가 나왔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끝이 어제 엄마의 비밀사건인 것이다. 그냥 엄마 저녁에 김치찌개랑 맥주 먹었다고 말해라 말해-


가만 보니 이 친구는 본인만 알고 있는 엄마의 비밀이 마냥 좋은 것이었다. 엄마는 먹어도 된다고 비밀로 해주겠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 점점 딸아이가 잠들기 기다렸다 먹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 상황.


그리고 지금도 맥주를 계획하고 있던 상황인데...

역시 그때와 같은 분위기. 아들은 이미 꿈나라에 빠져들었고

딸아이는 방에 누웠지만 자니? 싶으면 큼, 큼 하고 소리를 내고 있다.


내일은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시라고 빠르게 먹고 빠르게 자고 싶지만 또 하나 우리의 비밀이라 쓰고 나의 약점이라 불리는 것을 만들면 좋진 않겠다 생각 들어 안전한 선택을 해볼까 한다. 기다림. 인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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