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두고 떠난 스리랑카] 짐 꾸리기

by 삼콩


이번 여행은 스마트폰을 두고 가기로 했다. 따라서 평소 짐을 꾸릴 때와는 다른 질문이 필요했다.


“나는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먼저 떠오른 건 시계였다. 평소 시계를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이 시계의 모든 기능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고 싶을 때, 알람을 맞출 때면 스마트폰을 흔들어 깨워 왔다. 여행을 위해선 손목시계와 알람시계가 둘 다 필요하다.


손목시계를 하나 장만했다. 오랜만에 차 본 손목시계의 감각이 낯설다. 시계를 바라본다. 초침이 일정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고요한 호수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물고기 같다. 손목시계의 시간에는 연속성이 있다. 1초 전과 1초 후, 1분 전과 1분 후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디지털시계의 시간은 분절되어 흘러간다. 어느 순간이 되면 숫자가 툭 하고 바뀐다. 그동안 나는 분절된 시간의 단위 속에서 살아왔다. 심지어 시간의 단위를 더 잘게 쪼개려 했다. 스스로를 점점 더 바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카메라였다. 우리는 필요할 때면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사진은 ‘사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었다. 이제는 모두가 뛰어난 성능의 카메라와 캠코더를 지닌 사진작가가 됐다. 언제든 내키는 대로 촬영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음악도 빠질 수 없다. 음악이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음악은 여행에 특별한 편집 효과를 준다. 또, 음악은 순간을 담아내는 힘이 있다. 마치 사진처럼. 여행지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그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곤 한다. 바다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던 순간의 온도와 습도, 앉았던 계단의 까끌거리는 촉감까지도 다시 살아난다. 음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MP3를 구해 노래를 담아기기로 했다.


여행 전날, 스트리밍 어플을 뒤져가며 노래를 다운받았다. 마음에 드는 구슬을 골라 목걸이를 꿰어내는 심정으로 한 곡 한 곡 신중히 담았다. 언제든 어떤 음악이든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는 보름 동안 안녕이다.


마지막으로 서류들을 출력했다. 여권 사본, 항공권, 입국비자, 숙소 예약 확인증을 뽑았다. 지도는 가이드북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여러 기능이 필요했다. 여행을 하며 꼭 필요한 정보 검색, 문서 작성,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소통을 위한 SNS기능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 노트북을 들고 가기로 했다. 대신 규칙을 정했다.



하나, 노트북은 숙소 밖으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둘, SNS는 카카오톡만, 하루에 한 번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서 확인한다.

셋,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숙소에서 검색해 노트에 적어 다닌다.


이렇게 해서 짐이 꾸려졌다. 이제 떠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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