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이나 예술적 표현이
‘인류 대표 성명서’ 일 필요는 없다.
모든 목소리가
‘보편 인간’을 연기해야 할 의무도 없다.
사람이라는 구조는 보편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몸을 가지고 태어나고,
서로 다른 환경과 인연을 선택하며
전혀 다른 역할을 살아간다.
여자의 경험이 있고,
남자의 경험이 있다.
엄마로서의 경험이 있고,
아빠로서의 경험이 있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살아온 시간도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있고,
아직 아무것도 해보지 않은 채
버텨온 시간 또한 하나의 경험이다.
이 모든 경험은
서로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것도
다른 경험을 대표할 필요는 없다.
나는 성 정체성을 가진 존재다.
나는 ‘사람 일반’을 대표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몸으로 살았고,
나의 조건 안에서 감정을 배우고,
나의 언어로 사유해 왔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경험을 말한다.
그것이 전부다.
그런데 왜
자신의 삶을 말할 때마다
모든 인간의 보편성을
대신 대변해야 하는가.
누군가의 서사에
공감이 아니라
공감받고 싶은 자기 자신을
겹쳐 넣는 순간,
그것은 이해가 아니라 침범이 된다.
각자의 서사는
각자가 쓰면 된다.
공감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받아야 할 권리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무조건 제공해야 할 책임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