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 세계
엄마에게 안정은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흔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아니,
처음부터
흔들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였다.
외할아버지는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각에 출근했고,
같은 시각에 퇴근했다.
퇴근 후 저녁 식사 시간에는
반드시 맥주 반 잔을
약주처럼 마셨다.
동네 사람들은
외할아버지를 보고
시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생활이 반듯한 사람이었다.
외할머니는
그 생활 리듬에 맞춰
살림을 했다.
집안일과 육아에만 전념했고,
동네 친구들과
수다를 나누는 일조차
거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는
농담이 없었다.
웃음도,
의외성도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 집의 하루는
언제나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안정이라는 것은
지루함을 뜻하는 것일까.
아버지가
우등생이었다면,
엄마는
모범생이었다.
우등생은
항상 앞서가야 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고,
모범생은
정해진 자리에 머무르며
흔들리지 않았다.
모범생의 삶은
느리지만 안전했고,
엄마는
그 안전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처음 선자리에 나간 모범생이
정년이 보장되고
계획적인 삶이 가능한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
게다가
8남매 중 넷째라
맏며느리 노릇을 할 일도 없는
그 남자를 선택한 것은.
엄마에게 그 결혼은
모험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세계로
한 걸음 옮겨가는 일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안정적인 결혼생활은
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엄마가 꿈꾸는 안정이
도착지라면,
아버지에게 안정은
오래 쌓아 올린 구조물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그 구조물 안에서
아주 작은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