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낯설어진 월요일 출근길

흔들리는 마음

by 유초화

동창들을 만난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출근길이었다.


오늘은

여태까지의 월요일과는

조금 달랐다.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

이대로라면

그는 무난하게 지점장이 되고,

계획된 삶 안에서

계획적인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큰 탈 없이,

조용히.


괜히

동창들 때문이었을까.

주말의 풍경 하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 건 아닐까.


마흔이면

세상일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판단력이 또렷해지는 나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고작 그랜저 하나에

이렇게 마음이 어지러워질 일인가.


나도

소나타 정도는 끌고 다닌다.

그랜저가

뭐라고.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람들은

은행 업무가 오후 네 시까지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은행의 하루는

오후 네 시부터 시작된다.


서류를 정리하고

창구를 정돈하는 시간.


야근은 늘 있는 일이었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그 익숙한 풍경 속에서

그의 마음만

이상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렇게

월급만 받아서는

답이 없는 인생이다.


시시하고,

자존심 상하는 인생.


그가

오래 쌓아 올렸다고 믿어온 구조물 안에서

작디작은 소리가

다시 들렸다.


우지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던 소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했다.


구조물은

언젠가 무너진다.


그는

실패해 본 적이 없었다.


성실함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머리도 비상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을 때도

금세 요령을 익혔고,

남들보다

빠르게 능숙해졌다.


두뇌도 있었고,

일머리는 더 좋다고

스스로 믿어왔다.


전망이 좋은 일만 찾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아내와 두 딸을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할 수도 있다.


그 생각은

조심스럽게 다져진 계획이 아니라,

지표면을 뚫고 올라오는

용암처럼

갑작스럽고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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