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 최면에 빠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만큼 몸이 편했던 하루였을까?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의 이불킥을 되뇌자면 이놈의 생각모터가 풀가동을 하는 것이다. 끌 방법이 없을까?
몇 달 전 집사부일체에서 물리학 박사이자 뇌과학자인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후회란 고등동물만이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지금 아주 고차원적이고 생산적인 두뇌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하며 내일을 기약하자. 나만 그랬겠냐? 다른 사람들도 나름의 이불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모두 똔똔이라 여기면 억울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으리.
때론 내 인생이 토끼와 거북이 같다.
토끼는 나, 거북이는 시간..
여유 있게 생각했던 날이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여느 때와 같이 정신없는 하루가 되어 버리니.. 결국 피곤하고, 피곤한 일상이 반복되곤 한다. 농땡이를 친 건 아니지만, 여유 부리다 뒤통수를 맞는 것이다. 나의 시간에게, 나 스스로에게, 내 삶에게.
방법이 없을까. 늘 조심하려 하지만, 신났다가 결국 헐레벌떡이 되고 만다. 매번 아쉽다. 그럼에도 어제는 곧 죽을 것처럼 나를 극단으로 몰아넣고 오늘은 말도 안 되게 기적처럼 회복해 버리는 내가.. 나도 놀랍다.
좋다. 잘하고 있다. 그 회복력.
그 이성! 그 자기합리화!! 그 정신승리!!!
그러고 보면 내가 참 낙천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사람이구나. 뭔가 일이 벌어진 당일은 괴로움과 후회로 이불킥을 서른일곱 번쯤 해도 잠을 못 자고 새벽까지 고통의 쳇바퀴를 무한 반복하는데, 자고 나면 깨끗하게 리셋 시키고는 또 앞으로만 달려간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과 나를 이끄는 호기심의 향로를 따라 가느라 당최 뒤돌아보고 왈가왈부 참견할 여유가 없다. 딴지 거는 사람들은 참 피곤하지만 일일이 상대하거나, 뒷담화할 시간마저 참으로 아까운 것이다.
내 앞길이 구만리다. 너무 바쁘다. 체력과 시간이 남아도시는 분들은 그렇게 간섭할 거 다 하면서 그 수준 그대로, 그 나물의 그 밥으로 재밌게 사시길 :)
온갖 인자한 척은 다 해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빡치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주 아주 큰일이라며 온 정신이 쏠렸다가도 이내 다른 더 큰일들이 찾아와 지금의 문제는 문제도 아닌 게 된다. 그러니 세상에는 사실 열받을 일도 분할 일도 없다. 잠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참아서 마음의 병을 만들 필요도 남에게 토해내어 문제를 일으킬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저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며 내 할 일을 하자.
나한테는 해로운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고,
내 눈엔 천사가 따로 없어도 누군가에겐 악인일 수 있으니.
글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듯
삶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며 사는 거다.
아무리 갈 길이 멀고 안개로 자욱하다 해도 멈추지 않는다면, 하루에 딱 한 발짝이라도 전진했다면, 그건 희망이 있다. 스스로를 걱정하며 써 붙여 놓았던 다짐의 메모들을 떼는 날이 왔다. 이제는 지금 내가 주력할 일과 이로 인한 최종 목적지까지의 마인드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냥 앞만 보고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된다. 뛰는 날도 있고, 걷는 날도 있겠지만.. 확고한 믿음이 있으니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멈추지만 마라.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