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획된 우연 Oct 05. 2022

뭐 하고 있니, 이 녀석아!

사색

가끔.. 무시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이 당연하게 너무 중요한 일상을.. 모두 외면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읽던 책이라면 바로 책갈피 꽂아 덮어두고, 보던 영화라면 일시정지하고서 그냥 밖에 나가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 오면 좋으련만.. 징글징글한 일상의 무게가 시시각각으로 숨통을 조여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다.


몸쓰는 일이면 몸을 쉬면 될 테고, 머리 쓰는 일이면 머리를 쉬어주면 될 일. 말은 쉬운데,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게 보내버리는 시간도 일종의 시간 투자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그러한 선택을 한다는 건 다른 선택을 내려놓는 것 아닌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다사다난한 우리의 일상은 우리를 쉽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왜 나는 요즘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있을까. 정말 힘들기 때문이겠지.. 뭐든 하기에 앞서 계획이 중요한 나로서는 계획 없이 세상에 던져졌을 때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고 부유하게 된다. 이거 다음엔 저걸 하고, 저거 다음엔 그다음 걸 해야 한다는 마음속 순번이 잘 정돈되어 있을 때 안정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모든 것이 흐트러져 버렸다.


마음의 스크래치가 너무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든 다독여 보기 위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바람을 쐬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봤던 것 같다. 역시 이성보다는 감성이 너무도 크게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한참을 내 일상에서 벗어나 배회하다 보면 현타라는 게 찾아와 앞통수를 제대로 가격한다.


뭐 하고 있니, 이 녀석아! 지금까지 날려버린 이 시간들은 대체 어디 가서 보상받으려고?


그럼에도 이미 출발했고, 멈추지 않으면 제 시간에 도착할 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돌아오는 길에는 출발할 때의 복합적인 감정들마저 잊고 홀가분해질 테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면 내 눈앞에 펼쳐질 더 나은 될 세상을 그리며 발걸음을 가벼이 하자.


이 길의 끝에 뭐가 없더라도.. 이 길 위에서 이미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확인하지 않았니?

이전 10화 득도는 원래 재밌는 거라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