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회생활이란 건 저렇게 가식 떨면서 뒤로 호박씨 까는 게 맞는 건가? 눈앞에서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펼쳐져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것에 함께 동조하여 비겁해지는 것. 혹시 저런 게 올바른 사회생활이 아닌가 하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이래서 대리 만족할 드라마 속 영웅이 필요한 것이었구나. 현실에서는 정의가 승리하지 못하니까. 정의는 이야기꾼들이 만들어 놓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판타지 같다.
약자는 계속 약자고, 악인들은 계속해서 행패를 부려도 정정당당한 척 이미지 세탁해서 모자란 이들에게 베풀어 끌어안아 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해서 열렬한 추종자들이 생기면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더한 악행을 저질러도 모두들 눈 질끈 감고 각자의 이윤만을 추구할 테니.
그런 위선자들을 곁에 둘 수 없기에 인프제로 태어난 사람은 인간을 혐오한다며,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내 눈엔 보이는데 왜 저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일까? 다들 용기가 없어서 모르는 척 눈 감아버리기 때문일까?
악인의 인형극에 놀아나지 않는 내가 악인에게는 악인 일지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공격 따위를 하지 않는 내가 악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해 본 적도 많았지만.. 결과를 보면 결국 내가 처음에 보고 느끼고 판단했던 게 맞았다. 그러니 나는 계속 이러한 시선을 유지할 것이다. 이건 나와 결이 맞고 안 맞고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악인을 왜 분별해내지 못하고, 속으며 농락당하고 있느냐는 거다.
그렇다면 대체 악은 왜 존재할까?
스머프 마을은 언제나 평화롭다. 하지만 가가멜 한 명. 딱 그 한 명 때문에 분란이 생기고 질서가 어지럽혀진다. 깊은 산속 맑은 옹달샘에 똥덩어리 딱 하나면 그 샘의 가치는 퇴색된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 내면 되고, 누군가 용기 냈다면 모른 체하지만 않으면 된다. 나만이라도 하는 마음, 어렵지만 또 그런 작은 마음이 모이면 온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가 있다.
왜 세상은 이렇듯 너와 내가 완벽히 마주 볼 수 없게, 왜 조물주는 서로의 눈과 귀 한쪽 씩을 가리도록 만들어 놓으신 걸까? 왜 끊임없이 분란을 만들도록 설계해 놓고서는.. 또 이런 심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에 버금가게 인식하는 뇌를 시스템화하여 장착시켜 놓은 걸까?
신의 존재는 믿지 않지만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하다.
악인은 왜 존재하는가? 이것도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처럼 악을 알아야 선을 이해할 수 있고, 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거라고 할 텐가? 언제나 인간사는 정말 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