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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Aug 20. 2022

생각나무의 뿌리를 찾아서

사색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열차를 타고 내리는 것 같다.


1번 칸에 타서 1번의 일을 끝내면 2번 칸으로 넘어가 또 2번의 일을 한다. 그다음으로 3번, 4번.. 여기서 문제는 1번 칸에서 있었던 일을 2번, 3번, 4번까지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지만, 노력해야 한다. 빨리 몰입해서 해내고, 깨끗이 정리한 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제발, 밖에 있었던 일과 고민을 집에 가져와 괴로워하지 말자. 밖에서도 충분히 힘들었잖아?


삶에는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


생각의 씨앗이 던져질 때 팝콘처럼 부풀려져 밑도 끝도 없이 긴 글이 완성되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아무리 좋은 글감이 떠올라도 이를 10%조차 활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앞서 탔던 1번 의 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계속 1번 칸에 바짓가랑이를 붙잡혀 있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사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별일 아닐 수 있는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털어내거나 다른 일로 넘어가 다시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머릿속을 정돈하고 나를 설득시켜 바로 세워놓아야 한다. 그래야 빨리 잠도 잘 수 있고, 기울어진 마음의 수평을 맞춰 놓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고부터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을 무조건 기록하기 시작했다. 짧은 문맥이라도 남겨놓으면 그때 했던 생각이 재생되어 나중에 아주 긴 글을 만들 수 있기에 바쁠 땐 그렇게라도 메모를 남긴다. 하지만 때때로 핸드폰을 만질 여건이 되지 않아 날려버리고 완벽하게 기억을 잃기도 한다.


어느 책에서 인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머무르는 시간은 딱 8초라고 했다. 때문에 그 8초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가끔은 완벽하게 화이트 아웃된 줄 알았던 자리에 다시 그 기억이 돌아와 손에 핸드폰이 쥐어지면 또 주절주절 댈 수 있다.




요즘 내가 가는 모임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주어지면 마치 빨리감기 하여 2배속으로 보는 것처럼 생각나무의 가지가 번쩍이며 끝도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걸 느낀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아이디어가 샘솟아서 주변인들을 당혹스럽게 하곤 한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이런 게 또 생각이 너무 많아서 피곤한 인간형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이건 그냥 알아서 머릿속에 쏟아지는 거고 신뢰하는 몇몇에게 넘쳐나는 홍수를 함께 나누자고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위로랍시고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했던 이들.. 계속 그 우물에서 허우적댔으면 외계인으로 낙인찍혀 영원히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나는 또 쓸데없이 대단한 희망 회로를 장착한 사람으로 계속해서 앞으로, 더 큰 세계로 키를 잡아 왔기에 큰물에서 만난 이들은 내게 생각 많이 하지 말라는 발언은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는 꼴이니 귀담아듣지 말라며 사이다를 날려 주었다. 내게는 이게 알맞은 위로였다.




그러면 나도 이제 웹소설 같은 판타지 장르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싶지만.. 일단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 외의 판타지는 선호하지 않음으로 또 시작이 어렵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시놉시스는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가끔 나를 약 올리지만.. 잘 모르겠다.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제대로 된 글을 많이 읽는 수밖에...


대체 내 인생의 결말은 뭘까?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사회 초년생 때 했던 질문을 또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끝낼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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