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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획된 우연 Aug 06. 2022

선구안에 대하여

사색

과거에는 천대받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각광받는 직업군이 있다.


아주 옛날 옛적 한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 딴따라들이 그랬고, 의술을 하는 자들이 그랬다. 세월이 많이 흘러 갓도 쓰지 않고, 댕기머리도 할 필요가 없으며, 너도 나도 평등을 외치는 시대가 오고도 무시당하고 배고플 거라 했던 직업, 만화가. 나의 학창 시절에만 해도 만화는 숨어서 봐야 했고, 만화가는 하찮게 여겨지는 직업이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천송이가 엽기적인 그녀였던 시절, 30초 남짓한 티브이 광고를 통해 초록창의 트렌디함을 전파하고, 내 손 안의 작은 세상이 펼쳐지자 만화가들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렸다. 웹툰 작가라는 이름으로 이제 전국구가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한류 열풍에 힘입어 그들의 허무맹랑한 상상력이 드라마와 영화라는 2차 저작물로 재탄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림을 그리면 배가 고플 거라고, 특히나 만화는 수준 이하의 그림이니 멀리하라셨는데.. 이제 보니 다들 어쩜 그렇게 훌륭한 이야기꾼들인지.. 게다가 그림까지 잘 그리기가 어디 그렇게 쉽나. 그림이야말로 타고난 재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분야다. 고로, 웹툰 작가들은 정말 대단하다.


방송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지만.. 결국 그 출발선이 웹툰이었던 기안동에서 온 84년생 남자. 한때 그가 그린 만화의 제목이 국내에서 한 시류를 이끌었던 적도 있었다. 누가 뭐 했다 그러면 다 따라 하는 반쪽자리 한반도에서 너도나도 패션의 왕이 되기 위해, 패션 피플이 되기 위해 목을 매게 된 역사를 따라가 보면 그의 만화가 있었다. 물론 이슈만을 찾아다니는 언론의 부채질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많은 이들이 재야의 묻혀있던 그를 원했고, 끌어올려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그는 연말 생방송 시상식에 패딩을 입고 나와 횡설수설하던 괴짜가 아니라 몇 십억의 건물주가 되어 있다.




한때 내가 그런 말을 외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조선시대에 천대받다가 현대사회에 와서 각광받고,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최고봉에 오른 직업군이 몇 있으니 곧 있으면 또 그런 직업이 부상할 거라고. 그러니 그런 직업을 찾아내 미리 선점해야 되지 않겠냐고..


외국에서 파란만장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보낸 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잠시 웹툰 작가를 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바로 웹툰 시장이 도약을 위해 도움닫기를 하던 지점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제대로 봤던 게 맞았던 거다. 하지만 난 그림에 재능이 없으므로 그저 한낮 꿈이었을 뿐. 그렇다면 이런 기류의 변화는 계속해서 우리의 일상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내가 어릴 땐 100세 인생이라더니, 좀 더 크니 120세까지 살 거란다. 그리고 요즘엔 죽지 않는 세상이 올 거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했다. 노후대비를 한다는 것!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늙어서 어떻게 놀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계속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지금부터.. 적당히 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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