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요즘 드라마는 예전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듯 로맨스물만 주야장천 방영하지 않는다. 게다가 OTT 서비스를 통해 멜로 따위는 완전히 사라진 채 호흡마저 짧아진 8부작짜리 드라마도 많아졌다. 이런 게 보는 과정에서는 쫄깃하니 멈출 수 없이 재밌는데.. 결말은 허무한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로맨스물의 결말은 대부분 결혼이나 그 비슷한 깊이의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도 끝을 모르게 시끄러운 세상에.. 오로지 결혼에 골인한 것이 해피엔딩이라니...
이러쿵저러쿵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도 결국 극이란 것은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울고 웃다가.. 해피엔딩이 되기만을 고대하며, 마지막 순간을 향해 의리를 지킨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는 계속해서 서로가 사랑의 변두리에서만 맴돌 뿐이다. 때때로 일찍 맺어주기도 하지만 그러면 김이 빠져버리니까.. 다시, 각종 말도 안 되는 억지 갈등 요소들을 마구 주입해 둘을 찢어 놓기 일쑤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담보 삼아 쉴새없이 밀땅을 해준 뒤 겨우 마지막까지 끌고 왔다면 해피엔딩은 맡겨 놓은 담보를 돌려받기라도 하듯 약속된 결과물이 된다.
그런데 만약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없이 너무도 빨리 둘을 맺어주고 이 과정에서 달달한 사랑놀음도 다 보여줘 버렸다면..?
결과는 뻔하다. 마지막에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찝찝한 채로 그 자리를 나서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그게 바로 로맨스의 공식인 것이다.
영원한 사랑을 위해서는 역경이 필요하고, 행복에 마지않는 사랑 뒤엔 반드시 이별이 따른다.
"그리하여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맺고 싶다면, 결혼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 뒤에 지지고 볶다가 각자 새 출발 하기로 했다느니 하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 결혼에만 골인하면 해피엔딩이겠지 하고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뜬금없지만.. 나도 로맨스 장르에 도전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