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계획된 우연 Oct 13. 2022

모두가 좋아한다는 연애소설

자투리 어른 동화

남자 이야기


즐길 만큼 즐기고 놀 만큼 놀았음에도, 본디 그 마음이 선하고 순수하여 따뜻함을 간직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우연이었지만.. 자신의 일상 속에서 낯설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꽃 같은 여인을 발견했다.


그녀와 사소한 연결고리가 하나둘 늘어갈 때마다 콩닥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그녀와 다시 만날 기회를 얻었다.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그녀를 맞이했다.


그녀와 잘해보겠다거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겠다거나 그런 거창한 마음 따위는 아니었다. 그는 원래 먼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본능. 그놈의 습관과도 같은 레이더가 오로지 그녀만을 향해 버린 것이다. 그는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때 그녀도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마음을 얻기보다는 그저 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인지 그녀는 그런 그의 따뜻한 손길을 차갑게 뿌리쳤고 눈을 흘겼으며, 더 나아가 그의 마음속 깊이에 자리한 아픔까지 서슴없이 휘저어버렸다.


그는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무얼 잘못한 걸까? 나의 이런 호의가 그녀에게는 부담이 된 걸까?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작은 눈짓이 점점 더 큰 짐으로 다가와 그는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그녀와 자신을 위한 길이라 판단했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더 다가가서는 안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는 어쩌면 자신의 운명일지도 모를 그녀를 뒤로하고, 자신의 마음을 그녀 앞에 내려놓고 영원히 떠나가 버렸다.




여자 이야기


오랜 세월 사랑으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게 된 한 여인이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짝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친절 하나 베풀고 간 미남자였을 뿐인데,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상형의 적지 않은 부분이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꽁꽁 싸매고 있던 마음이라는 것이.. 실은 아무나 와도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게 아주 가볍고 얇은 무언가로 둘러싸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그에 대해 아무런 확신도 없었고, 그게 호감인지 호기심인지 구분도 어려웠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나타나 예상치 못한 따스한 마음을 건네고 말았다. 그의 사소한 언행은 모두 그녀가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생각과 일치했다.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고,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심장은 정신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달아나야 했다. 도저히 그 작은 호감조차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이 마음이 깊어지면 그에게 잠식되어, 독이 퍼지듯 서서히 자신이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세차게 할퀴어 저 멀리로 쫓아 버렸다.


그는 놀란 강아지 눈을 하고서 터덜터덜 조용히 사라져 갔다.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그녀는 그를 붙잡고 싶었다. 하여 어둠을 향해 손을 뻗어 봤지만.. 그는 이제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생각했다.


얼마나 더 이런 아픔을 겪어야 제대로 된 자신만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 내게도 그런 인연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 외롭고, 괴롭고, 아프고, 슬프도다.






아주 깊었던 사랑이 떠날 때.. 우리는 으레.. 다신 이런 사랑을 못 할 거라며, 다시는 이런 사람을 못 만난다며 세상이 끝날 것처럼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기회와 인연의 끈은 기다렸다는 듯 일상 속 어딘가에 매복하고 있다가.. 예고 없이 우리를 놀래킨다. 그리고는 더 멋진 사람들이 실은 내가 몰랐던 나의 주변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연의 끝을 인지했다면 쿨하게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쫄지마라. 아쉬워하지 마라. 네가 빛나고 향기로우면 벌이든 나비든 뭐든 계속해서 찾아오게 되어있나니..

이전 20화 로맨스물의 공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