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문

by MH

해가 지고,

날이 가면

캄캄한 어둠이

낮의 연장처럼 밀려온다.


아무 말 없이

잠자리에 누우면

사라지지 않는 공상과

보이지 않는 허영이

의미 없는 말 한마디로

죽어가는 정신에

돌탑처럼 쌓인다.


아아,

나는 삼십 평생

어떤 잘못을

이다지도 저질렀단 말인가.


그저 사내로 태어나

앞장서지 못하고,

차마 어려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억울한 구설에 올라서도

한 번도 저항하지 못하고,

매번 그림자처럼

숨어 다닌 것이

참으로 한스럽다.


그런 내가

이렇게도 미워,

오늘도

속죄의 시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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