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미케해변의 풍경

by miso삼삼

키가 큰 초록 야자수 나무 아래, 하얀 밀가루 같은 고운 모래사장, 파란 바다가 가까이 있다. 화이트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해변을 향해 달려갔다. 잔잔한 파도가 찰랑거리며 다가와, 발목을 간지르며 물었다. “ 니 나한테 반했나?” “그래, 반했다."



베트남 다낭의 미케 해변은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에서 세계 6대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미케 해변은 매일 다른 얼굴로, 황홀한 일출로 나타났다.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해변을 걷다 보면, 바다 저 멀리 어슴푸레 수평선 끝이 서서히 밝아지고, 붉은빛이 돌면서 해가 천천히 떠오른다. 일출은 날마다 새로웠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해가 떠오르는 감격적인 장관을 마주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황금색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무아지경, 황홀 지경에 빠져든다.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출을 맞는다.


베트남 다낭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보고 싶었다. 일과 육아, 가사, 가정에서 자유를 얻게 되었다. 즉시 베트남 다낭으로 떠났다.



다낭에 도착해서 숙소에 들어오니 침대에서, 주방에서, 화장실에서 바다가 보였다. 옥상에 올라가면 먼바다 수평선 너머 끝까지 보였다. 짐을 풀자마자 해변에 나갔다.


말로만 듣던 미케해변은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가 없었다. 잔잔한 파도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붉은 노을을 온전히 즐기며 바다수영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미케 비치는 아름다운 해변과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베트남 사람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베트남 전쟁 말기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의해 함락될 때 수많은 남베트남 사람이 미케 비치로 몰려들어 미군과 함께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과 위험한 항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미케 비치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케해변은 북베트남군의 공격으로 약 14,000여 명의 보트피플이 바다에 수몰되는 비극의 현장이 되었다.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미케해변에서 가까운 산 위에 ‘링엄사’를 세웠다. 링엄사의 해수관음상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희생자들을 위로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맑은 날이면 미케 해변 건너편에 있는 해수관음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해수관음상을 볼 때마다 베트남 다낭 사람들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미케 해변은 다낭의 보물이다.

미케 해변에는 결혼사진을 촬영하는 스폿이 있다. 아침에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노라면, 순백의 아름다운 신부와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신랑의 모습을 열심히 찍고 있는 사진기사가 보인다. 사진기사의 요청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해 준다. 해변에 장미정원을 만들었다. 아침마다 펼쳐지는 싱그러운 풍경이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 데...... 행복하게 살겠구나, 고생문이 열렸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된다. 새로운 시작, 설렘 가득한 신랑과 신부의 모습이 눈부셨다.



미케 해변은 예술을 창조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모래 아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모래를 깎아서 만든 조각품의 단골 소재는 단연코 여인이다. 눈, 코, 입이 예쁜 계란형 얼굴, 구불구불한 웨이브가 풍성한 긴 머리, 베이글 몸매를 가진 올 누드의 여인이 해변에 요염하게 누워 있다. 여인은 두 팔을 위로 올려 풍만함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센스 있게 한쪽 무릎을 세웠다. 어떤 날은 소가 풀을 뜯기도 하고, 어느 날은 매서운 독수리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다.



미케 해변은 초, 중, 고등학생들의 운동장이 되기도 한다. 해변 모래사장에서 체육대회를 한다. 고등학생들은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모여 운동회를 한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노래가 터져 나오고, 여러 가지 소품을 가지고 와서, 큰 공 굴리기, 기마 전, 깃발 뺏기, 등 온종일 뛰어놀고 게임을 한다. 해변에 설치한 아치형 대형 현수막이 학생들의 기분을 들뜨게 했고, 운동회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경기 내용이 우리나라 운동회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아침에 나가서 온종일 운동회 구경을 했다. 몇 날 며칠 동안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미케 해변은 역동적이다. 매일 아침 사람들이 해변에 나와서 운동을 한다. 주로 단체 운동을 한다. 삼, 사십 명의 사람이 똑같은 옷을 맞춰 입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 흰 천을 깔아놓고 요가를 하는 사람들, 모래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는 사람, 맨손체조를 하는 사람, 모래 속에 몸을 묻고 머리만 내민 채 모래찜질을 하는 사람들, 웃통을 벗고 해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아침 점심 저녁때를 가리지 않는다. 맨발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공을 찬다. 해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그들은 그렇게 해변을 즐겼다.



아침이 밝아오면 어부들은 밤새 바다에 던져 놓았던 그물을 거둬들인다. 이, 삼십 명의 사람이 양쪽에서 그물을 끌어당긴다. 고기가 얼마나 잡혔을지 궁금해서 그물 걷기가 끝날 때까지 지켜본 적이 많았다. 대부분 수확량이 적어서 내 마음까지 가난해졌다. 작은 물고기 몇 마리만 그물에 걸려 있다.



해변에서는 즉석 어시장이 열린다. 노점상이다. 물고기를 파는 상인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좌판을 벌인다.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 구경하기에 마음이 편하다. 갈치, 새우, 가자미, 고등어, 멸치, 꼴뚜기, 삼치 등 여러 종류의 생선을 판매한다. 싱싱하고, 값이 싸다.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생선을 사 간다. 생선들은 큰 배들이 먼바다에 나가 잡아 온 것이라고 했다.



미케 해변에서는 해상 패러글라이딩의 자유로운 유영이 나를 유혹한다. 연인과 가족이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서핑을 즐기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이다. 망망대해에 배 한 척이 운치를 더해 주었다.


미케해변에는 음식점, 카페, 술집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휘황찬란한 불빛이 예쁘다. 음악도 좋다. ‘에스코 비치’는 나의 단골 카페이다. 처음에는 커피만 파는 줄 알고 음료만 시켰는데, 분짜, 피자, 맥주, 칵테일 등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판다. 음식도 맛있고 술도 향기롭고 커피도 맛있게 쓰다. 이 카페에는 DJ가 있다. 음악 선곡이 취향에 맞아 좋다.



비 오는 날 바다랑 가장 가까운 맨 앞자리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낭만이 있다.



해변에 노상 피자집이 있다. 이름이 허벌 피자이다. 화덕피자인데 값도 싸고 맛있다. 피자와 맥주를 시켜 놓고, 바로 앞 해변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피자가게 주인이 젊은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음악도 젊다. 밤에 오면 캄캄한 주위에 이곳에만 조명이 빛을 발하고 있어 감성 터지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8월 말 미케 해변에서는 풍어제가 열린다. 단을 설치하고 단위에 여러 가지 꽃, 음식, 술, 인형, 과일 등을 올려놓았고, 향을 피우며, 한쪽에는 불을 지펴서 연기를 피운다. 사람들은 돌아가며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절을 하였다. 조상이나 신에게 의지하는 건 어느 나라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몸이 저절로 들썩여지는 경쾌한 음악, 깨끗한 해변, 끝없이 넓은 바다에 떠있는 동그란 바구니 배, 파란 하늘에 구름이 맘대로 그려놓은 수채화, 숨이 멎을 듯 화려한 노을, 수영하는 사람들이 미케해변을 더 빛나게 해 준다. 보고 있으면 한없이 평온해진다. 행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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