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불청객, 유방암 (프롤로그)

불청객이 찾아왔다.

by miso삼삼
예고 없이 찾아온 불청객, 유방암. 진단 후 버티고, 배우고, 회복해 가는 한 사람의 기록.
"나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섰다"
진단부터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 회복까지 유방암을 겪고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고백과 희망의 여정

'암'

서늘하고 무거운 이 단어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였다.

뉴스 화면 어딘가를 맴도는 이야기였고, “A가 암에 걸렸대.” 간간이 들려오던 남의 이야기였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고......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나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출근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들과 눈을 맞추고, 시시한 농담에도 웃어주는 그런 보통의 일상 속에 암이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낯선 이름이 아무 예고도 없이 내 삶의 문턱을 넘었다. 노크도 없이, 태풍처럼 문을 박차고 내 인생에 들이닥쳤다.


태풍은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휩쓸어 갔다.

정지된 시간 위로 남은 건. 잔해뿐이었다.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 크게 느껴졌던 공포와 절망, 삶 전체를 휘감은 충격과 상실감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침묵만이 감도는 진료실. 하얀 종이 위 검진 결과,

의사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는 그 순간—숨조차 쉴 수 없었다.

심장은 저릿저릿, 서서히 조여왔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고 해야 할까. 시간이 정지된듯한 심정은 청천벽력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솔직히 말하면,

문 앞에서 돌려보내고 싶었던 불청객이었다.


처음에는 “설마”라는 생각이 스쳤고, 곧이어 “왜 하필 나야?”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끝없이 추락하는 마음.

그러던 어느 날,

바닥보다 더 낮은 곳에서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든 치료를 해야겠다."

그때부터

실체를 잘 몰라서 더 두려웠던 유방암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낯설기만 했던 ‘유방암’이라는 존재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보고, 논문을 찾아 읽고,

암 관련 카페를 헤매며, 밤마다 모니터 불빛 아래 죽음과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탐독했다.


"항암치료 중인데 건강보조식품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머리가 뭉텅뭉텅 빠져요. 어떡하죠?"

”전원하고 싶은데, 어느 병원이 좋을까요?”


절박한 질문과 심란함이 잔뜩 묻어있는 말들.

그 안에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내가 있었다.


항암제 앞에서, 수술대 위에서, 거울 속의 변해가는 나를 마주하며 나는 무너졌다.

조금씩, 이전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되어갔다.


이 글은

참담했던 날들. 힘들고 절망적인 날들 속에서도

아프기 전의 온전한 나로 돌아가고 싶어 몸부림쳤던 한 사람의 유방암 투병 기록이다.


아주 사적인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유방암이라는 불청객과 마주한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혹은 그대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유방암을 진단받고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 기록이 위로를 넘어

함께 걸어가는 든든한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더하여

처음 암진단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던 나처럼,

걱정과 불안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이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항암 후유증에 지쳐 있는 분이 계시다면, 생각보다 우리는 꽤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나의 경험으로, 이 기록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꼭 기억하길...


그대는 혼자가 아니다.

삶은 때론 무섭도록 잔인하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따뜻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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