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헤어스타일
거울 속, 머리카락은 사라졌지만 그때부터 ‘진짜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항암 치료를 하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머리를 다 밀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실제로 삭발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고도 했다.
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항암 일주일 전에 미리 짧은 단발로 머리를 깎았다.
친구들이 레옹에 나오는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와 똑같다는 말로 위로를 했다.
마틸다처럼 화분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항암치료 3회 차부터 정말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심각했다. 머리카락이 손안에 한 움큼씩 잡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직장 근처 미용실에 가서 미리를 밀어 달라고 했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이런 경험이 많은 듯 표정의 변화 없이 먼저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머리카락은 윙 소리를 내는 기계음과 함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후드득후드득 춤을 추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출연한 배우 강수연이 삭발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삭발한 내 머리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적응이 되니 뭐 나쁘지 않았다.
겨울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자를 쓰기에 좋았다.
아들이 "엄마, 두상이 정말 예뻐요." 했다.
내일 출근하려면 당장 모자가 필요했다. 아들이 자주 쓰던 검은색 비니를 엄마 쓰라며 주었다.
거울로 자세히 비춰 본 민머리에는,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었던 삶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귀옆머리 중간에 꿰맨 흔적이 있는 흉터가 보였고, 크고 작은 삶의 훈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머리를 밀고 보니 머리카락의 유무는 인상을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패션의 완성은 헤어스타일이란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머리 미는 것쯤이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괜찮지 않았다. 허전하고 쓸쓸했다. 상실감이 밀려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간,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삭발은 쓸쓸함과 슬픔 그 어디쯤에 자리했다.
내일은 가발을 맞추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Tip :
♡ 머리는 항암치료 전에 미리 삭발을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가발은 비싸지 않은 것으로 1개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발을 많이 쓰게 되면 치료가 끝난 후에 앞머리카락이 잘 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가발 대신 공기가 잘 통하는 재질의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 두피 관리는 삭발 한 직후부터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머리카락이 골고루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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