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항암의 한가운데에서 ㅡ고통과 적응

AC, TC의 후유증

by miso삼삼
아프다는 말조차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냥 버텼다.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은 일주일에 한 번씩, 3개월 동안 열두 번 맞은 독성항암제 이름이다.


항암 2회 차까지는 괜찮았다.

"항암 힘들다고 하더니 별거 아니네, 내가 워낙 건강해서 그런가?"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출근했고 취미생활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세 번째, 네 번째...

치료가 거듭될수록 몸은 깊은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항암과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번째 항암 후부터, 식욕이 없어졌다.

물조차 마시기 어려웠고, 무언가를 삼키는 것이 괴로웠다.

입안이 사막 같았다.


약물 부작용이 심각했다.

먼저 외모부터 무너졌다.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졌다. 손안에 한 움큼씩 빠진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슬펐다.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암을 진단받았을 때보다 더 충격이 컸다.


손톱, 발톱이 까맣게 변했다. 손끝과 발끝엔 감각 이상이 왔다.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졌고,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았다. 살짝 부딪쳐도 쉽게 멍이 들었고 멍자욱이 잘 없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식은땀, 오한, 불안한 마음이 뒤섞여 잠들기도, 깨어 있기도 힘들었다.


항암 4번째부터 삼사 일간은 몸이 지푸라기처럼 퍼석해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 면역 증강 주사로 호중구 수치를 올린 후, 다음날 항암 주사를 맞는 루틴이 이어졌다.


항암약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모공세포, 손톱, 발톱의 세포, 미각세포, 점막 세포 등 몸에서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고 했다. 따라서 성장속도가 빠른 세포는 무작위로 극심한 손상을 입었다. 그로 인해 몸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90넘은 노인의 형색이었다.


AC, TC 항암약은 독성이 강해 암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얼굴이 호빵처럼 부풀어 올랐고 온몸이 탱탱볼처럼 부었다.

눈썹을 선두로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없어졌다.


미각세포와 점막 세포가 파괴되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고 소화도 안 됐다. 음식을 조금만 넘겨도 구토를 다.


항암 약 종류에 따라 설사와 심한 변비가 번갈아 왔다. 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거나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나오지 못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힘이 없어 잘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했다.

겨울비 내린 날 사람들의 발에 이리저리 밟혀 찢기고 구겨진 낙엽 같았다.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정지되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달리던 마라톤과 한 달에 한 번 나가던 골프, 퇴근 후 공원에서 자전거 타기, 여러 개의 친목 모임, 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 토론도 그날로 끝이었다.


먹지도 운동도 못 하게 되자 근근이 남아있던 근육이 다 사라졌다.


매주 맞던 AC, TC 항암 3개월이 끝나고, 항암약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삼 주에 한 번씩 3개월간 아드리아 마이신, 엔독산 항암제를 맞았다. 흔히 말하는 빨간약이었다. 이 약은 전과는 다른 후유증을 동반했다.


나는 앙상하고 메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정신은 황량하기만 했고 몸은 피폐해졌다. 구멍이 뻥 뚫린 가슴으로 스산한 바람이 드나들었다.


세상은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데 나만 홀로 적막한 외딴섬에 방치된 듯 서늘하고 외로웠다.


극한을 치닫는 고통이 길게 이어졌다.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이 찾아왔다. 회색빛 도시처럼 삭막하고 암울했다.


항암의 과정은 지독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몸 곳곳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나는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킬 수 없었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약간의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채혈, 정기적으로 하는 각종 검사 설사 변비 두통 오한 등은 아기 낳을 때를 떠올리면 웬만큼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암 횟수가 늘어나고 약 성분이 누적될수록 출산의 고통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증이 끝없이 몰려왔다.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항암과의 사투를 벌이던 와중에

어느 날 문득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외침이 들렸다.


깊은 항암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였다. 시시각각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끌어올리려 발버둥 쳤다.

"씩씩해지자"라고 매일 다짐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마음이 바닥을 칠 때마다 나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최대한 다정하게 ~~ 힘내라고 곧 끝날 거라고 토닥였다.


시간은 흘러갈 거고, 고통의 끝은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거라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몸 상태가 어떤 지, 환자의 마음은 어떤 지, 항암의 후유증은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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