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 TC의 후유증
아프다는 말조차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나는 그냥 버텼다.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은 일주일에 한 번씩, 3개월 동안 열두 번 맞은 독성항암제 이름이다.
항암 2회 차까지는 괜찮았다.
"항암 힘들다고 하더니 별거 아니네, 내가 워낙 건강해서 그런가?"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출근했고 취미생활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세 번째, 네 번째...
치료가 거듭될수록 몸은 깊은 고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항암과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세 번째 항암 후부터, 식욕이 없어졌다.
물조차 마시기 어려웠고, 무언가를 삼키는 것이 괴로웠다.
입안이 사막 같았다.
약물 부작용이 심각했다.
먼저 외모부터 무너졌다.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졌다. 손안에 한 움큼씩 빠진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슬펐다.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을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건 암을 진단받았을 때보다 더 충격이 컸다.
손톱, 발톱이 까맣게 변했다. 손끝과 발끝엔 감각 이상이 왔다.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졌고,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았다. 살짝 부딪쳐도 쉽게 멍이 들었고 멍자욱이 잘 없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식은땀, 오한, 불안한 마음이 뒤섞여 잠들기도, 깨어 있기도 힘들었다.
항암 4번째부터 삼사 일간은 몸이 지푸라기처럼 퍼석해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 면역 증강 주사로 호중구 수치를 올린 후, 다음날 항암 주사를 맞는 루틴이 이어졌다.
항암약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모공세포, 손톱, 발톱의 세포, 미각세포, 점막 세포 등 몸에서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공격한다고 했다. 따라서 성장속도가 빠른 세포는 무작위로 극심한 손상을 입었다. 그로 인해 몸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90넘은 노인의 형색이었다.
AC, TC 항암약은 독성이 강해 암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얼굴이 호빵처럼 부풀어 올랐고 온몸이 탱탱볼처럼 부었다.
눈썹을 선두로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은 다 없어졌다.
미각세포와 점막 세포가 파괴되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고 소화도 안 됐다. 음식을 조금만 넘겨도 구토를 했다.
항암 약 종류에 따라 설사와 심한 변비가 번갈아 왔다. 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거나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나오지 못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힘이 없어 잘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했다.
겨울비 내린 날 사람들의 발에 이리저리 밟혀 찢기고 구겨진 낙엽 같았다.
평범했던 일상생활이 정지되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달리던 마라톤과 한 달에 한 번 나가던 골프, 퇴근 후 공원에서 자전거 타기, 여러 개의 친목 모임, 한 달에 한 번 하는 독서 토론도 그날로 끝이었다.
먹지도 운동도 못 하게 되자 근근이 남아있던 근육이 다 사라졌다.
매주 맞던 AC, TC 항암 3개월이 끝나고, 항암약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삼 주에 한 번씩 3개월간 아드리아 마이신, 엔독산 항암제를 맞았다. 흔히 말하는 빨간약이었다. 이 약은 전과는 다른 후유증을 동반했다.
나는 앙상하고 메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정신은 황량하기만 했고 몸은 피폐해졌다. 구멍이 뻥 뚫린 가슴으로 스산한 바람이 드나들었다.
세상은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데 나만 홀로 적막한 외딴섬에 방치된 듯 서늘하고 외로웠다.
극한을 치닫는 고통이 길게 이어졌다.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이 찾아왔다. 회색빛 도시처럼 삭막하고 암울했다.
항암의 과정은 지독했고, 결과는 참혹했다. 몸 곳곳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나는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킬 수 없었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약간의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채혈, 정기적으로 하는 각종 검사 설사 변비 두통 오한 등은 아기 낳을 때를 떠올리면 웬만큼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항암 횟수가 늘어나고 약 성분이 누적될수록 출산의 고통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증이 끝없이 몰려왔다.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항암과의 사투를 벌이던 와중에
어느 날 문득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외침이 들렸다.
깊은 항암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였다. 시시각각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끌어올리려 발버둥 쳤다.
"씩씩해지자"라고 매일 다짐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마음이 바닥을 칠 때마다 나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최대한 다정하게 ~~ 힘내라고 곧 끝날 거라고 토닥였다.
시간은 흘러갈 거고, 고통의 끝은 언젠가 반드시 다가올 거라고...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암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몸 상태가 어떤 지, 환자의 마음은 어떤 지, 항암의 후유증은 무엇인지에 대해 기록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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