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은 관계가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순간
최근 들어오는 환자의 중증도가 높아졌다. 그중 한 분은 와상환자로 온몸에 염증이 심해 드레싱을 심도있게해야 했고 (드레싱 하는데만 1시간이 걸림) 다른 환자는 방광전체 절제술로 인해 요루를 통해 소변배출을 하였다.
특히 두 번째 환자는 치매로 인한 섬망으로 입원할 때부터 많은 문제가 있었다.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요루 부위 케어가 중요했지만 섬망으로 요루에 부착되어 있는 소변주머니를 제거하고 병동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감염의 위험성도 높아졌지만 무엇보다 낙상위험이라는 이차적인 문제도 생겨났다.
보호자한테 상황을 알리고 억제대를 적용시켰지만 활동적인 환자라 억제대유지도 어려웠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우리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끝이 안 보이는 일을 접할 때 막연한 좌절감이 밀려온다. 환자를 보살펴야 하고 안전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간호사도 사람인지라 감당하기 힘든 일을 접할 땐 많은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업무가 과중해 한계가 느껴질 때 사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일을 하게 되면 환자도 느낄 테고 나 또한 정신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근무가 끝날 때마다 동료들에게 수많은 하소연을 하고 퇴근을 한다. 그래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쉬는 날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힘듦을 버릴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이틀 쉬고 출근하기 전 단톡방에 첫 번째 환자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다.
염증이 심했지만 바이탈이 흔들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왜 돌아가셨는지 궁금했다.
출근했다.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 인계를 듣던 중 두 번째 환자가 요루에 문제가 생겨 다른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분이 이상하다. 몇 년은 같이 있을 것만 같았던 환자들이 이틀 만에 관계가 끊어져버렸다.
이런 상황은 언제나 나타나는 것 같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랬다. 폐암이셨지만 오래 사실 것만 같았던 막연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 스르르 자책을 한다. ' 조금 더 잘할 수는 없었니?' '최선을 다하기는 했니'
마음이 불편한 하루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나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