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돌아보다 -4편: 망상과 거짓-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나의 본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의 형편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내 본모습을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세신일을 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묻는 친구들에게는 정확히 무슨 일을 하시는지 말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거짓 된 이야기로 아버지의 직업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문방구집 아들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때는 문방구 집이 나에겐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 거짓말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내 진짜 모습을 감치기 위해서였을 뿐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에게조차 현실을 부정하려는 시도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습니다.
만화책이나 무협지 속 주인공처럼 나도 한순간에 성공을 이루는 망상을 자주 했습니다. 무언가 번쩍하고, 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부자가 되는 날을 상상하며 밤을 보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천하무적이 되어 모든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고, 나는 그런 망상을 반복하며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하지만 이런 망상은 현실과의 간극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내가 처한 상황은 상상 속의 나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그 괴리감은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진솔한 모습을 보이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는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고, 나는 내 이야기가 들킬까 두려워 혼자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나는 순간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습관이 생겼다.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그 순간이 미치도록 싫다.
혼자 있을 때는 혼잣말을 많이 했습니다. 때로는 그 혼잣말이 나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될까 두려워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나만의 세계로 들어가며, 현실에서는 사람들에게 벽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면, "더 이상 오지 마!"라는 듯한 태도로 밀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내 가난한 현실과 내 안의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지만, 그로 인해 나는 점점 더 고립되었습니다. 때로는 거울 속의 인물이 나와 뒤바뀐 것 같았습니다.
자격지심은 마치 커다란 벽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 벽은 나를 보호하려고 만든 것이었지만, 동시에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거짓말은 점점 늘어났고, 나는 그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를 더 고립시키고, 나 자신조차 나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습관은 몸에 밴다.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마음에도 밴다. 조심하라!
이 시절의 나는 가난과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망이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망상과 거짓 속에 숨어드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누구도 나를 구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조차도, 나는 현실과 마주하지 않았습니다. 이 망상과 거짓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냈고, 빚이 9000만 원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진실된 모습으로 타인과 마주하기 이전에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를 내보세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약점과 고난을 숨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숨김이 오래 지속될수록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고, 스스로를 더 약하게 만들게 됩니다.
망상은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 줄 수 있지만, 결국 현실과 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진정한 성장과 치유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줄 용기를 가질 때 시작됩니다. 내가 만든 벽은 나를 보호하려고 세운 것이지만, 결국 나를 가두는 장벽이 됩니다. 그 벽을 허물고 세상과 소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지금 마음속에 벽을 세우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벽을 조금씩 허물어보세요. 여러분의 진솔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보다 자신의 마음에 큰 울림과 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