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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Mar 01. 2024

이혼하려구!

저 세상 가서도 안 맞는 건 안 맞는겨.

주님(술 )과 너무 친밀한 관계였던 내 아버지의 취미는 술 마시기,  주특기는 주정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어떠한 롤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고 늘 취해  일상이  휘청거리는 오후였다.

그런 날에는 어디서  떨이로 사는지 고등어나 임연수어, 때때로 과일봉투를  한봉다리 부둥켜 안고 귀가했다.

평소에도  주머니 털어  지분지분 용돈 나눠 주는 걸

좋아하시던 터라  술에 취한 날이면 증세가 더 악화됐다.

밑에  둘은 어리다 보니 주로 세 자매가 그 대상이었는데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일렬종대로 앉아 있는 일이

크나고역이었다.

용돈 하사 후,  다시 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저린 발을 참아내느라 코에 침 세 번 찍어 바르며 ,

하품도 연신 해 대며  용돈이고 나발이고 빨리  이  악몽 같은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주정 레퍼토리란 게 아무 영양가도 없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이다 보니  결국은 엄마의 전두지휘 하에

 다시 잠들 수  있었다.

우라질 놈의 인간,

맨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지겹지도  않냐를 선두로. 주정이 별거냐, 그게 주정이지.

허구한 날 자는 애들 깨워   대체 모하는 짓이냐,

옆에서 듣는 나도 지겨운데 애들은 무슨 죄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다시 또 주정하는 날엔 술 먹는  입에다 확 똥바가지를 퍼 붓는다고 악을 써 댄 후에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반복되는 주정이 지겨울 만도 한데  아가리나 주둥이라 하지 않고  입. 이라 했던 걸 보면  욕쟁이 우리 할머니한텐 쨉도 안 되는 상대가 분명했다.

뇌피셜도 없는 주정 레퍼토리랑  차원이 다른 게 있다면  엄마가 쏟아내던 악다구니에는 요점이나 핵심이 뚜렷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지났음에도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내  머리에 콕 박혀있는 단어들이 그걸 증명해 주었다.



지난밤 일은 기억에도 없는 주정으로 묻어버린 채

다시 또 비틀거리며 퇴근하던 아버지의 품에는 반 쯤

 빈 봉투가  안겨있었다.

분명 뭔가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구겨지고  찢어진 것에  엄마의 한숨 섞인  푸념이 시작되었다.

술 취한 인간 상대로 팔아먹는  년인지 놈인지도 틀려먹었고  주정꾼이 그걸 제대로 들고 오지도 못해 다 흘렸을 꺼라며  컴컴한 골목을 이 잡듯이 뒤졌다.

술김에 비틀비틀 집 찾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레텔의 흔적인지  사과 한 알이 발에 툭 치였다.

저만치 또 한알,  구멍가게 앞까지  갔지만 본전도 못 찾은 게 억울했던지  다시 또 2차 푸념을 토해냈다.

웬수같은 인간아, 혀 꼬부라지도록 취해서  질질 흘리지 말고  맨 정신일 때나  사 오든 하지 쓸데없는 짓이나 한다며 퉁박을 주었다.

어느 집 멍멍이가 짖어대냐  하는 표정으로 딸꾹거리던

주정뱅이 내 아버지는 슬그머니  자리 잡기 무섭게 집안이 떠나가라 코를 골아대기 일쑤였다. 

어설프게 취하면 또  자는 애들 깨워 줄 세우고는 했던 소리 반복에  넌덜머리 난다며 입 다물고 자는 게  부조하는 거라고 했다.

 유년시절 곱게 자란 엄마는 없는 집에 시집와  세월의 풍파를 겪다 보니  나날이 억세고 드센 성격으로 변했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로또도 아니고  완전 정 반대의 성향으로  맨 정신일 때의 아버지는 소심한  반면, 화초 가꾸기나  동물도 좋아해  케리라는 대형견을 한동안 키우며 자식 대하듯 했었다.

극과 극의 성격 탓에  엄마 눈에 비춰진 아버지는  줏대 없는 인간이었고  아버지 눈에 보이는 엄마는

거칠 것 없는  여장부였다.

어느 여름날 인가, 뒷 집에 모여 앉아  너댓명이 심심풀이 화토를 치고 있었는데 퇴근 후 엄마의 부재를 알게 된 아버지가 화를 버럭 내며 순경을 불러왔다.

무슨 하우스도 아니고  과부 혼자 사는 집에 자주모여

그림공부를 하다 보니  벼르던 참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요시...하며 나가던 아버지를 발견한 내가  재빠르게 그 사실을 고자질 한 덕에 화토판은  흔적도 없이사라졌다.

바로 여깁니다, 흠 흠...

딱 걸렸어, 하는 자신감 뿜뿜에 현장을 덮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순경을 앞세워  방문을 확 열어 제꼈으나  게임 아웃, 아무 흔적도  없었다.

  똑바로 알고 신고하라는 순경의 핀잔을  뒤로하며 머쓱해진 아버지는 저 놈의 인간 모처럼 안 취했다 했더니만 하다 하다 별짓 다 한다는 엄마의 구박도 감수해야  했다.

작정하고  화투판 신고하려 아마 그날 모처럼  맨 정신이었던 것 같았다.


여고시절,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버지 회사가 있던 관계로  점심시간이면  종종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재잘거리다 보면 교문 저 끝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서로들 농담 삼아 니네 아버진가 보다.  내 딸이 공부 잘하고 있나 감시 차  납셨나 보다...깨드득 거리는 와중에

가까이 다가오면 헉...정말 우리 아버지였다.

대낮부터 어디서 드신 건지 거나하게  취해  휘청거리며 다가와서는  그때 돈 얼마인지  암튼 용돈명분으로 쿡 찔러주고는  왔던 길   다시 빠꾸 하기 일쑤였다.

맨 정신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술에 힘을 빌려  벌건 대낮에 붉으작작한 얼굴로 딸래미 학교에 불쑥 찾아오는 아버지라니...

한마디 말도 없이 냅다 돈만 주고  돌아서는데 애들은 다 쳐다 보지, 진짜 니네 아버지였네  우스갯소리도 들리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만만한 게 엄마라고, 그런 날이면 집에  가자 마자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를  처 댔었다.

아버지 한 번만 더  취해서 나타나면  학교고 뭐고 다 때려치울 거야 , 쪽팔리게  내가 학교에서도 주정을

봐야 하냐고~~~소리소리 질러대며 개지랄을 떨면

2호 언니가 살살 약을 올렸다.

아유 기집애야,  아버지가 셋째 딸 젤 이뻐하니 대낮에 학교도 처 들어가는거지  .유난도 떤다.. 는 둥!

주둥이 댓 발로 나와  쿵쾅거리며 속 뒤집을  땐 저걸 내가 낳은 게 맞냐며 한숨 쉬던 엄마도 주정 앞에선

얄짤  없었다.

이 인간이 하다 하다  정말....

아니 , 맨 정신도 아니고 어디 대낮에 취해 학교로  찾아가는 게  제대로 된 인간이냐... 를 시작으로

일 할 시간에 어디 가 퍼 마시고 애 학교를 갔느냐,

그러니 번번이  짤려 요 모냥 요 꼴로 산다는  고정 레퍼토리가 막힘없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술 때문에, 주정 때문에 짤린 직장이 여러 군데다 보니  입이 열개라도 유구무언이었다.

한 번만 더 학교 찾아오면 때려친다는 딸년에 ,

한 번만 더 취해서 애 학교  찾아가면  이노무인간

 요절을 내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마누라에..

말 끝마다  이 인간,  저 인간 소리를 달고 사는 엄마를

보며 저렇게 안 맞는데 어찌 평생을  살았을까

 싶을 때가  많았었다. 

에휴, 지나고 보니 우리 아버지 참 불쌍했네.


아주 오래전,

엄마가 돌아가신 후, 거의 한 달 내내 꿈 속에서 평상시와 똑같은 엄마 모습을 마주했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나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는 그런 꿈을

 자주 꾸다 보니  꿈 얘기를 하면 개꿈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떠난 사람이 자꾸 보이면 안 좋은 거라는 얘기들을 했다.

변하는 게 있다면 야곰야곰 살이 빠져 44 사이즈까지

내려갔다는 게  가장 신경 쓰였다.

고2 때  49킬로였던 몸무게가 아이들을 낳고도 일주일 만에 딱 고 상태라 50 키로 넘어보는 게 평생 과제였다

체중계를 마주하며  몇 그램이라도 늘어나는 거에 뿌듯해하던  참이었는데 44싸이즈라니.

엄마 꿈을 계속 꾸는데 자꾸 살이 빠지네.. 걱정하는 게 안쓰러웠던지 1호 언니가  나름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니가 니 새끼들한테 안 좋은 걸 해 줄 수 있겠냐며  돌아가신 엄마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자식한테 해로움 끼치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고...

며칠 전 , 정말  오랜만에 엄마 꿈을 꾸었는데

예전 살던 우리 집에  오신 엄마가 짧은 머리에 젊은 시절 모습으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꿈인 줄 모르는 꿈 속에서  엄마 왜 울어...물으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  이혼하려구!

아니 , 왜??? 이혼하면 누구랑 살 건데? 다시 물으니

하얀 쌀밥에 김치 한 가지 맛있게 해서 그렇게 혼자 살꺼라고...할머니 구박과 설움을 견뎌내던 시절에 흰쌀밥 한번 맘껏 못 드신 것도 한이었나 보다.

꿈에서도 젊은 시절 모습이라 이혼하고  재혼을 하시려나  살짝 그런 의심이 들어 그냥 살지 몬 이혼이야...조금 화도 낸 것 같았다.

싫어  ,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눈물을 후드득 떨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꿈에서  깼는데  혼자 웃음이 나왔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두 분이 저 세상 가서도 진짜  안 맞는 모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짓달에 돌아가신 아버지 옆으로 가묘를 만들었다

16년을 더 살다 뒤늦게 가신  엄마와 합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세상에서도 안 맞는다 하시면

이 세상 자식들은 어찌하오리이까!

그곳에서도 주정으로 엄마 속 썪이시는 건 아니지.

주정에 넌덜머리 난다던  우리 엄마 잘 보살펴 주시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요!


키가  무려 200cm 였던 낭자가 있었는데

 너무 큰 키가 고민이라

신령님께  정성으로 비나이다 비나이다 했더니

 이 도끼가 니것이냐...가 아닌, 꿈속에 140cm 의 난쟁이가  나타나 청혼을 할 때마다  싫어!  

소리 한번 하면 10cm. 씩 키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틀 연속  꿈속의 난쟁이에게  싫어! 했더니

정말 180 cm 가 되어 있었다.

3일째 되는 날  ,저와 결혼해 주세요...하는 난쟁이에게

다시는 내 꿈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싫어 싫어 싫어 싫어...화를 내며  퍼부었다.

잠 깨고 보니 키가 140으로 줄어든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난쟁이와 결혼을 했다.


그냥 살지 몬 이혼이야..하던 내게

꿈속의 엄마도  싫어 싫어 싫어...

외치는 것 같아 문득 난쟁이 얘기가

 떠오르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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