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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Feb 28. 2024

파출소 연행사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엄마 손에 이끌려  파출소 갔던 그 때 그 꼬맹이 맞쥬??:

어느 작가님이 댓글로  에미 눈에만 잘 생긴 거냐, 자타공인 잘 생긴 거냐 물어보시더라는...

요 자타공인 잘 생긴 우리 집 차남 썰을 풀어보려

백만 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기로 했다.

꽃보다 청춘 방년 30세.

4세 때  파출소 강제연행 당해 눈물, 콧물로 얼룩진  시간을 보냈던 27년 전의 중대사건이었다.

손가락에 줄을 감아 팽이모양의 동그란 물체를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 뜨리면 팽그르르 돌면서 오색 찬란한 빚을 뿜어내는  이름하야 , 요요라는 장난감이 유행하던 때였다.

가격에 따라 성능도  천차만별이었고  손에 익은 정도에 따라서도 승패가 좌우되는 요상 야릇한 물건이었다.

참새가 방앗간 단골이듯이  요 녀석 역시 문방구에다 수시로 코 묻은 용돈상납을 했다

눈만 뜨면 그 노무 요요와 한 몸 되어  손을 위, 아래로 휘젓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사 나웠다.

줄이  좀 맘에 안 든다 싶으면 다시 샀고 뭐든 한 가지 구석이라도 성에 안 차면 계속  사들이는 연속이았다.

어느 하나에 꽂히면 결국 끝장을 봐야 하는  고집통 집념의 싸나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심통을

밑천 삼아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의지의 한국인.

너 엄마 딱 닮았어!

 

느 저녁 무럽,  엎드려 걸레질을 하는데  양말이 빵꾸가 나 있었던지  두 놈이 뒤에서 그것을 본 모양이었다. 발목 조이는 게  불편해 평소에도 늘  맨발의 청춘이었는데  청소할 때면 바닥에 닿는게 싫어 대충  헐거워진 양말을 신다가  고대로 벗어던지곤 했었다.

아니, 빵꾸난 양말이 그리 웃기는  대상이었나 ,

7살 큰 놈은  떼굴떼굴 구르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고 잠시  차렷자세로 물끄러미  보던 작은놈이  슬그머니 나가는 게 보였다.

그런가 보다 신경도 안 쓰고 저녁준비를 하는데 잠시 후

꽃포장지에 곱게 쌓인 물건을 불쑥 내밀었다.

이거 엄마  물!

선물도 아니고 섬물이었다. 두 돌이 지나도록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말 할 생각도 안해 애를 먹였던 과거가 있던지라  입만 떼는 것만으로도 황공무지로소이다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 때도 아닌데  느닷없이 몬 선물인가 싶어  포장을 뜯으니 비닐에 쌓인 양말 한 켤레가  까꿍! 하며 희고 고운 자태를 드러냈다.

발목부위만 꽃송이 송이  총총 수놓아진  것이 아들 녀석 마음을  듬뿍 담은  예쁜 양말이었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물으니 지가 사 온 거라고.

무슨 돈이 있어 산거냐,  어디서 사 온 거냐 다시 물으니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건너편에 엄마랑 가던 가게에서 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여라도 요 앞에 나가 놀다가 시원한 거 먹고

싶을 때나 애들 군것질할 때 뛰어 올라오지 말고 사 먹고 놀라는 개념으로  오백 원이나  천 원씩 바지 주머니에 넣어  주었던 그 돈인 듯  싶었다.

큰 놈은 공사다망한 유치원생이다 보니 군것질에도

가 텄고  있는 족족 다 털어써 버리는 성격이라 늘 적자신세를 면치 못했다.

똑같은 금액을 쥐어 줘도  빨래를 하다 보면 주머니에서 땡그랑 소리와 함께  나 여기 있어요...하고  튀어나오는 돈의 임자는 작은 놈 이었다.

양말 한 켤레의 감동에 푹 빠져  아이구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느냐며  끌어안고 뽀뽀세례를 날리니 엄마가  빵꾸난 양말 신고 있어서 슬펐다고 했다.

양말이 없어서 빵꾸난거 신은 게 아니고 청소 마치면 벗어버릴 참이었다고  달래주고는 궁금한건 절대

못  참지. 양말을 들고 냅다 그 가게로 달려갔다. 들어서는 동시에  어찌 그런 이쁜 아들을 두었냐고...

 엄마 양말 사러 왔다길래  얼마 있냐 물으니 주머니에서  천이백 원을 꺼내더란다.

양말은 천칠백 원 짜리지만 그냥 그  가격에 포장해

줬다고 했다.

고 작은 녀석이 너무 예뻐서,  엄마 향한  큰 사랑이 너무 기특해서 ...그 집 아들인 줄 알고 더 정성으로 포장해 주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놈이 요요 유행에 빠져 돈이 남아나질 않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땡깡은 기본에다 그것도 안 통한다 싶으면 필살기 애교를 떨며 혀 꼬부라진 소리도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젤~~~예뻐.

이 소리에 어가지 않을  엄.마. 있으면 다 나와

보라 그래..

하지만  맘  약해져 번번이 인심 쓰고 넘어가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요 꼬맹이한테  절대 휘둘리지 말자,

조 이쁜 눈웃음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며

정신줄을 꽉 붙잡다.

요 욘지 야얀지  그깟  장난감쯤 이야 원 없이  다  

안겨줄 수 있는  형편이었지만  집안 곳곳에 넘쳐나는  요요바구니를 볼 때마다  이게 도대체 얼마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하면  꼬라지부리며 굶는 것으로 시위할 때마다  우리 엄마가 늘상 하던 소리,  떼쓰면 다 나오니, 니 에미 팔아다 써라.. 농담 삼아 놀리던 그 생각이 나서 혼자 소리 내어  한참을 웃었다.

요요타령 하는 요놈한테 나도 한번 써먹어 볼까도

했지만  에잇 , 빵꾸난 양말에도 슬퍼하던 내 막둥이

상처받을까 농담으로도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큰 놈은 나름 규모 있는 유치원만 3년 연속 다녀 그런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식도 심하지  않았다.

날마다  싸 보내는 간식이 중멸치 대여섯 마리와 200미리 흰 우유였다.

 밥그릇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두 손으로 폭 감싸고는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 싹 먹어치웠다.

마치 밥아 넌 소듕해~하듯이!

나름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작은놈은 유치원 대신

미술 태권도 웅변 피아노..등등 학원으로만 냅다 돌렸더니  대회마다  상을  쓸어오기는 했으나 정서적으론 빵점이었다.  밥알을  더덕더덕 긁어모으면 한 숟가락은 거뜬할 정도였고  흰 우유가 잡아먹는지 초코우유만 파고들었다 .

큰 아이가 콩밥이 싫어요,  남기면 안돼요...

투정 부리는 사이, 밥 다 먹고 일어난  작은놈의 그릇을 보면  까만 콩알이 콩밭을 이루었다.

어딜 따라가네,  마네 떼쓰고 신경전  벌이는  형님과 달리  투정 한마디 없이  신발 꿰고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행동파  아우님이었다.


미술학원 다닐 땐가, 끝난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오질 않아 건너편으로 슬슬 마중 가는데 저만치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눈엔 너만  보여, 어디 있든 너만 보여.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쁜 내 막둥이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건널목 하나사이로 ㅇㅇ야.. 이름을 크게 불러도

못 들었는지 어쨌는지  어라,요녀석이

 오른손을 위,아래로 팔랑팔랑  흔들어대며 요요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줄도,  뿜어내는 빛도 낯선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요요에 치어 살다 보니 한눈에

척  알아 모셨다.

이거 니꺼 아니지?           엉

어디서 났어?                    근영이랑 바꿨어

걔 꺼랑 왜 바꿨어?            그냥..

너어어어,솔직히 말해. 진짜 바꿨어?

다그치니  그제서야 실토를 했다.

그게 줄도 더 튼튼하고 돌아갈 때 색깔도 더 멋있어서

지 맘대로 바꿨노라고.

 아니,  내 아들 언제부터 엿장수였지?

요이쁜 녀석을 길바닥에서  쥐어박을 수도 없고

 어이가 없었다.

야~~그게 무슨 바꾼 거야. 니 맘대로 후진 거 던져 놓고 집어온 거잖아. 그건 도둑놈이나 하는 짓이야.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거긴 왜 갔냐 따지듯 물으니 술 끝나고 그 애네 할머니가 마중을 나왔는데

놀다  가라는 소리에 같이 갔다며 우리 집에  전화했는데 안 받는다는 말도 했다.

친구네  놀러 갈 수도 있고   집 나와있으니  전화도

 못  받고 다 좋은데 요요, 요게 문제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취조를 당하는 순간에도

손가락에 줄을 감아 땅바닥으로 내팽개치듯 튕겼다.,

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사주지 않은 물건이 아이손에서 눈치도 없이 빙그르르  춤을 추며 찬란한 빛을 뿜어댔다.

ㅇㅇ야,  엄마가 뭐라 그랬어.

남에 건 연필 하나, 지우개 하나라도 절대 욕심내는 거

아니라고 했지.

그제서야 말 뜻을 알아듣는 건지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고  훈계로  묻어두기에는  껄쩍찌근한 마음이 들어  기회는 이때다 싶어  참 교육을 시키기로  결심했다.

남에 허락도 없이 , 니 맘대로  바꾸는 건 바꾼 게 아니야 .파출소 가서 경찰  아저씨한테 잘못했다고,,

다시는 남에꺼 안 집어 오겠다고 말씀드려.

눈물에 이어 콧물까지 주루룩 흘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같이 가 줄게 들어가는 건 혼자 하라며 집 뒤에 위치한  파출소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고개 푹 숙이고 훌쩍이는 모습을 본 파출소 소장님인듯한 분이  나오길래 눈치껏 싸인을

보내자 단번에 알았다는 싸인이 왔다.

눈치이백단 소장님이었다.

이러저러 해 남에 요요 집어왔다는 얘기를 하자

다시는 그러지 말라며 머리를 쓰담하는데 서러옴이 폭발했는지 우와아앙 대성통곡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미는 뒤에 숨어  큭큭거렸고 파출소안에 순경님들은 구경거리 생겼다는 듯이 다들 실실 웃고 있었다.

4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우리 막동이는 그날의 충격이었는지, 잘못을 깊이 깨우치는 계기였는지

장래희망에 경찰이라고  그림같이 쓰긴 썼는데

30대 초반 경찰이 아니고 모 됐지?


분위기는 강력계 형사 포스!

섬 물 받은 양말은 아끼고 아껴 신다가 빵꾸났고

요 요 임자한테는 쌤삥으로다  두 개나 사 줬다는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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