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온라인 쇼핑에 푹 빠진 남편은 눈만 뜨면 핸드폰을 달고 살았다.
일 때문도 아닌, 쇼핑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식탁에 앉아서도 한 숟가락 뜨고는 다시 원 위치였다.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어떤 때는 째려보고 있는 것도 모르는 듯 쇼핑삼매경이었다.
눈치 이백단 여우 꽈라 옆에서 뱁새눈으로 흘긴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쌩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 그만큼 쇼핑이 고푸다구욧!
아낌없이 ,남김없이. 싹 쓸어 가라는 건지 이름마저도 기발한 싹ㅇㅇ마트, 할ㅇ중독, 쿠 ㅇ, 왕 ㅇ마트..
요런 건 자주 애용하는 싸이트지만 그 밖에도 내가 알지도 못하는 곳이 사방에 널렸다.
감나무 감 보다 더 주렁주렁 ...
최근엔 무슨 해외직구로 오는 건지 새로운 곳을 또 뚫어
주문하는데 아주 도가 트셨다.
공구세트에 빠지더니 납땜하는 장비까지 구입해 전기 선을 잘라 연습을 하고 온 집안에 냄새를 풍기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마치 가내수공업 공장 분위기였다
안 그래도 밖으로 나도는 것 좋아하고 주말마다 어디 로든 튀 나갈 궁리만 하는데 최근에는 차박에 입문을 하시느라 캠핑용품의 늪에 퐁당 빠져버렸다.
온 정신을 모아 모아 주문한 덕에 캠핑용품이 오기 시작하는데 완전체로 구입하기까지 딱 일주일 남짓 걸렸다. 어디서 몰래 속성과외라도 배웠는지 속전속결이었다.
대형텐트를 선두로, 짐 실어 나르기 위한 트레일러 부터 코베언지. 입 베언지 세트에 싸이즈 별 아이스박스에 불멍 때리는 전등에 이어 침낭까지 아무튼 빠진 것 1도 없는 완벽한 프로젝트였다.
대가족 냥님 살림도 만만치 않은데 캠핑장비까지 욱여넣느라 베란다가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내 주문껀은 정기적으로 오는 멍냥이 사료나 모래, 배변패드. 물휴지 등 소모품이 대부분인데 비해
남편의 취미용품은 거의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짱 박혀 있는 붙박이였다.
완벽하게 구입 후 캠핑을 서너 번 다녀왔으나 본전을 뽑으려면 공휴일이고 , 주말, . 평일 상관없이 아예
집 나가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추운 날 캠핑하며 텐트에서 자던 날,
전기장판 덕에 바닥은 뜨듯하지만 발도 시리고,
골도 시리고..웃풍이 휘~이잉 뒤덮고 있으니 추워도
정말 너무 추웠다.
얼마나 추운지 우리 멍멍이 코코가 콧물을 줄 줄
흘리며 텐트입구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끌어안고 자다 보면 또 그러고 있는 것이 낯 설고
추워 잠이 안 오는 모양이었다.
사람이고 개새고 집 나가면 멍멍고생이라더니
멀쩡한 집 놔두고 몬 고생인지 원!
그러면서도 다음을 기약하며 짐 바리바리 싸들고 또 나간다는 건 안 봐도 비. 디 오!
역마살 끼 다분한 쇼핑왕께서 날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봄아 봄아 오너라, 어서 오너라!
캠핑용품 바람이 한차례 지나고 나니 내 영역까지 침범하며 사 들일 궁리를 했다.
식재료나 뭐든 사려는 낌새만 보이면 내가 주문해 줄게... 무섭게 빠른 속도로 클릭을 해 댔다.
마트에 배달시키는 것 들도 굳이 마다하면서 대파, 양파, 감자, 쌀이며 요일 별 찌게세트에 온갖 고기에 생선에 마트라도 차릴 기세로 주문을 했다.
베란다에 이어 냉장고들이 아우성 칠 단계에 이르렀다. 문을 딱 열었을 때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나 여기 있어요... 반겨줘야 할 것들이 뒤로 밀리고 밑으로 눌리고, 찌그러지고 구겨지고..
난 그 꼴은 또 절대 못 봐 넘기지. 암만!
수시로 냉장고며 베란다 정리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다. 쇼핑왕 남편 덕에 사는 것 참 고되다.
잠도 안 자고 눈 뻘개 주문 한 덕에 다음날 새벽이면
문 앞에 내던지고 간 물건들이 옆집까지 살짝 넘어 갈 만큼 쌓여있었다. 말 그대로 총알배송이었다.
그것들을 들여놓을 때마다 또 샀어? 작작 좀 사지..;
눈치라도 주면 얼마 안돼, 거의가 몇천원짜리야 ..하며
얼버무렸다. 사려거든 좀 제대로 된 것을 사던가.
맨 쓸데없는 것 위주로 몬 짓인가 싶었다.
몇천 원짜리라는 게 당연히 뻥인 줄 알지만 일일이 따지기엔 서로 피곤할테니 눈감아주기로 했다.
쓸데없이 단순히 사들이는 재미에 빠진 거면 쇼핑중독증 이란 얘긴데 핸드폰을 빼앗아 버릴수도 없고 대락 난감이었다.
직장 다닐 땐 머리에서 발 끝까지 모두를 내가 골라다 주는 것으로 치장해 내보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이 점 점 이상해졌다.
자주 애용하던 로가디스나 마에스트로 같은 점잖은 분위기에 도전하려는 반항아처럼 보였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그냥 덧 없이 살아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거죠...
나이 들어가며 어느 소속에 묶인 것이 아닌,자유직종인
관계도 있겠지만 옷차림까지 완전 날라리아 뺨치는 자유형으로 변해갔다.
펑퍼짐한 고무줄 바지나 카고바지도 마다하지 않았고
무채색의 양복만 입던 사람이 과감하게 칼라플한 변신을 시도했다. 운동화 깔 별은 말해 무엇!
나는 솔로에 미국 거주하는 분이 입었던 앞 면 가득 동물그림 티셔츠도 주문해 입었는데 그나마 배도 덜 나와 보이고 살짝 귀여운 느낌이 들어 봐 주기로 했다.
금방이라도 용 이 승천할 것 같은 요상한 잠바를 입고
어때? 하길래 장첸이냐. 점점 왜 그래...인상을 쓰니
머쓱해서는 둘둘 말아 비닐에 꾸겨넣기 시작했다.
반품할 거냐 물으니 싸게 산거라 반품이 안된다고...
참말 여러 가지 하십니다요.
가입만 해도 무료혜택인지 몬 꽁짜인지가 쏟아진다며 로그인도 척척 겁 없이 눌러댔다.
어느 날은 자고 일어나 핸폰을 들여다보니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남편 톡이 와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그 시간에 몬 톡을 했나 싶어 내용을 보니 허 참,웃음이 절로 피식 나왔다.
친구로 수락해 주실꺼죠?요런 내용이길래 이 싸람이 잠도 안 자고 별짓을 다 하네 싶으면서도 남이 아니고
내 남편님 되다 보니 옛다 수락하노라 꾹!. 인심을 써 줬다. 누르는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몬 로그인을 하라고 화면에서 졸라대기 시작했다.
한 단계 거칠 때마다 공짜로 준다는 물건을 픽 하면 할인이 얼마라고 뜨면서 과녁도 한번 나오고
쏘세요~~하는 화살표를 한번 쏘면 총총거리며 기어 가 다음단계로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돌리다 보면 아쉽네요. 하는 꽝도 나오고 특별 할인
해 준다는 꼬드김도 뒤따랐다.
그래봤자 나는 절대 안 넘어갈 거라 마음먹었다 .
제법 값나가는 최신형 공기 청정기가 할인에 할인에 끝없는 할인으로 단돈 칠천 원에 당첨이라고 떴다.
설마 그 가격에 니들이 이런 물건을 주겠냐 의심을 하면서도 홀린 것처럼 다음 단계를 누르고 있었다.
중간중간 얍삽하게 친구추가를 눌러야만 따블할인 되는 코스가 있다 보니 속는 거 알면서도 거기에 또 말려들었다. 한 명 추가 할 때마다 금액이 팍팍 내려가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자막이 떴다.
공연히 친구 추천이니, 수락이니 하는 쓰잘데기 없는 것으로 민폐 끼치긴 싫어 만만한 내 언니 둘 한테 전송을 했다. 남편이 내게 보냈던 똑같은 내용의
친구 수락해 주실 거죠?
기본적인 통화나 톡이나 사진 등등 ,손에 익은 단순한 것 외에는 거리두기 하느라 근처에 얼씬도 못 한다는 것을 이용했다. 두 언니들은 친구수락이니 공짜쇼핑이니 이런 것조차도 모른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맘 놓고 전송을 눌렀다. 아침댓바람부터 두 명이나 친구신청을 해줬는데도 요놈의 사이트가 질 질 끌며 메롱 약을 올리는 듯 보였다.
마지막 할인금액이 천오백 원 남았으니 한명만 더 친신하면 공짜라고...과녘맞추는 화살표가 또 뜨길래
에라잇, 공짜 너나 실컷 가져라. 한치의 미련도 없이 창을 닫아버렸다.
절대 공짜일리 없다는 신념으로 얼떨결에 누르며 쫒아가긴 했으나 쓸데없는 것에 잡아 먹힌 내 아침 시간이 아까웠다.
도로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이었다.
쇼핑왕 남편 님의 친구수락 하느라 아침부터 혼자 오지게 삽질한 셈이었다.
잠깐 사이에 세상을 송두리째 할인해 줄 것처럼
요리조리 따라오라고 꼬리 치는 화면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사이트마다 거미줄 치는 남편이 놀랍고 신기 할 따름이었다.
난 의심도 많은 때국년 꽈라 그런지 로그인이고 비번이고 잘 안 하게 되더만 대체 몇 군데 vip
고갱님이시길래 반품도 공짜, 뭐도 공짜. 어지간한 건 다 공짜~아무튼 많은 혜택은 누리는 듯 보였다.
의외로 팔랑귀인 우리 집 쇼핑왕께서 할인에 속아 넘어가 본전도 못 찾는 빗좋은 개살구가 안되기만을 바라고 ,바랄 뿐이었다.
얼마 이상 사면 할인쿠폰이 뜬다고 그 금액에 맞추느라
필요하지도 않은 것에 집착을 헸다.
7만 원 이상 사면 오천 원 할인이라는 대형마트 문자가 뜨는 날엔 여지없이 마트행이었다.
살 것 만 딱 적어서 한눈파는 일 없이 그것 위주로 후딱 사 들고 오는 나와는 정 반대였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엄마 아빠도 로또라고 아들놈이 놀리거나 말거나
Only. 쇼핑에만 빤짝빤짝 눈이 부셔!
마트나 시장을 가도 여유 부리며 구경하느라 집에 돌아갈 생각을 전혀 안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집에 가기 싫어? 물으면 나온 김에 이것저것 다
둘러봐야 한다고...
어디 감금 상태로 지내는 것도 아니면서 나온김에
둘러보는 게 아니라 원래 밖으로 나도는 걸 좋아했다.
싸니까 담고 곁다리에 작은 것 하나 덤으로 붙어있다고 담고, 원플원이라고 또 담다 보면 카트가 배 터진다고 꾸에엑 토해낼 지경이었다.
처음엔 마구 담는 것마다 집에 있어, 사지 마, 안돼...
노래를 불렀었는데 입 아프게 자꾸 태클을 걸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머리를 굴리게 되었다.
담던지 고르던지 카트가 미어터지든지 말든지 그냥 보고 있다가 슬쩍 하나씩 도루 빼 놔도 모른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잔뜩 골라골라 담을 줄만 알았지 계산할때 빼 놔도 눈치 못 채는 헛수고를 왜 하는 건지
테스형, 우리 남편 왜 이래!
어느 순간 잠깐 낚시에 미치는가 싶더니 낚시줄에
걸려든 것처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캠핑이든 낚시든 자동옵션으로 같이 움직이는 멤버가 있다 보니 으례히 떠블세트로 주문을 했다.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저 편으로 낚시를 떠나던 날 ,
그쪽 지형이 낮으막한 산을 넘어가야 바다가 좍 펼쳐지는 그런 장소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넘어갔는지 극기훈련 코스라도 되는 것처럼 아예 두꺼운 동아줄이 연결돼
있었다. 차가 못 들어가는 곳이니 최소한의 짐만 꾸려 밧줄을 타야 했다.
4인 1조가 되어 아슬아슬 곡예하는 기분으로 산을 넘어가니 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일행과 점심준비를 위한 짐을 들고 가는데 저만치 강태공 두 분이 딸랑 낚싯대만 메고 가는 게 보였다.
다른 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바다를 향해 진격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폼 잡고 낚싯대만 메고 가면 뭐 하냐.
잡긴 뭘 잡겠어, 용궁으로 잡혀가지나 말지.
피라미라도 한 마리 잡으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노라
장담을 하며 낚시초보 낚린이들을 흉보던 순간이었다
주위가 조용해야 물고기도 몰려온다는데 낚시는 뒷전이고 삼겹살에 소주로 꾕가리 치는 난장판을 만들었으니 어느 한 마리라도 걸려들면 이상한 상황이었다.
멍멍 폼은 있는 대로 다 잡고 눈먼 놈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새로 장만한 낚싯대가 무색할 뿐,
누구 탓을 하리오.
아. 애기손가락 만한 놀래미 한 놈 잡았었지. 참!
눈만 껌뻑거리는 게 너무 귀엽고 가여워
어여 엄마 찾아가라고 방생을 했다.
대어 낚았는데 아이구 아까비였다.
한동안 뜸 한 것이 수상하긴 한데
언제 또 주문 껀 발동하는지 경계태세로 감시해야 할
우리 집 쇼핑왕 루이 64세 되시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