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자, 꼭 살아내자!

by 뻥쟁이글쟁이

우리 동네 당근에 올라온 글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더위에 저런 모습을 하고 어찌 버텨낼까 싶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공영주차장과 교회사이의 계단에 서 있는 사진 한 장만으로도 내 그라운드다 보니

바로 찾을 수가 있었다.

최초 사진을 올리신 분이 부르니 옆에 오더라는 글과 함께 끈끈이를 떼 주려는데 도망가더라는 내용이었다.

온몸을 복대모냥 감싸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수가 아닌, 어느 못된 ㄴ의 소행이란 확신이 들었다.

길바닥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내는 것 만으로도 가여운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따뜻한 손길, 사료 한 줌 ,물 한 모금 안 줄 바에야 차라리 그냥 못 본체 지나치면

으련만.

얘네들도 어쩌다 보니 길에 태어나

마지못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내는 귀한 생명이거늘. 인인 게 미안할 뿐이었다.

어느 작가님 글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저 다 늙어 조용히 죽어가기를..;

난 이 한 줄 글귀가 너무 좋더라는~


산책 나가려던 하네스를 빼 던지고 맘이 급한 탓에 코코를 들쳐 안고 냅다 뛰었다 .

교회뒷길로 가니 빌라 앞 평상에 할머니 여섯 분이 부채질을 하며 수다 삼매경이었다.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쥐끈끈이 붙은 고양이 보신 적 있느냐 물으니 죄다 동문서답, 그야말로 동상이몽, 고양이이몽을 방불케 했다.

"애가 없는겨?

더운데 왜 개새끼를 끌어안고 다녀?;

"요즘 것 들은 개나 떠받들 줄 알지

지 부모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개새끼 키우는 돈이 애 키우는 거보다 더 든다더만 에잉 넋 빠진 것들.."

에구 묻는 내가 잘못이오 , 키우는 내가 죄인이오..싶은 마음에 그냥 돌아서려다

그중 젊은 편인 듯한 할머니께 다시 물었다.

'혹 쥐 끈끈이 붙은 고양이 못 보셨나요?"

사진을 보여주니 정말 너무도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대답을 해 주었다.

"방금 조기 차 밑에 있다 어디로 가 버렸어"

낮에도 수시로 이 동네 왔다 갔다 하던 걸.

금방도 보였는데 ...

이 집 할매가 먹이는 괭이여."

하며 평상 끝자락 앉은 분을 가리켰다.

평소에 오가며 고양이 밥 챙기는 것을 봐 왔던 터라 다시 사진을 보여주며 물으니

못 봤노라고...그런 모습이면 진즉에 잡아떼어줬을 거라고 했다.

"방금 전까지도 여기 왔다 갔다 했다는데 못 보셨을까요?"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에 맥이 좍 풀렸다.

"저 할매 정상 아녀."

아무한테나 헛소리 픽픽하는 선수니 새겨듣지 말우.." 하는데 아이고,

실낱같은 기대감마저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긴 그 할머니 눈에 띄었다면 그냥 놔 둘리 만무였다. 사료도 일반 길냥이용이 아닌,

질 좋은 피트사료에 캔까지 섞는 정성을 곁들였다. 길에서 살 망정 나름 보호와 관리를 제대로 받는 아이들이었다..

일정한 시간대가 되면 열댓 마리 제각각

옷을 입은 냥이들이 밥자리로 모여들었다.

모두 중성화 완료에 윤기 나는 털옷을 입고

점잖게 밥시간을 기다렸다.

다 먹고 나면 일제히 그릇을 수거했고 배 부른 녀석들은 꽃단장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각자의 구역으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구석구석 스티로폼으로 3층까지 쌓아 천막도 씌우고 냥이 집이라는 팻말도 달았는데 어느 순간 싹 철거를 했다.

교회주인이 바뀌며 담벼락사이로 사유지에 밥 주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다 보니 냥이들의 보금자리가 빌라 뒷편으로 밀려났다.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대형스티로폼으로 견고하게 쌓아 겨울이면

핫 팩을 가득 채웠고 따뜻한 물도 함께였다.

동네 고양이들의 아늑한 쉼터였다.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단체의 대표님께 사진과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에고 ..딱 두 글자와 함께 바로 정확한 위치와

주소를 달라는 답장이 왔다.

두어 시간도 안 걸려 아이 모습이 찍혔던 계단 밑에 통덫 두 개를 설치했다.

구조의 끝은 곧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오래전 임신냥이를 구조하느라 고양이탐정까지 불러 이틀을 꼬박 차 안에서 지켰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녀석을 원망하며 철수를 했다.

통덫에 꽁치통조림을 한통 넣어두고 혹여나 하는 기대감에 다음날 새벽에 가 보니 에웅에웅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담요를 들쳐보니 그 추운 겨울날 먹고살겠다고 그곳에 들어간 것이 한없이

가엾고 측은했다.

24시 병원으로 곧장 이동을 하고 검사를 하고 , 이동봉사를 구해 임보처로 보내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대가 없는 여러 손을 거쳐야 작고 여린 생명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기나긴 여정~


캣맘 둘이 합류해 대표님까지 넷,

서너 시간을 교회계단에 쭈그리고 앉았는데

정말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네발 달린 짐승이 사방을 쏘다닐 테니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또 나타날 거란 보장도 없는 절체절명의 시간이었다.

2시에 모여 7시를 훌쩍 넘기다 보니 조바심이 너울거렸다.

날이 더우니 음료수 병은 늘어만 가고 서로

내색은 안 해도 지쳐갈 즈음,

벌떡 일어나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주차장 지하부터 교회 뒷길을 중심으로

목 쭈욱 잡아 빼고 주변빌라를 기웃거리는데

자전거를 손 보는 젊은 부부가 보였다.

혹 끈끈이 붙은 고양이 본 적 있느냐 물으니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며 안색이 확 변하는 걸 느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사진까지 보여주자

이틀 전에도 캔을 주었었다며 자신들의

핸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장소는 다르지만 같은 아이가 틀림없었다.

"얘 이 동네가 아니고 편의점 건너편에

주로 있어요.." 하며 그쪽으로 일행을

데리고 갔다.

혹 모르니 최초 발견장소에도 통덫을 하나 남긴 채 건너편으로 이동을 했다.

버스정류장 뒤. 편의점 골목에 주로 나타난다는 아이를 위함인지 밥자리가 서너 군데 보였다.

화단이나 차 밑을 들여다봐도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이 밤이 가기 전에 꼭 눈에 들어오기를, 아니 꼭 설치한 덫에 들어와

살자, 꼭 살자.. 를 바라는 마음으로 9시

일단 철수를 했다.

마음이 온통 그곳에 가 있으니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은근 짜증 나는 저녁시간이었다.

잠도 올 것 같지 않아 그곳까지 한 바퀴 순찰을 하고 오니 11시는 훨씬 넘었고

언제 깜빡 잠들었나 모르게 4시에 일어나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야옹..나비야..에오옹...그 새벽에 혼자 목놓아 부르며 돌아다녀 봤자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질 이름이었다.

고양이 특성상 죽을 때가 되면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기도 하고 더 안 보이려 한다는데 어디 가 죽어있는 건 아닌가 불길한 마음이 앞섰다.

약속이 있어 나가면서도 온통 마음은 콩밭이었다.

이 더위에 들러붙은 괴물이 얼마나 고통일지,

오늘도 안 나타나면 어쩌나..

그래, 나타나면 사는 거고 안 나타나면 그것도 니 팔잔데 어쩌냐 하는 갈등으로

저울질할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영상이 날아왔다.


무사히 포획되어 냠냠 짭짭 츄르를 받아먹는 녀석을 보자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고

모든 거슬리는 것들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제 못 잔 잠도 오늘은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히 잠 들 생각에 마음도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끈끈이에서 자유로워진 녀석은 기존 밥 주던 해장국 집 사장님이 입양하신다는 반가운 소식도 옵션으로 따라왔다.

골목을 누비며 아무한테나 냥냥거리며 발라당 애교 떨던 녀석이 다시는 험한 손 길 거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냥님 구조사건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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