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경찰청 사람들이라는 프로를
보던 날 욕쟁이 사건이 터졌다.
사기를 쳤던가 , 암튼 잡혀 갈 만한 일을 했기에
프로그램 상 경찰이 범인을 수갑 채워 잡아가는
그런 장면이었다.
엄마, 저건 진짜로 잡아가는 거야?
티브이 화면 속에서 잡아가면 어떻게 꺼내서 혼내느냐,,
어떻게 벌 받느냐..
궁금한 게 많은 7살 큰 아이가 심각하게 물었다.
응, 진짜로 잡아가는 건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을 드라마처럼 만들어서 보여 주는 거야.
나쁜 짓 하지 말라고.. 하며 친절히 얘기해 주었다.
눈만 뜨면 들뛰고 날뛰고 쌈박질에 극성이 극에 달했던
미운 네 살, 미친 일곱 살. 어라 둥둥 아들 녀석들.
저녁 시간 모처럼 편하게 앉아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작은 소리로 @@@@@@@
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작은놈을 닦달했다.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지 에미 표정이 안 좋다 싶은 것을 재빠르게
눈치챈 녀석이 고 작은 손으로 입을 막아 가며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하며 얼버무린다.
그럼 그렇지 내가 헛소릴 들었나 긴가민가 하고
있는데 옆에서 큰 놈이 고자질로 확신을 준다.
ㅇㅇ 이가 ㅈㄴ 쌩까고 있네...그랬어요.
하이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이게 뭔 소리라니...
네 살짜리 놈 입에서 그게 나올 소리냐며 목에 핏대 세우고는 애를 잡기 시작했다.
넌 어디서 그따구 못된 소리를 배워서
써먹는 거야 대체..
나가서 큰 놈들하고 까질러 놀더니 욕이나 배우고
이 담에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눈물 쏙 빼도록 한참을 잡았다.
혼내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차라리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큰 놈이 중간중간 얄밉게 추임새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ㅇㅇ이는 나가면 고등학생 형 이랑도 놀아요..
아니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니!
몬 놈에 고등학생이 공부 안 하고 네 살짜리랑 노는 게
정상이냐, 어떤 놈 이냐..흥분된 상태로 씩씩거리니
큰 놈이 또 조잘조잘 일러 받친다.
그 형은 학원을 안 다녀서 애들하고 잘 놀아준다는 둥,
그 형 자전거 타고 안동네까지도 갔다는 둥..
뭬야...우리 집 꼬맹이가 나가면 나이 불문 형님들 틈에서 노니느라 가랑이 찢어져 밤 이면 밤마다
곯아떨어졌었나 보다.
작은놈을 혼내다 갑자기 은근 빈정이 상해 화살이
큰 놈한테 날아갔다.
너도 애 혼나는데 작작 일러 받쳐. 넌 뭘 잘했다고 고자질이야..
갑자기 저한테 불똥 튀는 상황이 억울한지 샛별 같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엄마 미워
소리를 냅다 지른다.
야, 시끄러워! 가서 얼른 치카하고 자 ...
욕실로 두 놈을 밀어 넣으니 그 안에서 또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렀다고 작은놈이 먼저 시비를 거는지 순둥이 큰 놈이 욕하는 건 나쁜 거라며 , 그렇지만 형아가 일러서
미안해...나름 변명을 한다.
우당탕탕 소란하게 물 끼얹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큰 놈이 욕실 문을 벌컥 열어 제낀다.
엄마 ,저 새끼가 나한테 샤워기로 물 막 뿌렀어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틈새 고자질을
잊지 않는다
엄마한테 드러운 인간이라 그러고 지는 집 나갈 거래요
이 집에서 안 산다면서 엄마한테 마귀할멈이래요.
엉 엉 엉.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걸
꾹 꾹 참으며 다시 작은놈을 잡았다.
잘 됐다, 너 당장 나가, 마귀할멈하고 왜 사냐.
그래, 드러운 인간이다 어쩔래?
소리소리 질러 대니 지 딴엔 서운하고 억울했는지 흑진주 같은 까만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후드득 떨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에구 이쁜 내 새끼들 그만 울리고 토닥여 재우자 하는
마음에 차례로 꼭 안아 주며 ㅈㄴ쌩까네
사건을 마무리했다.
한 창 미운 짓 하며 별거 아닌 것으로도 투닥투닥
다투는 시기다 보니 애들과 외출하기 전, 꼭 다짐을 받곤 했었다.
나가서 또 싸우면 엄마가 어떻게 할까?물으니
큰 놈이 생글거리며 지 목에 손을 슥~스치더니
엄마한테 죽어요...다짐, 또 다짐을 받고 마트를
갔던 날, 마늘 쫑 사건이 벌어졌다.
야채를 고르는데 옆에서 얼마나 투닥거리는지
성질이 있는 대로 뻗쳐 눈을 부라리며 눈치를 줘도 먹히질 않았다.
오히려 사람 많은 곳에서 설마 혼을 낼 거냐 잔머리를 굴리는 것 같아 약이 오르는 게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손에 잡히는 대로 마늘쫑 단 을 집어 들었다.
그것으로 두 놈 엉덩이를 한 대씩 내리치며
집에 가면 니들은 죽음이여.. 하니 주위 사람들이 웅성웅성, 수근수근, 어머 마늘쫑은 몬 죄냐 .웃는 통에
나만 악덕엄마가 되어버렸다.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눈치 이백단 형제는 자체 반성이라도 하는지 방에서 조용한 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내가 너무 했나 싶어 살짝 문을 열어보니 큰 놈은
마늘쫑 비스므리 그려가며 그림일기를 쓰고 있었다,
꼬맹이도 눈치껏 책을 탁 세어 양손 꽃 꽃하게 들고 있는데 이런이런 ...거 꾸 로 였다.
극성떨어도, 말썽 부려도 , 피 터지게 싸워도 웃음 주는
마냥 이쁘고 귀한 내 새끼들,
이 담에 모가 되려고 그러니..
욕심도 많고 남한테 지는거 절대 안 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강약약 의리의 싸나이들.
엄마 판박이들 맞지?
나이에 안 맞는 걸쭉한 욕이나 배워 써먹는 탓에
이담에 모가 되려 그러냐 혼쭐 나 눈물 한 바가지 쏟던
꼬맹이는 이 담에 모가 됐게요?
마늘쫑 단으로 엉덩이 맞아가며 유년기를 보낸
형제는 언제나 반듯하고 올바르고 용감했다!
,fact, 눈이 부시게 잘 생긴 건 안 비 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