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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Feb 14. 2024

나의 원픽 버핏!

내게 온 걸 환영해...

길 아가들 밥을  챙겨 준지 거의 20 년  차 캣맘.

집에는 늘 우리 멍멍이 퍼키가 건재하였고 (19년 2개월을 살다 간 다음엔 코코가 그 자릴 대신하였고) 집안에  털뭉치 냥님을 들인다는 건 생각조차 안 해봤었다. 머리카락 하나 굴러다녀도 용납 못 하는데

뿜뿜을 누가 감당 한단 말 인가.

첫 번째 반려견인 퍼키는 일부러 잡아당겨도 털이 안 빠지는 곱슬곱슬한 푸들이었기에  가족이 되었었다.

주택에 살던 때, 어느 날부터인가 화단에 자리 잡은

깜장 고양이를  챙기는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사료를 놔주면 몆 알 먹지도 않고 깨작깨작.

다른 것을 달라 옹..하는 눈빛으로 레이저를 쏴 댔다..

고양이는 생선만 좋하하는 건가 싶어  수시로

 밥상에 생선이 올라갔다.

지간히 좀 발라 먹어 ,냥이 줘야 해...

생선이라면 눈알만 빼고 알뜰히 살 발라먹는 남편을 제지하며  화단 손님에게로 그것을 갖다 바쳤다.

걸핏하면 생선을 사다 온 집안에 비린내를 풍기며

삶아  다져서 소분하기 시작했다.

사료에 생선 살 을 선두로, 물그릇에  간식접시에

추위를 피할 스티로폼 집에  비바람을 피할  칸막이까지

장만해  작은 화단을  무료임대로 아낌없이 주었다.

어느 순간 냥님들 사이에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한마리던 것이 일곱까지 늘어나며 동네 냥이들의  집합장소가 되어버렸다.

까망이, 삼색이,노랑이, 하양이, 꼬맹이, 순둥이,

까칠이...내 느낌대로 이름을 부르며  한 놈 씩 보고 있자니 생김도, 무늬도 각양각색, 알록달록.

화단의 꽃이 무색할 만큼   도도한 자태로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가방이며 주머니마다  외출 시 사료 한봉다리씩은 기본으로  챙겨 다녔고  여행지는 물론 남의 나라에 가서도 목 쭈~욱 잡아 빼고 어디 냥님이 없나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놀러 왔으면 경치도 좀 보고 해 봐,

그 노무 고양이만 찾지 말고..병 이여 병...

동물 혐오증 일행이 핀잔하거나 말거나

마이웨이, 굳건히 나의 길을 가련다.


어찌어찌 뻐꾸기 우는 사연으로 알게 된 분이 어느 날부터인가 전국구로 고양이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의도는 가여운 놈 입양 차  책임비 조금에 길냥이가 낳은 새끼를  첫 입양했는데 늠름하고 멋진 외모에 아주 건강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어랏! 손바닥만 한 냥님들이 갈 때마다 늘어나 있었다.

도꾸를 선두로 순또 바하 워렌 버핏 제제  블랑이 준희 에셀  순심이  장수. 비비안 일랑이  예삐 예레미 ....

등등  ...아이쿠, 하도 많아 이름 외우기도 벅 찰 지경까지  이르렀다.

순식간에 늘어난  스무 마리의 품종묘로 방안이

바글바글, 발 놓을 틈도 없이 가득  찼다

*투 부를 보다  그 애한테 꽂히면 먼 지방까지 가

수백 단위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일상이 이어졌다.

도꾸 ,순또에 이어 워렌 다음으로 그 집에 입성한 녀석이  바로 요 네 번째 버핏이었다.

아주 잠깐 사이에 스무 마리 까지 사들인 녀석들이

점점 커 가자 감당이 안되었던지 변덕이 생겼던지

 한 놈씩 찍어 쫓아낼  궁리를 하는 게 보였다.

도꾸는 젤  첫 정이라 차마 내치지 못하는 듯 보였고

요 녀석 순또는 몽글몽글  순하고귀여운 외모덕인지

암튼 열외!

버핏을 콕 찍어  자꾸 침대에 응가를 하니 어디 보낼 곳이 없냐 짓조르기 시작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깔끔한 성격들은 화장실에 예민하니 모래나 화장실을 수시로 치워 주고 늘려보라는 조언을 해 줬다.

무턱대고  대책 없이 사 들이던 마음과는 달리 관리의 한계가 지나자 눈앞에서 치워버리자는 결심을

굳힌 듯 보여 불길함이 느껴졌다.

지옥탈출을 환영합니다..

솔직히 그 소굴을 벗어날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첫 번째로 당첨(?)된 워렌, 버핏이 쫓겨나는 대망의 그날!

뼛속까지 캣맘인, 정말 냥님들한테 모든 걸 올인하는

M과  두 녀석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짧은 귀, 짧은 팔다리에 하양 검정털이 섞인 워렌을

왜 쫓아내는지 이유도 알지 못 한 체  암튼

워렌은 우리 집으로, 버핏은 M 이 데려가기로  결정을 하고  두 놈을 케이지에 넣으려는 순간 내 마음이 요동을 쳤다.

장묘라 털은 떡지고 뭉친 채로  다 망가진 눈에 생기라고는 하나 없이, 초점도 없이 미동도 없이

 죽은 듯  널브러져 있는 버핏이 눈에 들어왔다.

M 의 집에는 그 당시 임보에 구조한 애들까지 12마리의 대가족이었고

우리는 멍님만 한 마리. 장묘라 아무래도 내가 데려가는 것이 더 관리도 수월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 녀석의

눈빛이 맘에 걸려 차마 보낼 수가 없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두 놈의 운명이 뒤바뀌어 드디어

우리 집에 입성한 나의 첫 번째 냥님,

비싼 값에 사들인지  6개월도 채 안돼  아무데나 응가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나의 원픽  버핏왕자님!

다음 날 중성화를 마치고  데려 오려는데  마취가 덜 깬 탓에  케이지에 오줌을 잔뜩 싼  채로 누런  털가죽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대가족 틈바구니에서 잠시도 편히 쉬어보질 못 했을 녀석, 외모만 보고 미쳐서  사 들일 때의 마음과는 달리

단 한 번의 보살핌도 없이 방치되었던  것을 생각하니

어찌나 가엾고 안쓰럽던지

그래 , 버핏 넌 이 순간 이후 앞 날이 꽃길이다옹!

그렇게  내 품으로 온 버핏은  마취가 깨고도 고달팠던

지난 시간을 보상 받으려는 듯 아주 오래 편안히

 잠을 잤고 새벽녘에야 숏다리로 탐색을 하며   조심조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마음을 열었는지

처음 발라당 한 모습이 너무 귀여워  찰칵했던

 뽀시래기 버핏!

페르시안 특성상 가만히, 조용히 앉아 창밖 내다보는 게 일상인 나의 버핏은  맘마를 대령해도 사브작사브작

절대 바쁠 일이 하나도 없는 냥님이다.

캣타워로 츄르갖다 바쳐야  하고  가물거리는 눈 껌뻑이며 혼자 있는 걸 즐기는 낭만고양이 버핏!

내게 안 왔으면  그 틈바구니 속에서 어찌 견디고 버텨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해 더욱 맘이 가고

이뻐할 수밖에 없는 나의 왕자님.


처음 스므마리,

두 마리 구조를 시작으로 8마리까지 줄여놨는데 중성화를 왜 해야 하는지의 중요성을 뒤늦게야

억지 춘향 격으로 알아들은 탓에..

새끼를 낳고 입양을 보내고 또 새끼를 낳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ing..

제대로 관리 못할 거면  산 생명  애초에  장난감모양

사 들이지도 말고 시작도 하지 말기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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