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나도 끊어지지 않는 끈

by 지해랑

서윤은 골목 끝에 서 있었다.
비가 내린 뒤라 공기가 눅눅했고, 낡은 공중전화 부스의 유리창은 습기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
결혼을 한 달 앞둔 지금, 세상 누구보다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정말... 들릴까?”
가슴이 두근거려 손끝이 떨렸다.
서윤은 조심스레 부스 문을 열었다.
낡은 경첩이 삐걱 소리를 냈다.

수화기를 들자,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이 손에 전해졌다.
아무 번호도 누르지 않았는데 신호음이 울렸다.
뚜뚜. 뚜르르...

그 순간,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숨이 턱 막혔다.
“엄마...?”

정적이 흐른 뒤, 그 목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우리 서윤이 맞지?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딸.”

서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엄마... 나 결혼해. 다음 달에... 근데 엄마가 없어서 너무 무서워.”

엄마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담백했다.
“무서울 게 뭐 있니. 결혼은 누군가와 함께 걷는 거니까.
너 혼자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힘이란다.”

“그래도... 드레스 입은 내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혼식 날 손 잡아주고, 같이 걸어주고 싶었는데.”

“드레스 입은 네 모습? 벌써 다 보여.
다섯 살 때 엄마 구두 신고 거울 앞에서 빙빙 돌던 너,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부터 알았어. 우리 딸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평범했다.
“윤아, 밥 먹자.”
딸을 부르던, 가장 일상적인 한마디.

그러나 그 평범함이 눈물을 쏟게 했다.
“엄마... 나 잘할 수 있을까?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사랑하려는 마음이면 충분해.
넘어질 땐 일어나면 되고, 실수하면 웃으며 고치면 돼.
엄마가 늘 그랬잖니? 괜찮아, 괜찮아. 그 말이면 충분하단다.”

부스 안의 불빛이 깜빡였다.
짧은 대화가 끝나가고 있었다.

“엄마,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가지 마...”
“서윤아, 엄마는 언제나 네 안에 있어.
결혼식 날 네가 웃으면, 그게 엄마의 손을 잡는 거야.
그러니 꼭 웃어라. 우리 딸.”

뚜— 뚜— 뚜—

신호가 끊기자, 서윤은 수화기를 붙든 채 오열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엔, 이제야 진짜 축복받았다는 따뜻한 확신이 남아 있었다.

부스를 나서며 서윤은 눈가를 훔쳤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작은 반지를 꼭 쥐었다.
곧 다가올 결혼식에서, 그녀는 웃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가에 맴돌았다.
“웃어라, 우리 딸.”

서윤은 흐르는 눈물 사이로,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없었지만, 사랑은 끊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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