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처럼 다녀간 사랑의 흔적
식장 대기실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채 대기실에 앉아 있던 서윤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꾸만 가슴이 허전했다.
친구들이 몰려와 말했다.
“와, 진짜 공주 같아!”
“민호 씨가 보고 쓰러지겠다, 진짜.”
서윤은 억지로 웃었지만, 속으로는 계속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엄마가 여기 있었다면... 분명 내 머리칼 한 올까지 매만져 주며, 제일 예쁘다 했을 텐데.”
머리 위에 꽂힌 작은 티아라가 괜히 무겁게 느껴졌다.
거울 속 자신에게 속삭였다.
“엄마... 나 예뻐 보여? 나 괜찮아?”
식장 문 앞에 서서 아버지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는 흰 장갑 낀 손을 떨며 딸을 바라봤다.
“엄마가 있으면... 네 손 잡고 걷는 걸 제일 좋아했을 거다.”
그 말에 서윤은 눈가가 붉어졌다.
“아빠, 엄마 진짜... 오늘 와 있지 않을까?”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을 거다. 네가 웃으면 분명 옆에서 같이 걸을 거다.”
문이 열리고 음악이 흐르자, 서윤은 고개를 들었다.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수많은 하객들의 얼굴이 보였지만, 맨 앞줄 한편 빈자리가 유독 시선을 잡았다.
빈자리 위로, 잠깐 흰빛이 스쳐 지나갔다.
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엄마의 모습 같았다.
분홍치마, 따뜻한 미소, 손을 흔드는 모습.
눈을 비볐을 때는 이미 사라져 있었지만, 가슴은 뜨겁게 벅차올랐다.
“엄마... 와 있구나.”
신랑과 마주 선 채, 서윤은 주례의 말에 따라 서약을 읽었다.
“좋은 아내가 되겠습니까?”
“네, 사랑하겠습니다.”
대답을 내뱉는 순간, 누군가의 손길이 자신의 손등에 포개진 듯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민호의 손 위에, 또 다른 손이 살며시 덮여 있는 것만 같았다.
그건 분명, 오래전 밥상 앞에서 “윤아, 밥 먹자.” 하고 불러주던 엄마의 손길이었다.
축가가 울려 퍼지고, 하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때 갑자기 식장 안으로 바람이 스쳤다.
닫혀 있던 문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그녀의 베일을 살짝 흔들었다.
그 순간 서윤은 강하게 느꼈다.
“엄마가 지금 내 곁에 있구나. 축복해주고 있구나.”
눈물이 흐르려 했지만, 서윤은 꾹 참았다.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 네가 웃으면, 그게 엄마의 손을 잡는 거야.”
그래서 그녀는 울음 대신 환하게 웃었다.
피로연 자리, 많은 사람들이 “신부가 참 밝다, 행복해 보인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서윤만 아는 비밀이 있었다.
그 웃음은 혼자가 아닌, 엄마와 함께 짓는 웃음이라는 것을.
식탁 위에 놓인 흰 국화꽃이 유난히 향기로웠다.
누군가가 일부러 올려둔 듯 신선했다.
서윤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엄마가 다녀가며 남긴 흔적일지도 몰라.”
결혼식이 모두 끝난 뒤, 호텔 방에서 드레스를 벗고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던 순간, 서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엄마, 오늘 나 잘했지? 웃었어. 예쁘다고 다들 말해줬어.
근데 나는 알아. 내가 웃을 수 있었던 건... 엄마가 내 옆에 있었기 때문이야.”
창밖 밤하늘에는 별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별을 보며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엄마, 내 결혼식에 와줘서 고마워. 오늘 내 옆에 있어줘서... 평생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