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으로, 바람으로, 작은 기적으로 계속 딸과 함께

by 지해랑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후, 서윤은 민호와 함께 작은 신혼집에 들어왔다.
거실 창문은 오후 햇살을 받아 따뜻했고, 새 가구에서 은은한 나무 냄새가 났다.

짐을 정리하다 서윤은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결혼식 전날 부스에서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잊지 않으려 적어둔 메모지가 있었다.
“결혼식 날 네가 웃으면, 그게 엄마의 손을 잡는 거야.”

그 문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엄마, 나 정말 웃었어. 그리고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았어.”

민호가 다가와 물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서윤은 살짝 웃으며 메모를 감췄다.
“그냥...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말이야.”

결혼 후의 일상은 낯설었지만 따뜻했다.
민호와 함께 저녁을 차리고, 작은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순간에도, 서윤은 문득 엄마가 차려주던 밥상이 떠올랐다.
“밥 먹자.” 그 평범한 한마디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어느 날, 친정아버지가 집들이를 왔다.
작은 화분 하나를 들고 와서 웃으며 말했다.
“네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야. 네 집에 두면 좋겠다 싶어서 가져왔다.”

서윤은 그 꽃을 창가에 두고 오래도록 바라봤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살짝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엄마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딸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서윤의 첫 번째 결혼 후 생일이 다가왔다.
민호는 작은 케이크를 사 와 초를 켜주었다.
“소원 빌어.”

초를 불기 전, 서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엄마, 올해도 내 생일 축하해 줘.
그때처럼 전화로라도... 목소리 들려줘.”

물론 부스에서처럼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촛불이 꺼지는 순간, 엄마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우리 서윤이, 생일 축하해.”

그녀는 눈을 떴다. 눈가가 촉촉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결혼 생활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소한 의견 차이로 민호와 다투기도 했고, 직장 생활과 가정의 균형에 지쳐 울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힘든 순간마다 작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눈물이 터져 나오려 할 때면, 창문 너머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몸이 지쳐 쓰러지듯 눕는 날이면, 꿈속에서 엄마가 나타나 “괜찮아, 딸. 넌 잘하고 있어.” 하고 웃어주었다.

서윤은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사랑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계속 나와 함께 하고 있구나.”

결혼한 지 1년이 지나고, 서윤은 작은 생명을 품게 되었다.
임신 소식을 알린 날,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 엄마가 있었다면 세상에서 제일 기뻐했을 텐데...”

서윤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아빠, 엄마 알고 계실 거예요. 분명히.”

밤에 누워 배를 쓰다듬으며, 서윤은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나 이제 엄마가 돼.
근데 무서운 게 아니라... 기뻐. 아마 엄마가 내 옆에 있어서 그런가 봐.”

그 순간, 창가에 두었던 꽃이 바람도 없는데 살짝 흔들렸다.
서윤은 눈을 감았다.
엄마가 딸의 손을 잡고, 또다시 세상에 태어날 아이의 손까지 함께 잡아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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