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목소리

(회상)

by 지해랑

윤호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조용히 보내고 있었다.
방 안, 작은 케이크에 초 하나.
촛불을 바라보며 떠오른 건, 단 한 사람. 은지였다.

소문에 이끌려 별무리동 공중전화 부스로 향한 윤호.
수화기를 들자, 떨리는 신호음 끝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은지야?”
“윤호야? 정말… 윤호 맞아?”

윤호의 눈물이 터졌다.
“난 너한테 고백도 못 했어. 늘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대학 시절의 추억

그 순간, 윤호의 뇌리에 도서관의 햇살 속 은지가 떠올랐다.
창가에서 빛나던 머리카락, 책상 위에 남겨둔 동글동글한 메모,
비 오는 날 함께 쓴 작은 우산,
캠퍼스 축제의 불꽃놀이 아래서 웃던 얼굴.

은지는 늘 곁에 있었고, 언제나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좋아해.” 단 세 글자가 목 끝에서 돌처럼 걸려,
그저 삼키고 또 삼키다, 결국 기회를 잃었다.

졸업을 앞둔 겨울, 은지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
문 앞까지 갔지만, 열지 못하고 돌아섰던 발걸음.
그리고 장례식장에 남긴 흰 국화 한 송이.

‘그때 단 한 번만이라도 말했더라면…’

수화기 너머에서 은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윤호야, 그럼 지금 말해. 늦었지만, 지금은 괜찮잖아.”

윤호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
“은지야, 사랑했어. 아니… 지금도 사랑해.”

은지는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 네가 내 옆에 있을 때마다, 내 자리 비면 와주길 기다렸어.
그때의 모든 순간, 나에겐 충분히 사랑이었어.”

부스 불빛이 깜빡이며 끊어지려는 순간, 은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내 몫까지 살아줘. 못 본 바다, 못 본 별빛… 네가 다 보고 와줘.”

뚜— 뚜— 뚜—

윤호는 흐느끼며 수화기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야 완성된 고백과 은지의 대답이 뜨겁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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