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반달쓰기)
번호를 따놓고 연락하지 않는다. 배우고 실천하지 않는다. 똑같다. 나도 그랬다. 열심히는 사는데 돌아보면 늘 제자리였다. 아웃풋없는 인풋에 지쳤다. 그래서 작년 9월 ‘한달쓰기’를 시작했다. 하다보니 나같은 사람이 적지 않더라. ‘한달’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한달 4기가 저물어간다.
누적 269명. 모두 30일 동안 매일같이 아웃풋으로 실력을 쌓고 자신을 드러냈다. 시작은 한달쓰기였는데 재밌는게 많이 생겼다. 몇가지만 소개하면 자신을 발견하는 질문을 매일 배달받고 글을 쓰는 <한달자기발견>, 추가 수익을 얻기위한 공부와 액션을 공유하는 <한달머니>, 브런치 작가들끼리 모여 글을 쓰는 <한달브런치>, 30일 동안 1일 1업로드를 하는 <한달유튜브>까지.
어렵다. 30일 동안 매일 하는 것은. 그렇지만 좋은 일도 많다. 한달쓰기에 참여한 퍼스널 트레이너의 글을 보고 국내 최대 피트니스 대회의 대표가 찾아왔다. 지금은 두 분이 사업 파트너가 됐다. 또 한 명은 특정 회사에 대한 큐레이션 글을 썼는데 그게 채용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달브런치에 있는 두 분은 한달 4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출간 제의를 받았다. 실력을 쌓는 30일의 과정이 고스란히 기회와 연결이 된다. 그래서 한달의 슬로건은 변화와 연결의 시작이다.
클럽과 커뮤니티의 핵심은 수질관리다. 아무나 들어오면 아무렇게 되버린다. 한달은 추천으로만 시작할 수 있고 한달쓰기에서 90% 이상을 수료해야 한다. 그런데 추천제로 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한달을 하고 싶다고 하면 멤버들이 거절하기 번거롭다는 것. 그래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다. 바로 ‘반달쓰기’
현재 한달쓰기는 글만 쓰지 않는다. 서로 글을 읽고 피드백 해주며 라이브톡으로 온라인 미팅까지 이루어진다. 물론 매일 글 쓰는 것 외에는 모두 옵션이다. 반달쓰기는 기간을 반으로 줄이되 이런 상호작용이 하나도 없다. 마치 실미도에서 15일 동안 살아남은 사람들만 한달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행력과 지속력을 갖춘 동료들을 모아주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
아무런 상호작용없이 15일 동안 글쓰는 일은 외롭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진입장벽 만으로 한달에는 좋은 동료가 늘어날 것이다. 당장 3월 1일부터 한 번 해 보기로.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빡빡이 제프 베조스도 그랬다. 성공할 지 실패할지 사전에 알고 있다면 그건 이미 실험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