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K Jul 10. 2019

당신의 사주와 운명을 바꾸는 3가지 방법

그렇다면 견뎌내리라


*추천 BGM : Andrea Bocelli, Celine Dion - The Prayer(클릭하여 음악과 함께 감상하기!!!)


꽃분이가 사라질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렇게나 울었다. 하도 울고 있으니 엄마가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 때 엄마가 얼마나 고맙고도 야속했는지. 손수건이 있으니 눈물이 갈 곳이 생겼고, 나는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그렇게 울었더랬다. 영화 <국제시장>은 봐도 또 보고 싶은 영화다.



<국제시장>처럼 기억에 남는 영화는 으레 삼박자를 다 갖추고 있는데 재미, 감동, 교훈이 그것이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영화가 흥행을 하려면 포스터도 중요하고 예고편도 중요한데, 이번에 읽은 <책만 보는 바보>는 완벽했다. 포스터와 예고편만 빼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재미 없어 보이는 책을 들고 있었는데 눈물이 맺히기를 수 없이 반복하는가 하면 지하철에서 혼자 빵터져 민망하기도 했다. 눈물이 가시고 난 자리는 안타까움이 자리했다. 이렇게나 깨질 듯 아름다우면서 망치로 정신을 번쩍들게 하는 책이 몇이나 있었던가. 가던 손길도 되돌릴 것 같은 조선시대 선비의 책 표지를 향한 탄식은 책을 완독하고 난 이후에 더욱 커졌다. 나에게 올 해 최고의 영상인데 썸네일이 아쉬워 구독자가 3명인 느낌이랄까.


대략 이런 느낌이랄까...(구독과 댓글을 사랑합니다)


<책만 보는 바보>에는 박명수가 나오고, 어벤져스가 나온다. 첩의 자식이라는 '2인자' 꼬리표 때문에 능력이 있어도 출세 길이 막혔고, 가난은 대물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력해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그들의 낯빛 어딘가를 어둡게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벤져스였다. 그들은 자식들에게 같은 운명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본인들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 어벤져스가 되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10년, 20년을 존버하는 졸꾸러기였다.


조선시대 홍진호와 박명수들은 화내지 않고 잘 지냈다


<책만 보는 바보>을 집필한 안소영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글로도 태교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보고 있는데 ASMR을 듣고있는 기분이다. 고요함 속에서는 물방울 소리도 크게 들리듯, 안소영 작가의 글은 오후 5시 창을 통해 사뿐히 내려 앉은 빛줄기 사이로 풀잎 가르는 바람소리만이 들리는 듯하다. 조선시대 휴먼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 이유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몇 시간이나 고심하여 마음에 꼭 맞는 조개와 자갈을 찾듯, <책만 보는 바보>에서 역시 가슴 속에 꼬옥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을 수도 없이 마주쳤다. 그러나 더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 그들의 발자취였다.


'누군가 나의 마음속에 스며들어와 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나눌 수 있다. 옛사람과 우리가, 우리와 먼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 되리라.'는 말처럼 운명을 달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운명에 정면으로 맞섰던 그들의 발걸음은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조선시대라는 신분사회에서 그들은 어떻게 운명을 바꾸었을까?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 개썅마이웨이 박제가, 유재석의 조선시대 버전 유득공, '초어정'이라는 살롱 주인장 백동수, 영앤리치 이서구의 삶과 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담헌 홍대용 선생, 연암 박지원 선생, 정조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주를 바꾸고 운명을 바꾸는 3가지 방법에 대해서 나누어 보자.




1. 끼리끼리와 맹모삼천지교 : 판교에 사랑방을 만들고 싶다.

'살인은 나쁜 것이다'처럼 '끼리끼리'라는 말은 진리다. 친구 관계든 연인 관계든 비슷한 사람끼리 만난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높은 적중률을 보인다. 그렇다면 평생을 끼리끼리 살진대, 달라질 방법은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두 가지 길이 있다. 우리가 변하던가, 만나는 사람을 바꾸던가.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면서 만나는 사람이 바뀌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면서 스스로 성장하기도 한다. '백탑'이라고 불리는 원각사 십층석탑을 주변으로 맺어진 '백탑파'의 인연은 서로의 인생을 어루만지며 서로를 성장시켰다.



박제가는 장가들어 신부를 맞이한 첫날밤에도 장인의 말을 빌려 타고 우리를 찾아올 정도였다. (중략) "운명이란 게 어디 별것인가요? 저는 나를 마음대로 하려 드는데, 나라고 저를 마음대로 못하겠습니까? 단단히 얽어매어 놓은 사슬 한 겹이라도 내 반드시 풀고 말 것 입니다."  <책만 보는 바보> 72p


나무꾼과 어부의 집이라는 말그대로, 장안의 모든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만나 사귀는 곳이었다. (중략) 초어정에 오래도록 앉아 있으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게 많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생기에 이끌려, 갈 때마다 나도 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백동수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중략) '이 방 안에서처럼 세상도, 사람들이 서로 가진 능력을 골고루 나누며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만 보는 바보> 114p


"공에는 위, 아래가 따로 없어. 어디가 가운데라 할 수도 없지. (중략)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도 북쪽의 큰 땅덩어리에 불과하네. 우리는 서양 사람이라 부르지만, 그들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는 동양 사람이겠고. 그러니 자기만이 중심이라 자만할 것도, 변두리라 기죽을 것도 없다네. 다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 <책만 보는 바보> 158p


백탑 아래 맺은 인연이 아니었다면 개썅마이웨이 박제가가 저러한 자신감과 배짱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백동수의 초어정이 아니었다면 백탑 아래 벗들이 신분을 떠나 자유분방하게 세상의 이치를 구할 수 있었을까? 홍대용 같은 스승과의 만남이 아니었다면 책만 읽던 바보 이덕문이 스스로를 자기 삶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만날 때 마다 성장하고 싶어, 자주 뵙지는 못하겠다


나도 판교로 이사를 가야할까보다. 내가 존경하는 신 박사님과 웅 이사님이 판교에 계시는데, 심지어 이덕무 선생이 잠들어 계신 곳 역시 판교라고 한다. 그리고는 벗들이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을 하나 만들테다. 나이와 신분을 초월하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했던 그들처럼 말이다. 운명의 변화는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창조함으로써 시작된다.



2. 오리지널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정조의 재발견

입김은 공중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곧장 성에가 되어 이불에 맺혔다. 얼어서 빳빳해진 이불깃에서는 부러질 듯 와삭와삭하는 소리가 났다. <책만 보는 바보> 28p


두둑한 책을 이불 삼아 비참한 겨울을 보냈던 이덕무와 그의 동료들은 세상에서 단 한 번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제가는 백성들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북학의>를 저술하였고, 유득공은 우리의 얼과 혼이 호연지기를 가질 수 있도록 <발해고>를 마침내 완성했다. 타짜의 곤이처럼 김광택 스승을 삼고초려하며 기린협에서 어려운 생활을 자처했던 백동수는 벗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무예보통지>로 완성하였다. 1779년 여름, 이덕무와 박제가, 그리고 유득공이 마침내 관복을 입고 처음 입궐을 하고 1788년 조선의 새로운 군대인 장용영이 만들어지던 해 백탑파의 아픈 새끼손가락 백동수마저 대궐의 부름을 받았을 때는 눈물이 왈칵 솟았다.


출세의 길이 막힌 서얼 출신들이 어떻게 창조적 파괴를 만들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며, 독특한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발전시키면서 운명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오리지널스>에서 찾을 수 있다.


"권한은 단순히 기존 체제에 도전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일단 기존 체재 내에서 지위를 확보한 후에, 기존 체제에 도전하고 뒤엎어야 얻어진다. (중략) 우리는 현 상태에 도전하려는 말단 직원은 묵살해버리지만, 그럴 만한 지위를 얻은 사람이 독창적인 언행을 하면 관용을 베풀거나 심지어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오리지널스> 124p


서얼 출신들에게는 권한도 지위도 없었다. 이러한 2인자들에게 두 가지를 다 부여한 사람이 있었으니, 정조였다.


조선 최고의 키보드 워리어였다는 정조대왕


"경들에게 특별히 이르니, 나랏일과 관련하여 가슴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있으면 다 드러내어 이야기하라. 내 귀 기울여 듣고, 마땅히 할 일들이 있다면 즉시 취하여 실행하도록 하리라. (중략) 크거나 작거나, 나랏일을 맡은 신료들은 모두 어김없이 행하도록 하라!" <책만 보는 바보> 226p


정조는 이런 점에서 훌륭한 리더였다.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가는 오리지널스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 이는 쓰임을 얻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가던  실학자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백탑파의 벗들은 차례 차례 고을의 현감이 되어 책 속에서만 탐구하던 일을 백성들에게 실제로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백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백성들의 살림을 살찌우고, 힘없는 백성들을 이해하며, 권세에 기대어 횡포를 부리는 양반들을 엄격하게 다스렸다. 그들은 위로부터 권한과 지위를 부여 받아 책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생각한 것으로 살아갈 만한 세상을 만들어 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라는 유기체 속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 그래서 자기 하나의 운명을 바꿀 때마저 타인과의 관계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본인이 성장하는 것만큼이나 본인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쓰일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나를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반짝이는 눈으로 찾아보라. 누울 자리도 알아보고 누우라 했다.



3. 세상을 바꾸는 사람의 학습법 : 인풋 - 아웃풋 - OO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모든 성공은 작은 성공에서 시작한다. 천하를 다스리고 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은 자신을 수양하고 가정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자기 하나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려고 할 때, 우리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간단하다. 읽고, 말하고, 쓰면 된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있듯(짝짝짝!) 브런치를 통해,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읽어라. 건강을 생각해서 웰빙 식단을 먹듯, 당신을 위해 좋은 것을 넣어라. 그렇게 들어온 인풋에 대해서 나누어라. 말하고 쓰면서. 원든 원치않든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간다. 인풋은 휘발유다. 작은 성냥개비 하나만 있어도 불이 붙는가 하면, 가만히 놔두었을 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당신이 비싼 돈과 정성을 들여 몸에 좋은 것을 넣어놨더니 아무런 효과없이 똥으로 나간다 생각해보라. 아깝지 않은가? 당신의 인풋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말하고 쓰는 아웃풋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아웃풋을 잘 하기 위해서는 '환경설정'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제 아무리 뛰어난들, 벗들이 지어준 이덕무의 사랑방 '청장서옥'이 아니었다면,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드나들었던 백동수의 '초어정'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이름은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디치 가문이 예술가, 학자들을 후원하지 않고 그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갈릴레이의 <지동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교에서 후원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독서 커뮤니티 '씽큐베이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 역시 없었을 것이다.


메디치 가문이 후원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바꾸는 사람들은 '인풋-아웃풋'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것은 바로 '활용'이다. 끊임없는 수양을 통해 성장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배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연암 선생과 박제가는 새로운 것을 대하거나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늘 조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의 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였다. <책만 보는 바보> 171p
<열하일기>에서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들에게 이롭고 나라 살림을 살찌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건 본받아야 한다. 비록 그 법이 오랑캐에게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렇다. 밭 갈고 누에 치고 질그릇 굽고 쇠 녹이는 풀무질에서부터, 물건을 만들고 장사하는 법까지 모두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열 가지를 배우면 우리는 백 가지를 배워, 먼저 우리 백성들을 이롭게 해야 한다. <책만 보는 바보>181p
압록강을 건널 때부터 박제가는 결심하였다. 조선에 돌아가면, 중국에서 보고 들은 것을 책으로 정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리라고. (중략)그 안에는 백성들의 생활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려는 박제가의 절절한 심정이 담겨있었다. 당장 조선 땅에서 실행해도 될 만큼 그 내용은 아주 구체적이었다. <책만 보는 바보> 208p
아이들을 위한 <이십일도회고시>를 새로 쓰고 싶다고 유득공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더니, 그리 오래지 않아 완성하였다. 이제 아이들도 그가 찾아간 옛 도읍지를 뒤따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책만 보는 바보> 100p
그때까지 아무도 쓰지 않은 발해의 역사를 나의 벗 유득공이 찾아 내어 쓰고 있는 것은, 잊혀진 그 기상을 되살려 좀 더 힘 있는 나라, 조선을 만들고 싶은 염원 때문이었다. (중략) 유득공의 <발해고>는 1784년 봄에 완성되었다. <책만 보는 바보> 224p


인풋과 아웃풋의 과정에서 늘 '활용'을 염두에 두면 어떤 경지까지 이르게 될까? 아래에 나타난 박제가처럼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소신을 갖고 적어도 스스로에게 당당하며 살아갈 수 있다.


"전하께서 신의 어리석은 충정을 헤아리셔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칠 수 있도록 특별히 하루의 말미를 내려 주시고, 제 글을 받아쓸 사람 열 명을 붙여 주신다면, 삼가 가슴속에 담긴 생각을 모두 쏟아내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책만 보는 바보> 229p


끊임없이 인풋을 하되 실제적인 활용의 관점이 아니라 탁상공론 수준의 아웃풋만 한다면 당파 싸움에만 집착하던 그 당시 조정 대신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신이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고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인풋-아웃풋'에서 한 단계 나아가 '활용'하라.



시간이 지나 계속 이 책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남겨둔 아름다운 문장 탓일까, 그의 삶을 닮고 싶기 때문일까


발뮤다 창업자 테라오 겐의 에세이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을 읽고 남겼던 글이다. 테라오 겐의 책 이후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안소영 작가가 은은한 창호지에 한 자 한 자 수놓은 이야기는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또 어떤 문장이 반짝거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럴 때 마다 번번히 아름다운 문장과 아름다운 삶에 파묻혔다.


테라오 겐의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그 창호지를 통해 나는 자식들 목구멍에 밥풀을 넣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줘야 했던 이덕무가 되기도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눈 앞에 두고 늘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분노하고 날을 세웠던 박제가가 되기도 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깊숙한 기린협에서 벗들과 떨어져 생계를 꾸리던 백동수가 되기도 했고,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뿌리와 얼을 되찾기 위해 이억만리를 떠났던 유득공이 되기도 했다. 훗날 나의 이야기를 읽는 누군가도 내가 되어보겠지.


한백겸이 <동국지리지>를 완성한 것은 임진왜란이 이땅을 모질게 휩쓸고 간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왜구의 총검에 마구 짓밟힌 이땅의 산천과 역사가 유달리 애틋하여서 였을까, 한백겸은 온 힘을 기울여 조선의 역사와 지리를 담고자 했다. 한백겸이 죽기 보름 전까지 <동국지리지>를 붙들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득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무언가를 붙들고 싶습니다. 내가 끝까지 부여잡은 그것이,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만 보는 바보> 94p


사르트르가 말한 앙가주망(engagement)처럼 내 삶의 모든 발걸음은 역사의 일부가 되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의 혹은 훗날의 당신이 나의 글을 읽고 잠시나마 내가 되었을 때, 내가 남긴 발자취에서 향기가 나기를. 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나는 무엇을 붙들고 살아갈까?



아직 나는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무지와 방황의 길을 견뎌 내리라. 향기 담뿍 담은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벗들과 함께 가리라.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을 때, 꽃은 자신이 꿀과 밀랍이 되리라 알았겠습니까. 더욱이 그 꿀과 밀랍이 다시 매화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기나 했겠습니까. 처음부터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라 살면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략) 우리에게도 저 꽃처럼 다시 돌아갈 제자리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견뎌내리라, 저렇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벌통에서 밀랍으로 묵묵히 견뎌야 하는 고통, 말간 액체가 될 때까지 활활 타는 불길에 온몸을 녹여야 하는 고통도 기꺼이 견뎌 내리라. 우리들의 삶도 저렇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책만 보는 바보> 59p








< 생 각 거 리 >

Q1. 현재 나의 벗과 스승은 누구인가? 나는 벗과 스승에게 어떤 사람인가?


Q2. 나의 아웃풋을 '활용가능한' 아웃풋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는가?


< 액 션 플 랜 >

1. 정조, 박제가에 대해 2019.07.10일 알아보기

2. 영화 <사도세자> 보기

3. 66챌린지, 씽큐베이션을 통해 성장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바꿔나가기(의식적으로 모임 조정, 모임의 주체가 되어 함께하면 좋은 사람들 모으기)

4. 성장기록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스승에게 배움과 피드백을 구하기






이전 12화 당신의 성공은 OO시간에 달려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