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에게 배우는 인생방향 전환법
우리 사촌 형은 스님이다. 사촌들끼리 유달리 돈독한 우리 집엔 맏형인 사촌형과 막내인 나 사이에 누나들 밖에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형과 각별한 사이였고 출가를 한 이후에도 형과 만나 종종 시간을 보냈다.
누구보다 바쁘게 대학 생활을 보내던 중에 형을 만나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면서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다,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형은 뜬금없이 습관과 관련된 물 줄기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적한 강변북로를 달리며 형이 나에게 해 준 이야기는 아직도 나에게 울림이 있는데 그 이야기로 오늘의 서평을 시작할까 한다. 산 정상에 처음으로 물방울이 떨어진다면 그 물방울은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 맞다. 더 경사진 곳으로 흐르게 된다. 두 번째 물방울은 어느 쪽으로 흐르게 될까? 다른 곳으로 흐를 수도 있겠지만 첫 번째 물방울을 따라 흐를 확률이 높다. 이런 식으로 물방울은 쌓여 길을 만든다. 습관이라는 길을.
시냇물처럼 물이 졸졸 흐를 때는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두 다리로 단단히 버티면 그 뿐이다. 그런데 길이 깊어지고 시간이 지나 폭포와 같은 물의 흐름이 생길 땐 그 흐름을 버틸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은 이미 폭포처럼 바꾸기 힘든 흐름과 경향성을 갖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미 기울어진 습관이라는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체인지그라운드가 운영하고(갓체그!), 대교의 사회공헌팀 더불어배우다가 후원하는(갓대교!) 씽큐베이션의 선정 도서, <습관의 힘>. 이 책의 저자인 찰스 두히그는 '습관은 바꿀 수 있다'며 질문에 답한다. 어떻게? 700여 편의 학술 논문, 300명이 넘는 과학자와 경영자 인터뷰, 다국적 기업에서 실시한 비공개 연구 자료라는 신뢰도 높은 토대로.
책을 읽고 허무할 때는 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 했을 때이다. 이 책을 읽고 후회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읽기 이전보다 이후의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시 좋은 책이다.
으레 습관에 관한 책들이 그러하듯 '나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방법론적 물음에 답하는 것은 기본이고 <습관의 힘>에는 독특한 점 두 가지가 더 있다. 변화를 위한 How to 외에도 습관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습관 역시 소개하고 있다.
책의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 4 Points Lesson for Power of Habit >
1. 습관의 형성 원리
Principle of habit building
-> 습관의 형성 원리와 뇌의 가소성을 토대로 습관은 변화 가능 하다는 믿음을 심어줌
2. 습관고리 : 신호 - 반복 행동 - 보상
Habit Loop : Cue - Routine - Reward
-> 습관을 분석할 수 있는 프레임을 [신호-반복 행동-보상]으로 제공하여 습관에 대한 메타인지를 높여줌으로써 의식적 변화를 가능하게 함
3. 습관을 변화시키는 방법
How to change habit I have
-> 신호, 반복 행동, 보상, 욕구를 각각 활용하여 습관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사례와 함께 제시
4. 사회적 차원의 습관
Social Habit
-> 개인적 차원의 습관 뿐만아니라 가족, 기업 등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습관까지 바라볼 수 있는 시야 제공
찰스 두히그는 습관이란 '어떤 시점에는 의식적으로 결정하지만, 나중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이라고 정의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에 들기까지 우리는 습관에 지배를 받는 습관 덩어리이다. 우리는 의식적인 노력과 결정의 순간이 아니면 습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자율주행차인 것이다.
우리가 습관이라는 녀석을 인지하지 못하면 우리는 대체로 잘못된 습관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율주행차량에서 내릴 수 없다. 현재 습관에 의해 자율주행되고 있다면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게 될까? 나는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만드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원하는 목적지로 안내하는 최고의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고 있는 찰스 두히그의 책에서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다. 나는 내가 바꾸고 싶은 '습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습관이라는 것을 '반복적인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경향성'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면, 당신은 새로운 렌즈를 얻게 될 것이다. 마치 깜깜한 밤에도 군인들이 사용하는 Night Vision Goggle을 착용하면 모든 것이 보이듯, 찰스 두히그가 제시하는 습관의 프레임 [신호-반복행동-보상]을 통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습관과 당신이 갖고 싶은 습관을 쪼개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이다.
쪼개서 볼 수 있는 것이 왜 중요하냐고? 그렇지 않으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문제 해결과는 영영 멀어지기 때문이다. 모니터가 켜지지 않을 때 무조건 '모니터에 문제가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사람과 '모니터의 전원 문제인가? 아니면 디스플레이 문제인가?라고 쪼개서 인식할 줄 아는 사람 중 누가 문제의 원인을 해결 할 확률이 높을까? 물어보나 마나다.
2.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지? 사회적 차원의 습관
습관은 개인적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습관을 사회적 차원에서 활용한 예를 통해 우리는 나의 주변과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
펩소덴트라는 회사는 치아의 청결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구연산과 박하향을 첨가해 10년 동안 미국 가정의 치약 사용률을 7%에서 무려 65%까지 끌어 올리는데 성공한다. 텁텁한 입안의 느낌이라는 신호를 상쾌함으로 보상함으로써 치약을 사용한다는 반복행동을 만든 것이다.
가정에서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핵심 습관이 될 수 있다. 유대인처럼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숙제도 잘하고 성적도 높으며 자신감도 높고 감정조절도 잘 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이라지만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습관을 만드는 데에도 마음을 써야할 것이다.
3. 명불허전 재테크
그렇다면 어떤 습관부터 우리가 시작해야 할까? 습관에도 가성비가 있다. 이 습관 하나로 다른 습관에 까지 연쇄작용을 미치며 인생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습관을 핵심습관이라고 하는데 '운동, 독서, 정리정돈' 등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핵심습관 중에서 '재테크'가 있다는 사실이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재정상태가 좋아졌음은 물론이고 흡연량과 정크푸드 섭취량이 줄었고 생산성은 향상되며 술과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감소했다.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고 습관까지 좋아지는 노다지 습관이었던 것이다.
자, 이제 경제공부와 재테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홍춘욱 박사님의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로 경제의 전체 맥락을 잡고,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로 부자가 되는 마인드셋을 장착한 뒤, 김성일 님의 <마법의 연금 굴리기>와 같은 실용서로 스킬을 장착해보자. 벌써 레벨업 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가?
최근에는 읽은 책이 늘어날수록 책과 책 사이의 연결고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책 사이의 연결점 뿐만 아니라 일상의 경험과 세상의 이슈 역시 독서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심봉사가 눈 뜬 느낌이 이런 것일까. <습관의 힘>을 읽으며 떠오른 연결고리 여섯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1. Habit is everywhere.
습관은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관계 속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도 데이트 폭력과 같은 나쁜 습관은 존재한다. 아동가족학과에서 데이트 폭력을 배우면서 이것을 나쁜 습관이라고 한 이유는 대체로 패턴을 가지기 때문이다. 가해자 역시 폭력에 대한 습관성을 갖고 있으며, 데이트 폭력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고, 화해 하는 과정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것이 습관이자 패턴이라면 찰스 두히그의 [신호-반복행동-보상]이라는 프레임으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2. 펩소덴트 in 2019
펩소덴트가 구연산과 박하로 미국 가정의 치약 사용량을 늘린 사회적 습관의 사례는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예가 '멘솔 담배'이다. 캡슐을 터뜨리거나 상쾌한 향을 나게 만드는 원료를 담배에 첨가한 멘솔 담배는 비흡연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중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뿐만아니라 우리나라까지 멘솔 담배에 대한 자잘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펩소덴트처럼 사회적 습관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예도 있겠지만 모든 면에서 긍정적일 수 없는 사회적 습관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회적 습관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요즘 생각하고 있는 포스터 작업, 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세미나 등)
3. 무엇이 조직의 습관을 이끄는가
조직 내에서도 건강한 습관은 만들 수 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처럼 총동기를 끌어올리는 조직의 건강한 습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4. 좋은 습관을 위한 넛지
넛지를 통해 습관의 '신호'를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건강에 좋은 음식은 눈에 띄는 곳에 놔두고, 정크푸드는 서랍에 넣어 두는 식의 넛지는 우리가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정크푸드로 가는 신호를 차단한다. 이렇듯 넛지를 활용한 환경설정은 우리가 원하는 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수적이다.
우리 집이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약 14평에서 40평 정도 되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예전에는 몇 발자국 안가서 영양제를 먹을 수 있었고 냉장고도 작았다. 그런데 새로 이사간 집은 방에서 주방 한 눈에 띄지 않고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매일 먹어야 할 약과 영양제를 챙겨 먹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약과 영양제를 가글이 있는 주방 근처에 배치해 두었다. 일어나면 가글부터 하기 때문에 그 이후 바로 약을 먹을 수 있기 위함이다. 효과는 역시 좋았다.
5. 사전 결정의 힘
<순간의 힘>에서 배웠듯 우리는 사전 결정의 힘을 알고 있다. 본인이 컨트롤 하고 싶은 상황을 시뮬레이션 한 후에 그 상황에 할 자신의 액션을 사전에 결정한다면 우리는 순간에 대한 통제감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것을 활용한다면 찰스 두히그가 소개하는 습관의 '반복행동' 역시 조금 수월하게 바꿀 수 있다. 본인이 피하기 어려운 특정 신호가 왔을 때 어떤 반복행동을 보일 것인지 보상을 바탕으로 매뉴얼화 해 놓는 다면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한결 쉽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6. 나의 금연기
나는 호기심이 많아 담배를 피운 적이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시가부터 파이프까지 미군 친구들이 하고 있으면 가서 나도 한 모금 달라며, 이건 어떻게 하는거고 너는 왜 하는 것이며 어떨 때 기분이 좋은지 호기심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물줄기로 시작되었으나 어느 순간 내가 담배를 피고 싶은 욕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변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특정 시간 때문인가? 직전에 한 행동 때문인가? 다른 사람 때문인가? 특정 감정상태 때문인가? 장소 때문인가?
나는 주로 심심하거나 축하할 일이 있어 기쁘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담배를 피는 친구들이 같이 있을 때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그로 인해 오는 보상은 연대감(연기로 찾아오는 유대감), 기쁨의 극대화, 짜증나는 순간에 차분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런 보상과 신호에 '담배 피는' 반복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술을 마시는 것으로, 짜증날 때는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것으로, 유대감을 느끼고 싶을 때 역시 같이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 중에서 가장 다양한 방면에 효과가 좋았던 행동의 전환은 운동이었다.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흡연자와 멀어지게 되고 나 역시 흡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또한 운동으로 우리는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유대감까지 느낄 수가 있다.
나는 지금 담배를 안 핀다. 사실 나는 태어나서 내 돈 주고 담배를 10갑도 사지 않은 것 같아 흡연자들이 볼 때는 담배를 끊었다는 표현을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핀 적이 있었고, <습관의 힘>을 알았더라면 내가 왜 이런 반복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끊어야 할지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부터 교보 문고에서 책을 사면 봉투를 주는데 나는 거기 적혀 있는 문구를 참 좋아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들 만든다니. 책과 관련하여 이 보다 좋은 카피라이팅이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과 책이 이렇듯 우리는 습관을 만들고, 습관 역시 우리를 만든다.
당신은 어떤 습관을 만들고 싶은가?
의식 하지 않아도 당신이 도달하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는 습관의 자율주행차를 가지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고장난 자율주행차를 고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렌즈로 고장난 부분 부분을 들여다 보자. 삐걱 대는 부분이 있다면 기름칠을 하고, 필요했는데 없던 부품이 있다면 약 66일 동안 새로 장착하자. 리뉴얼된 당신의 습관이 운전하는 차는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 더 알아보고 싶은 참고문헌 >
1. KBS 다큐멘터리 <습관>
2. 찰스 두히그의 <1등의 습관>
3.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나 눌 거 리 >
Q. 사회적으로 습관의 힘은 어떤 의미를 갖고 조직의 리더들은 좋은 습관을 위한 환경 설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와 연결하여 생각해 보자
Q. 관계를 회복할 때, 갈등에 직면 했을 때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갈등 해소에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스트레스의 힘과 엮어서 만들어보자 ~ 데이트 폭력과 연계해서?
Q. 내가 가진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나의 좋은 습관을 내가 참가하고 있는 모임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나의 나쁜 습관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직접 써 보고 하나 실천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