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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Aug 02. 2019

매일 아침,
당신이 입을 옷이 없는 이유

그렇다면, 눈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곤도 마리에 시리즈는 물론 미니멀리스트라는 다큐멘터리까지 한 큐에 볼 수 있는 시대다. 명불허전 갓플릭스다.


대학교를 다닐 때 24학점을 들으며 대외활동도 3-4개를 동시에 할 정도로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에너제틱한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 연애까지 했으니, 지금의 내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그렇게 시간 관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을 정도. 하지만 이런 삶을 지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휴식의 시기가 찾아오고 삶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내면에서 울렸다.                   



그는 좋은 청춘이었읍니다(...)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와 나의 일상에 때마침 '미니멀 라이프'라는 하나의 트렌드가 유행을 하게 되었고 관련 도서도 쏟아져 나왔다. 이때 즈음 우리나라 '1호 정리 컨설턴트'분 께서 책을 내시면서 특강도 하셨는데 그 특강에도 참여하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 보니 내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심플한 삶을 위해 최대한 적게 소유하고, 물건을 버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책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비롯한 미니멀 라이프 관련 서적은 삶의 태도에 관한 책이었다. 


                                        

실용성이 없는 물건은 치우자. 낡은 장롱은 푹신한 소파로 바꾸고, 은제품은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옷장에 걸어만 두는 옷은 질 좋은 니트로 바꾸고, 잡다한 인간관계는 진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으로 바꾸고, 심리학자와의 상담 시간은 고급 샴페인 한 박스로 바꾸자! - 도미니크 로로


                      

우리는 언젠가 촛불처럼 꺼져갈 운명이다. 로로가 말하는 심플한 삶이란 짧은 인생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치우는 게 아니라, 우리 행복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치우는 것이며 '대충 걸칠 것'과 '그나마 덜 이상한 것'으로 가득 찬 옷장 앞에서 뭘 입을지 망설이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건과 집에서 시작해 시간, 몸, 관계, 마음까지 돌아볼 수 있는 <심플하게 산다>와 달리 본인이 만약 물건에 둘러싸여 당장이라도 협심증이 올 것 같은 사람이라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심플하게 산다>는 삶의 철학이 담긴 책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이나 <완벽한 공부법>처럼 논문 및 데이터로 검증된 내용은 아니다. 저자인 도미니크 로로가 살아오면서 삶의 지침으로 삼아 왔던 것들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이 무조건 왕도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서문을 읽고 본인이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도미니크 로로의 시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로로가 제시하는 삶의 철학을 실험적으로 일상에 적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펜을 들고 이 책을 읽다 보면 물건을 정리하고 집을 가꾸는 방법처럼 생활의 꿀팁에 밑줄을 긋기도 하지만 <책은 도끼다>에서 말하는 좋은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뚝배기를 얼얼하게 만드는 질문들로 가득했다.(그래서 종종 책 읽는 진도가 안 나간다)


책을 읽고 얼른 물건 정리를 하는 것이 시급한 나는 오히려 사색에 잠겨버려 물건 정리가 더디게 되는 곤란을 겪었다. 그래도 의미 있는 돌아감이었으리라. 그렇다면 <심플하게 산다>는 도미니크 로로의 지침을 통해 실제 내 생활에 있었던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손에 잡히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1. 집은 간결하고, 안락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집은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간결, 안락, 실용. 그중에서 가장 도미니크 로로가 강조하는 것은 '실용'이다. 우선순위는 그 물건이 실용적이고 제 기능을 하는 것인지의 여부인 것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았다. 침구는 숙면을 도와야 하고, 소파는 편해야 하며, 문은 부드럽게 열고 닫혀야 한다.


우리 집은 어땠을까? 문은 끼익 끼익 소리가 나고, 화장실 앞쪽에 세워둔 가벽은 테이블에서 일어날 때마다 부딪히고, 고풍스럽게 생긴 소파는 어딘가 모르게 앉았을 때 몸에 딱 맞지 않고 불편하다. 그런가 하면 꾸미는 것만 알았지 수납이라고는 도통 없는 15평 남짓 집에서 물건들은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다.


집은 안식처가 되어야 하고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집중한 결과 공간이 주연이 되었고 그 속의 사람은 조연이 되었다. 불편했고,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자취생의 필수 어플 '당근마켓'를 통해 앉았을 때 1도 편하지 않고, 심지어 누워도 별로인 가죽소파를 팔았다. 빈자리는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애용하는 소파로 채웠다. 낮잠 자기에도 영 편하고 좋다.


꾸미는 거에 비해 내가 턱 없이 못 하는 게 있다면 수납이다. 손가락 만한 소품부터 옷까지 수납에는 젬병이다. 그래서 행거를 늘렸고, 행거에 매달 수 있는 이케아 수납용품을 샀다. 그 외에도 수납장을 하나 더 늘려서 돼지우리 같았던 방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여전히 손 봐야 할 곳은 넘친다. 마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것과 비슷한 원리랄까, 집 안이 완벽해지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불편이라면 '실용'의 관점에 있어서 하루빨리 해결을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 불편을 겪지 않고 예상이 되기만 하더라도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뭘 할 엄두가 안 난다. 이제 날도 풀렸으니 방문에 기름칠도 하고, 겨울 옷은 창고에 넣어두고, 화장실 앞에 있는 가벽도 패브릭으로 바꿔줘야겠다.


예전부터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다.


                                        

집이 갈수록 좋아지노
요새는 너거집 들어오면 나가지를 못 하겠다


         

(술 마시기에) 아늑하고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름다움을 떠나서 실제로 마주하는 불편을 하나둘씩 해결하다 보니 집은 안전하며 휴식의 공간이 되어간다. 이렇듯 미니멀한 삶에는 비워냄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기쁨으로 채워감이 함께 한다.





2. 옷장에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옷만 두자.


                             

내일 뭐 입지?


                    

내 눈 앞에 이렇게 천 쪼가리들이 많은데 입을 옷 하나 없다. 살 때는 분명 탈의실에서 이 거울, 저 거울에 비춰보며 샀다. 심지어 혼자 탈의실에서 착장 샷을 찍어 카톡으로 친구에게 '이거 어떰? 1번이랑 2번 중에 뭐가 나음'이라고 물어보면서 까지 샀던 옷인데.


로로는 버릴 옷은 버리고 좋아하는 옷만 남기자고 한다. 원하는 스타일로 변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 오래된 옷, 짝이 안 맞는 옷, 너무 작은 옷, 왠지는 모르겠지만 안 입게 되는 옷은 치우자. 생각과 달랐던 옷, 잘못 산 옷, 홧김에 산 이상한 옷도 모두 치우자. 모든 '너무한' 옷은 버리거나 나눠 주자.


나는 옷을 자주 사는 편이 아니다. (자라 세일 시즌 말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설렘이나 자신감을 주지 않는 옷을 고르니 상당히 많은 옷들이 걸러졌다. 물론 아쉬운 옷들도 많다. 하지만 '설렘과 자신감을 주는 옷'이라는 상당히 높은 커트라인에 옷장의 3할은 거뜬히 처리된다. 그렇게 안 입을 옷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나눔 한다. 사이즈 맞는 놈이 임자인 것이다. 한 번은 내가 사놓고 한 두 번 밖에 안 입은 리바이스 가죽자켓을 나눔 했는데, 여러 명이 가져가겠다 했지만 결국 발 빠른 자가 주인이 되었다.


물론 한 순간에 모든 옷을 처분하고 싶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본인에게 어떤 것을 남길 것인지 분별하는 능력도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며, 언젠가 한 번은 입을 것이라는 희망 고문이 그것과 당신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위대한 성취는 한 걸음이라는 작은 시작에 있지 않던가. 우선 누가 봐도 안 어울리는 옷, 1년 동안 건들지 않았던 옷, 있는지도 몰랐던 녀석들부터 처리해보자. 사이즈가 맞는 친구들에게 나누고,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 팔자. 박스에 담아 놓고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메모를 쓰자.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남에게는 행복을 주는 동시에 당신은 옷장을 보는 순간마다 어떤 옷을 입을지 설렘으로 가득할 것이다. 입을 때마다 자신감 뿜뿜은 덤!



     

미니멀리즘이란 결국 나에게 소중한 것만 남기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 나에게 중요한 것,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할 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당신에게 불필요하고, 중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둘러싸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처럼 살아가면 된다.


시간이 갈수록 필요한 것, 중요한 것, 소중한 것과 함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오늘 하나 버리는 것에서 시작하자. 불필요하고, 중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에 과감히 작별을 고하라.



캘리그래피 by 개썅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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