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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Sep 03. 2019

부자가 되려면
여자친구에게 OO을 줘라

돈을 부르는 두 글자

우선 여자친구가 없음에도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미안하다 내 자신) 부자가 되려면 여자친구에게 OO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랑? 샤넬? 아니다. 돈을 부르는 두 글자는 바로, 신뢰다. 



통화 내역을 지우지 않고 아내한테 휴대폰을 주는 겁니다! 그런 게 신뢰죠



신뢰에 대한 정의는 사랑에 대한 그것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만취한 상태로 택시를 타도 길을 돌아가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신뢰다. 중고나라에서 아이폰 대신 벽돌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신뢰다. 나의 아내, 남편,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타인과 부정한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신뢰다. 레이첼 보츠먼의 <신뢰 이동>에도 나오듯 신뢰는 기대치에 대한 확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대치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하면서 살아갈까? 할증 요금이 붙은 새벽 세시, 만취한 상태로 택시를 타도 길을 돌아가지 않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것이라고 확신이 들까? 중고나라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폰이 있어 입금을 했는데 벽돌이 아닌 아이폰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까? 아니, 택배가 오기는 할까?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



비즈니스의 기본은 결핍을 해소하는 것이다. 초연결 시대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뢰의 결핍으로 인한 불편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따라서 신뢰의 결핍을 해소해주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다.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사람 중에 이를 해소함으로써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알리바바의 마윈이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거래할 때 보통 양쪽은 서로를 모른다. 마윈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한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윈은 알리페이라는 안전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구매자가 알리페이에 결제를 하면 판매자는 물건을 보낸다. 구매자가 물건을 받으면 알리페이는 판매자에게 구매자가 알리페이에 잠시 맡겨둔 금액을 판매자에게 보낸다. 2015년에는 중국 온라인 결제의 약 70퍼센트가 알리페이를 통해 이루어졌다.


알리바바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라 신뢰였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알리바바에는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로 인증을 해주는 트러스트 패스 인증이 있다. 그런데 인증을 담당하는 5000명의 직원 중 100명이 뇌물을 받고 검증 과정없이 인증을 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한 마윈은 결단을 내렸다. 당사자는 물론 비리를 눈감아준 관계자를 전원 해고 했으며, 사건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CEO 데이비드 웨이와 COO 엘비스 리도 사임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마윈의 이러한 결단력은 알리바바의 핵심가치가 신뢰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보여주었다.


마윈의 사례에서 보듯 신뢰의 결핍을 해소하는 사람은 부를 거머쥘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 중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보험 업계의 레몬클립, 카드 업계의 뱅크샐러드, 자동차 업계의 헤이딜러, 핸드폰 업계의 뽐뿌다.


보험을 가입한다고 생각해보자. 나에게 필요한 보험이 어떤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고 얼마가 적정선인지도 모르겠다. 갱신, 비갱신, 충수염, 진단금, 비급여 등 난생 처음보는 단어들이 난무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보험 회사마다 상품과 가격이 다 다르다. 레몬클립, 보맵, 굿리치와 같은 인슈어테크(Insurance+Tech) 기업들은 기존 고객이 갖고 있는 보험을 분석한 후에 중복되는 보험이 무엇이고, 어느 보험 회사의 상품이 가장 적절하고 저렴한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자동차 보험 같은 경우에는 상품의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에 수많은 회사의 가격을 비교해서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내가 필요한 보험을 여기서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을 해소한다.





카드는 어떨까? 내가 영화를 볼 때 말고는 카드의 혜택을 크게 보지 않는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본인이 주로 혜택을 보거나 소비를 하는 분야가 정해져있다. 뱅크샐러드는 본인이 주로 소비하거나 관심있는 분야를 체크하면 그 분야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카드를 추천해준다. 심지어 본인이 기존에 갖고있던 카드 대비 얼만큼의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지까지 제공해주며 해당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이트로 연동까지 되어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중고차를 판매해 보자. 폐차가 될 때까지 10년, 20년 차를 타고 싶지는 않고 다른 차로 갈아타고 싶을 때 우리가 타던 차는 중고차 시장에 내놓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다. 내 차의 컨디션이라면 얼마에 팔릴 지 알 길이 없다. 헤이딜러는 이러한 고민을 판매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 즉 중고차 딜러가 하게 한다. 헤이딜러는 본인의 차와 상태를 판매자가 올리면 중고차 딜러들이 구매자가 되어 견적을 내고 희망 구매가를 전달한다. 그리고 중고차를 파는 판매자는 딜러들이 제안한 가격과 조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보다 많은 구매자들이 입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듦으로써 판매자들이 자신이 파는 금액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번에는 부모님께 갤럭시 노트10을 선물 해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혹은 휴대폰 금액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은 지나가다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는 휴대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들락날락 거리는 것일까. 뽐뿌의 '구매개통수령'탭에 가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은어들로 핸드폰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어 있다. 바로 휴대폰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개개인이 휴대폰 구매 정보를 공유한다. 이 곳에는 구매 후기를 간증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갤럭시 S10 5G모델을 6개월 간 동안만 89요금제를 사용하면서 현금 10만원에 일시불로 구매하신 분도 있었다. 잠깐의 수고로움을 통해 정보를 얻으면 비용을 현저히 아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는 것이다.



갤럭시 S10 5G 모델을 85요금제 6개월 의무사용 조건에 현금 일시불 9만원에 구매했다는 소리입니다(...)



신뢰와 위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늘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동전의 양면 중 위험이 아니라 신뢰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마윈은 말했다. '반드시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신뢰하면 모든 것이 단순해집니다. 신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복잡해집니다.' 







정보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홍수와 같은 정보 속에서 신뢰를 통해 단순한 길을 열어준다면, 당신을 향한 사람들의 지갑 또한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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