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주고, 잘 받는 것의 미학
최근 자주 보게 된 동생이 고민을 털어놨다. 자기 딴엔 상대방을 위해 배려한 것인데 상대방은 그 부분에 대해 고맙기는 커녕 오히려 부담스럽게까지 느낀다는 것이었다. 자기 에너지를 쓰고 때론 희생까지 해가면서 남에게 베풀었는데 돌아오는 건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섭섭함뿐이니 얼마나 마음이 속상했겠나.
차라리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끼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선한 의도는 얼마든지 지옥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심지어 선한 의도와 바람직한 결과가 확실한 경우라도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은 배려가 아니라 강요가 될 수 있다. 원치 않는 배려를 받았는데 고맙다는 말을 왜 안하냐고 하면 얼마나 황당하겠나.
선물이란 우리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받고 싶은 것이다. 배려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의도만 좋고 방법이 나쁜 선한의도오류나,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게 이루어지는 배려는 상대방을 위한게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다. 선물은 상대를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면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받고 싶은 것을 주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주고, 또 받는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잘 주고, 잘 받아야 한다. 잘 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시각에서 , 잘 받기 위해서는 내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서로 행복한 관계를 위한 첫 걸음이다.
잘 주고 싶다면 상대방에게 빙의가 되어야 한다. 이게 안 된다 싶으면 그냥 물어봐라. 뭘 좋아하고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언제 주는게 좋은지. 괜히 자기 눈에만 이쁜 프러포즈 반지 샀다가 다시 교환하러 가지말고.
잘 받고 싶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표현해라. 예컨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물건 선물보다는 식사 대접과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티켓과 같은 체험형 선물을 좋아한다고 알려줘라.
잘 주고, 잘 받기만 해도 우리 삶은 훨씬 행복하다. 기억하자.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걸 주는 게 아니다.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위한 선물은 받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