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다양하지만 하필 그 시간에, 그 공간에 꼭 맞는 음악을 들을 때만큼 행복할 때가 또 있을까.
음악 하나로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건 19살 때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수능을 치고 어릴 때부터 세뱃돈을 모아왔던 통장을 탈탈 털어 한달 동안 두바이, 스위스, 이탈리아 배낭 여행을 갔다.
그 중에서 백미는 이탈리아 남부투어로 포지타노 해변을 갔을 때다. 로마에서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포지타노 해변은 그 자갈부터 모든 게 아름다움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순간은 포지타노 해변의 절벽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수평선 너머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볼 때다. 그리고 'Canto della terra'라는 음악이 창 밖으로 불타는 석양과 함께 연주 될 때다.
*Canto della terra(song of the earth) 클릭하여 감상하기
삶에서 일몰을 보면 가장 가슴 벅찬던 순간이었다. 음악 하나로 이토록 감정이 고조되고 삶이 아름답게 보일 수가 있다니. 그 날 이후로 나는 석양을 사랑하게 되었고 삶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순간에 나를 최대한노출되고자 노력했다. 노을이 보이는 집에서 살겠다는 다짐 역시 그러한 것 중 하나였고.
지금 나는 남산타워의 왼쪽으로 저물어가는 석양이 보이는 집에서 눈을 감고, 아침을 맞이한다.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찬 삶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적극적으로 그것을 내 삶으로 들여와야 한다. 석양을 가져올 수 없다면 석양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카페에서 이름 모를 음악이 귓바퀴를 때린다면 카운터에 제목을 물어보기 위해 용기를 내야한다.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의 삶도 아닌 당신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당신 스스로를 감동 시키는 그것 말이다. 그것들이 당신의 삶에, 나의 삶에 하나씩 늘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