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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Sep 18. 2019

인내는 신뢰에서 나온다

잃어버린 지 이틀 만에 다시 찾아... 오면 좋았겠지만 그런 기적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곳으로 직접 가서 이번에 출시한 노트10+ 256을 89 요금제 6개월 유지 조건으로 일시불 30만 원 대에 구매했다.

시간은 나에게 돈이다. 또 휴대폰이 내 비즈니스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기 때문에 몇만 원 차이로 고민할 시간에 빠르게 구매하고 돈을 더 버는 게 이득이다. 그런데 판매하는 곳마다 몇십 만원씩 차이가 나서 소개받은 곳으로 가서 개통을 진행했다.

17:30시까지 도착하기로 했으나 17시쯤 도착했다. 이렇게 큰 휴대폰을 써본 적이 없어 사이즈로 고민하다 어차피 둘 다 큰 거라면 아예 크고 아름다운 걸로 가자는 생각으로 노트10+를 구매했고, 7시에 곧 모임이 있었기에 빠른 개통을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현금으로 비용도 드렸고, 모든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명도 끝이 났는데 갑자기 판매원이 알 수 없는 용어로 나를 당황케 했다. '지금 안정화가 걸려있어 바로 개통이 안 되네요. 이건 저희도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를 찝찝하게 만든 말은 다음 말이었다. '여기서 3만 원 더 내면 바로 개통이 가능하세요.'

???

안정화라는 작업이 3만 원에 없어지는 작업이란 말인가? 갑자기 가격이 변동이 되었다는 말인가? 판매자께서는 개통 불능 상태가 아니라 현재 가격이 기존 가격보다 높게 '갑자기' 변동되었고 그 부분에 대해 본인들이 부담할 수는 없으니 내가 부담할 거면 개통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그렇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 말을 듣고 나니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추가 수익을 얻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저기 알아보느라 피로도가 높아진 고객, 여기까지 오프라인으로 찾아왔는데 몇만 원이면 더 지불하고 제품을 사서 가져가고자 하는 심리, 이런 것들을 이용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엔 안정화가 언제 풀릴지 모르나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그러다 시간이 점점 흐르길래 그냥 뒷 주머니에 있던 현금을 다 드리면서 개통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나한텐 시간이 돈이니까. 그리고 이 사람이 말하는 '안정화'라는 작업이 이 사람의 이익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다릴 필요도 없이 차라리 속아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저 상황이 모두 팩트이고, 판매자 분이 진실만을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안정화는 애초에 푸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과 이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마음이 생기고 나니 더 이상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인내하고 싶지 않았다. 돈으로 시간을 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직 자녀는 없지만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이가 행복한 삶으로 향하고 있다는 신뢰가 있다면 조금 더디더라도 인내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 입장 애 서은 남과 다르게, 남보다 더디게 가는 아이의 삶을 인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남을 속이지 않고 건강히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인내를 위한 신뢰를 갖기 위해 선행조건은 있을 수 있다. OO만 충족하면 신뢰를 하는 식이다. 예컨대 학교 공부는 못하더라도 한 달에 최소 두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을 표현하는 글과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기준이 있드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성적을 받아오든 인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소중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해 개인적인 신뢰를 쌓고, 홍춘욱 박사 님의 강연에서처럼 연체율을 낮춤으로써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 맥락에 따라 우리에게 필요한 신뢰와 신뢰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프랑스의 문화 중 하나로 소개되는 똘레랑스(tolerance)는 사회적 관용이다. 신뢰의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개인의 삶에서, 사회 구성원 사이의 관계 속에서 신뢰가 정착된다면 지금 보다는 내가 마주치는 순간에서 관용을 더 자주 맞닥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인내는 다름 아닌 신뢰에서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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