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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Dec 06. 2019

여자들은 왜 다이아몬드 반지를 좋아할까

부의 비밀, OO

신뢰는 돈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돈과 교환한다. 그래서 이 제품과 서비스가 나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그것을 돈과 교환한다. 문제는 그 확신이 쉽게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신을 위한 탐색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피로도가 수반된다. 우리는 계속 고민한다. 여기에 돈을 넣으면 내 원금은 보존될 것인지, 내 물건을 두고 가도 누가 가져가지 않을 숙소인지, 이 사람은 내가 없을 때도 우리 아이를 잘 돌봐줄 것인지.   탐색 과정의 피로도를 줄여주면 신뢰의 속도와 구매 전환은 빨라진다.

탐색의 피로도를 낮추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입소문이다. 내가 믿는 사람이 믿는 것을 우리는 쉽게 믿는다. 와이컴비네이터의 CEO는 탁월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까지 나머지는 내버려 두라고 한다. 그게 준비되면 입소문 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테니.

두 번째 방법은 사용자 후기다. 모르는 사람의 후기 역시 신뢰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이다. 후기의 수가 쌓여갈수록 그 후기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아진다. 에어비엔비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게스트와 호스트에 대한 후기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따라서 게스트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돈을 내고 숙박을 할 수 있고, 호스트 입장에서도 진상인지 아닌지 후기를 보고 숙박 요청을 수락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신뢰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클로저>에서 쥬드 로가 '사랑해'라고 말하니 나탈리 포트만이 말한다. '사랑이 어디 있는데?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손에 잡히게, 느낄 수 있게 하면 신뢰를 거머쥘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수백 번 입으로 말하기보다 바쁜 와중에도 한 걸음에 달려오는 행동에 우리는 사랑을 느낀다.

최근 병문안을 갈 일이 있어 광명에 들렀다. 저녁을 먹지 않아 동료들과 '철든 놈'이라는 고깃집을 가서 별생각 없이 고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계량기와 고기가 함께 나오는 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닐 수 있는데 정말 정량으로 고기를 제공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계량기에 올려진 고기를 가져왔고 버섯 하나를 덜어내니 딱 602g이 나왔다.


고객이 느끼는 신뢰의 속도까지 신경을 쓸 정도의 집이었으니 고기 맛은 물론이고 서비스까지 친절하고 완벽했다. <신뢰의 법칙>에서 나오듯 실력이 없는 것 역시 배신이다. 하지만 이 고깃집은 신뢰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맛까지 탁월했다. 명이나물 위에 고기를 얹고 그 위에 와사비와 무를 살짝 얹어 먹는 그 맛이 아직도 아련하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신뢰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정보를 우리가 다 소화할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에서 선택에 대해 고려할 때 우리는 빠르게 신뢰를 주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뢰는 돈이 된다.

내가 존경하는 강경모 트레이너 님은 요즘 피트니스계의 에어비엔비를 준비하고 있다. 본인이 트레이너로 일을 하면서 피티 샵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보니 퍼스널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역량은 있는데 공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프리랜서 트레이너들에게 공간을 시간제로 대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또한 트레이너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이 신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신뢰를 정량적으로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장소와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에 대해 신뢰를 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 정식 론칭도 전에 이미 트레이너들의 문의가 여기저기 들어오고 있다. 신뢰를 시스템화해서 헬스장-트레이너-고객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 같아 옆에서 보면서 나도 기대가 크다.

<부의 감각>을 쓴 댄 애리얼리의 강연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들은 왜 다이아몬드 반지를 좋아할까요? 바로, 남자들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생일 선물로 디지털카메라를 샀다고 칩시다. 그건 누구를 위한 걸까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분명하게 싫어하는 뭔가를 선물하면 그건 사랑만을 위한 좋은 신호가 됩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좋은 신호가 필요하다. 우리가 신뢰를 정량적으로 가시화시키고 시스템화 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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