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K Dec 16. 2019

나같은 사람도 행복할 수 있을까?

(Feat. 행복의 비밀, 굿 라이프)

행복에 정답이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정답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행복의 덫이다. 행복한 상태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행복이라는 정답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역설을 우리는 경험한다.

<굿 라이프>의 저자 최인철 교수는 국내 최고의 심리학자이자 <프레임>이라는 책으로 이미 저명하다. 최인철 교수는 '행복에는 정답이 없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굿 라이프>에 나오는 것도 행복에 대한 수많은 힌트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어달라는 조언과 함께.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행복과 성공은 늘 공식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쉬워서 우리는 숨이 턱턱 막히고는 했다. 나의 현재 상황과 공식과의 갭은 늘 멀기만 했으니.

<굿 라이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Good life'를 위해서는 'Good wife'가 필요하다는 것. 물론 말 그대로 좋은 배우자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최인철 교수의 지혜를 빌려 행복에 관한 힌트를 5개 가져왔다.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에 우리 손으로 '굿 라이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1 그래도, 사람
정현주 작가의 <그래도, 사랑>을 좋아한다. 작품의 부제는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 그렇다.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 공부는 평생 붙들고 가야 한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2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말 그대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당신이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자마자 떠오르는 강렬한 기억이 몇 개나 되는가? 그런 기억이 많다고? 상관없다. 우리는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던 순간으로 지속적인 행복을 느끼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상에 리추얼이 많은 사람은 자주 행복하다. 아침에 내려 먹는 커피 한 잔, 좋아하는 바디워시와 함께하는 샤워, 절친과의 통화, 그런 것들 말이다.

3 작은 것의 가치
금메달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주목한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아니고 금메달이 은메달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도 아니다. 세상 모두가 금메달만 바라볼 때 적어도 우리 스스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나일지도, 나의 가족과 동료일지도 모른다. 오늘 야근한 당신, 고생했다. 육아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친구들이랑 약속도 제대로 못 잡는 당신, 고생했다. 사소해 보이는 당신의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라. 작은 것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된다. 그렇기에 작은 것을 굳이 들여다보라.

4 남을 위해 써라
행복한 사람일수록 남을 위해 쓴다.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돈을 나눠주고 소비에 따른 행복도를 평가했을 때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높았다. 가장 부유한 사람들 중에서도 기버가 많지만 나누는 행위는 비단 성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나누는 행위에 있어서 절댓값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10억을 나누는 사람이 10만 원을 나누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니다. 본인의 형편 내에서 나누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해 쓰는 만큼 남을 위해 쓰기도 하라는 것. 결국, 행복의 비밀은 사람에서 나오니까.

5 소유보단 경험
지금 옷장을 열어보라. 이렇게나 옷이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3년 전에 산 옷을 보면서 설레지 않는다. 반면 3년 전 여행을 갔던 사진은 어떤가. 보기만 해도 그때의 공기와 추억이 되살아난다. 가끔은 귓가에 그 당시 음악이 맴돌기도 한다. 이것이 소유보다는 경험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 이유다. 당신이 쿠팡보다 땡처리 항공권을 더 자주 봐야 하는 이유이고, 홈쇼핑보다는 친구의 얼굴을 더 마주쳐야 하는 이유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는 여행이겠지.

최인철 교수는 행복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어느 것이라도 좋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했던 것처럼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더 자주 하라.

그런데 행복을 위해 실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자신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 행복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행복할 수 있는 역량은 개개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환경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정답은 역시나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과도하게 개인에게 행복의 책임을 묻는다. '네가 꾸준히 안 해서 그래. 네가 열정이 없으니까 그렇지. 그만큼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 거 아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최인철 교수는 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못 한다고 꾸짖어서는 안 되며, 행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은 채 왜 행복하지 않냐고 반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가올 2020년에는 신년 목표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행복은 어쩌면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가난하면서 친절하기란 어렵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을 더 벌어서 나누어 보기도 하고 긍정적인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

마음은 변덕이 심하다. 마음이 아닌 환경을 믿어보자. 소유가 아닌 경험을 위해 돈을 쓰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비해 보자. 당신이 그토록 찾던 행복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