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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04. 2023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지제도 이야기

부동산 공화국, 역사를 파헤치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 달달 외워서 역사 성적이 꽤 좋았던 문과파 학부모이신 분, 손!!

저요 저!(혹시 칭찬이라도??)


허허.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성인이 되고, 학부모가 되어 이런저런 책을 읽다보면 학창시절을 몽땅 교과서 달달 외우는데 투입했던 나의 어린시절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진다.


왜 나는 그 좋은 시절에 선생님 말씀은 국룰이라며 토씨 하나 안 빠지고 적느라 바쁘게 지냈으며,

교과서 내용이 불멸의 진리인 양 무비판적으로 달달 외웠던가.


아마 지금 학령기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나와 같은 생각으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이 책은 말 그대로 토지제도 이야기다.

인간이 이 땅에 살기 전부터 존재하던 땅에도 주인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이 책은 그동안 인간의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생산물이 아니라 이전부터 존재했던 '땅'을 그저 '내 땅이야!'하고 선점하기만 하면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확장시켜나간다.


땅 주인은 누가 인정해주는 것인가, 라는 물음을 거쳐 역사적 으로 땅의 소유권을 어떻게 인정해왔는지, 토지제도는 어떻게 생겨났고, 토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의 세금제도도 역사적 사건들(임오군란, 보스턴 차사건)들과 연결지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시험을 볼 때 가장 힘들게 외웠던 부분이 토지제도였다.

정전법, 과전법, 조용조, 전시과 등등 생소한 용어들이 줄줄줄 나오다보면, 우리나라 제도인지, 중국의 제도인지도 헷갈리고, 머릿속에서 마구마구 엉켜버려 엉망진창이 되어 표로 만들어 뜻도 모르고 달달달 외웠던 기억이 난다.


당췌 그 제도가 왜! 중요한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이건 시험에 잘 나옵니다.

이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귀족 세력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면서 나라를 안정시켰으니 중요하겠죠. 꼭 외워요!


수업 때 중요하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으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라면무조건 표를 만들어서라도 달달 외워야겠군. 이런 생각 정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는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나라의 공식적 행위'


전시과는 고려시대 전기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토지제도로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문제점까지 꽤 비중있게 다뤄지긴 했지만, 왜 전시과라는 용어를 쓰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전시과: 밭 전(田), 섶 시(柴), 먹을거리가 나오는 밭과 땔감이 나오는 임야에 수조권을 배분하는 제도


섶이 땔감을 가리키는 말이니 한자를 풀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한자를 모르는 지금 세대가 한자용어로 가득한 역사를 접할 때 어떤 생각을 할까? 용어 자체도 생소한데, 전시과의 시행이 가져온 장단점과 붕괴에 대해 비교 분석할 수조차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저 달달 외우기만 했던 우리나라 토지제도의 시행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세금을 내면서 국가의 기반을 이루던 농민층이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까지도 3개의 소제목으로 크게 다루면서 백성들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았다는 데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역사는 거의 대부분 지배층 관점의 역사이므로...


작가는 삼정이 문란해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을 양전사업의 중단에 따른 국가 세수 확보 문제로 보았다. 토지제도 시행이 어지러워지면서 녹봉을 제때 받지 못하는 관리들이 늘어나, 백성을 쥐어짜게 되고, 나라의 통제가 따르지 않으니 관리들이 토지를 제멋대로 소유하면서 백성을 내우외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고유 기능조차 중단되기에 이른다.

(☞여담 하나: 요즘 공무원에게 지급되고 있는 봉급은 과연 합리적인가. 국회의원 급여는 천만원이라는데...최저임금제 적용 대상도 아닌 실무공무원 봉급체계가 과연 합당한지 궁금하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니 예전처럼 국민을 쥐어짜진 않을테니 괜찮은건가?)


일제시대의 암흑기를 지내 진정한 근대로 들어선 우리나라가 최초로 농민에게 토지를 나누어주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해낸다.

"농지는 농민에게"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된 건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인 조봉암 선생 덕이지만, 불행히도 그는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이승만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찍혀 사형당하고 만다. 간첩 이라는 죄목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사법살인으로 일컬어지는 '진보당 사건'으로도 불리는 조봉암 사건은 그러나 적어도 학창시절 우리네 교과서 역사책에는 기록된 바가 없다.(지금은 기록되었으려나?) 조봉암 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기만 하니 말 다 했다.


사법이 무법자인 시대.

웬지 익숙하지 않은가?

땅부자는 왜 다시 나타났을까?


이 책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토지 공개념"은 과연 합당한가.

부동산 공화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이 불공평한 분배제도를 개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역사상 존재했던 토지제도의 변천과정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왔는가.

과도한 땅부자와 없는자의 간극을 조정해서 국민간의 위화감을 줄이고 국가를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땅부자가 정치인이 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다같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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